내란 단시간 내 종료, "결코 12·3 가담자에 의한 것 아냐"
계몽적·잠정적·경고성 계엄 "위헌·위법 주장에 불과"
과거 내란보다 친위쿠데타 엄중 처벌 필요성 강조
계몽적·잠정적·경고성 계엄 "위헌·위법 주장에 불과"
과거 내란보다 친위쿠데타 엄중 처벌 필요성 강조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
경고성·호소용 계엄이라 일찍 종료된 게 아니다. 무장한 군인에 맞서 국회를 지킨 국민의 용기 덕분이었다.
12·3 비상계엄이 내란이라는 첫 판단을 내린 이진관 부장판사는 국민의 용기를 언급하는 대목에서 잠시 울컥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혐의 피고인들은 12·3 비상계엄은 국민 '계몽용'으로 단시간 내 끝날 것을 상정한 것이었다며 국회에 군과 경찰을 보낸 것 역시 질서유지 차원이라고 주장해왔지만, 이 부장판사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내달 12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같은 달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혐의 피고인들에 대해서도 유죄는 물론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커졌다.
12·3 비상계엄 국헌문란·폭동 모두 인정
| ▶ 2026.1.21.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한덕수 선고 |
| "12.3 내란 과정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내란 행위 자체는 몇 시간 만에 종료되긴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무엇보다도 무장한 군인에 맞서 국회를 지킨 국민의 용기에 의한 것입니다. 이에 더하여, 이러한 국민의 저항을 바탕으로 신속히 국회에 진입하여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의결한 일부 정치인들의 노력, 대한민국 역사에 있었던 내란의 암울한 기억을 상기하면서 위법한 지시와 명령에 저항하거나 혹은 어쩔 수 없이 이를 따르더라도 소극적으로 참여한 일부 군인과 경찰 공무원의 행동에 의한 것입니다. 결코 12·3 내란 가담자에 의한 것이 아닙니다." |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한덕수 전 총리의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에 대해 징역 23년을 선고하면서 내란이 단시간 내에 종료된 것은 오로지 국민의 공이라고 강조했다.
계엄선포 후 약 2시간 30분 만에 국회가 계엄을 해제한 것을 윤 전 대통령은 '계엄이 내란이 아닌 증거'로 주장해왔다. 애초에 '국민 계몽', '경고'의 목적으로 단시간 내 해제될 것을 염두하고 계엄을 선포했고, 이에 국회에 대한 군과 경찰력 투입도 질서유지 차원으로 지시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날 선고에서 12·3 비상계엄은 경고성이 아니라 국헌문란 목적으로 행해졌고, 폭동이 수반된 내란이라고 규정했다. 재판부는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절차에 의하지 않고 발령한 포고령으로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민주주의 제도 △영장주의 △언론출판의 자유 등을 소멸시키려 한 점에서 국헌 문란 목적이 인정된다고 봤다.
또 다수의 군 병력과 경찰 공무원을 동원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점거하고 출입 통제하는 등 "다수인을 결합해 위력을 행사하고 해악을 고지함으로써 한 지역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는 폭동을 일으켰다"고 인정했다.
윤 전 대통령 등은 국회에 투입된 군이 오히려 시민에게 폭행을 당하는 등 "폭동은 없었다"고 주장해왔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일으킨 폭동의 수단으로 비상계엄을 선택했다"고 일갈했다. 민주주의 헌정 체제를 부정하고 자신이 권력을 독차지하기 위해 계엄이란 수단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첫 공판이 열린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이진관 부장판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친위쿠데타 치명성 강조…尹 사형 선고로 귀결될까
| ▶ 2026.1.21.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한덕수 선고 |
| "현재 우리 주위에는 민주적 기본 질서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있거나 이를 파괴하는 시도가 있고, △이미 유효한 구제 수단이 남아있지 않는 그러한 극단적인 상황에서나 논의되는 저항권을 평상시에 아무렇지도 않게 주장하는 사람들 △헌법과 법률에 정한 바 없어 위헌, 위법한 주장에 불과한 계몽적 계엄, 잠정적 계엄, 경고성 계엄을 당연하다는 듯 주장하는 사람들 △지난 2025년 1월 19일 발생한 서울지방법원 폭동 사건과 같이 자신의 정치적인 입장을 위해서는 헌법과 법률을 쉽사리 위반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민주주의의 근본이 되는 선거 제도를 정당한 근거 없이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12.3 내란은 이와 같이 잘못된 주장이나 생각을 양산하거나 그 상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습니다. |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국민들의 용기로 다행히 저지됐지만, 과거 12·12 사태보다도 위험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이하 직급에서 벌인 내란이 아니라, 위에서부터 행해진 내란이기에 더욱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국민이 직접 선출한 권력자가 헌법과 법률을 경시하고 이를 위반하는 내란 행위를 함으로써 국민이 가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신뢰 자체를 근본적으로 흔들기 때문이다.
12·3 내란으로 '계몽적 계엄', '잠정적 계엄', '경고성 계엄' 등 헌법과 법률에서 전혀 정한 바 없는 위헌·위법한 주장이 당연하다는 듯 되풀이되고 있고, 서부지법 폭동 사태마저 벌어졌다는 게 재판부의 통찰이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통치권한에 속하는 일로 내란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재판부는 "12·3 내란은 친위쿠데타"라고 규정하면서 기존 내란 사건에 관한 판결도 양형에서 참고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때보다 더 중한 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특검은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와 노태우씨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형이 확정된 점을 고려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한 전 총리의 경우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한 전 총리가 사전에 계엄을 모의하는 데 가담하진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었지만, 그보다 8년이나 높은 형이 선고되면서 향후 내란 혐의 피고인들에 대한 선고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내란 혐의와 관련한 바로 다음 선고는 내달 12일 이 전 장관에 대해 나온다.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의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와 관련해서도 이를 함께 논의한 한 전 총리에 대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인정했다. 특검은 이 전 장관에 대해서도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같은 달 19일엔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조지호 전 경찰청장 등에 대한 선고가 예정돼 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해선 사형, 김 전 장관의 경우 무기징역이 구형됐다.
한편 이날 재판부가 한 전 총리에 대해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국무총리로서의 부작위 책임을 형사법상 유죄가 성립한다고 인정하면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재판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직접 국회 봉쇄 과정 등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계엄 직후 직관적인 내란죄 가담자로 수사 받지 않았고, 구속영장도 기각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법원이 12·3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한 데 이어 한 전 총리에 대해선 지위에 따른 형사책임도 인정하면서 이들의 변론전략이 달라질지 주목된다. 박 전 장관은 오는 26일 첫 정식재판을, 추 전 원내대표는 다음 달 9일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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