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양철민 KIST 우주용 복합소재연구단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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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민 소장/사진=KIST |
"복합소재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물성을 요구하고 그만큼 높은 부가가치가 발생하는 분야가 바로 '우주용 소재'입니다. 그러나 국내 우주 산업 현장에서 국산 소재의 존재감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북 분원에 새롭게 출범한 '우주용복합소재연구단'을 이끄는 양철민 소장은 연구단 출범 배경을 묻는 질문에 "'우주판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사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며 이같이 말했다. 우주용복합소재연구단은 KIST 전북 복합소재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구성된 KIST의 '7번째 임무중심연구소'로 이달 1일 공식 출범을 알렸다.
임무중심연구소는 2024년 오상록 KIST 원장이 부임하면서 새롭게 도입한 연구 운영 체계다. 국가와 산업 현장이 직면한 구체적인 문제를 연구 목표로 설정하고, 연구성과가 실제 활용될 수 있도록 인력과 역량을 집중하는 '문제해결형 연구조직'을 지향한다.
양 소장은 "올해 PBS(연구자 과제 수주 중심 평가체계)가 폐지되면서 출연연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던질 시점이 됐다"며 "KIST 전북 분원 차원에서 국가적으로 가장 시급하고 전략적인 임무가 무엇인지 고민했고, 그 결론이 바로 우주 분야였다"고 강조했다.
연구단 출범의 배경에는 우주 개발 패러다임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각국 우주기관과 연구진이 전략과 기술을 공유하는 글로벌 협의체인 국제우주탐사협의체의 로드맵에 따르면 인류의 활동 무대는 머지않아 달을 거쳐 화성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우주 탐사는 단순한 과학 임무를 넘어 달 기지 구축과 현지 자원 활용(ISRU)을 기반으로 한 본격적인 우주 개발 산업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앞에서 한국의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로켓·위성 설계와 시스템 기술 역량이 고도화되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핵심 소재 기술이 자립하지 못하면 지속 가능한 우주개발은 어렵다는 것이 KIST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우주용복합소재연구단의 핵심 미션은 우주 환경을 견딜 수 있는 경량성·차폐성·전도성을 동시에 갖춘 'K-우주 복합소재' 개발로 설정됐다. 양 소장은 "현재 우주 분야는 금속 소재 중심의 한계를 안고 있으며 우주용 경량 소재 기술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주용 소재는 단순히 가볍고 강한 것을 넘어 방사선과 진공 환경, 극저온과 고온을 오가는 열적 충격, 미세 입자 충돌까지 견뎌야 하는 극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며 "달 탐사 로버와 같은 우주 모빌리티를 기준으로 기존 대비 30% 더 가벼운 초경량 소재, 방사선 차폐 성능을 10배 이상 뛰어난 차폐 소재, 50% 이상 전도성을 높인 열전도 소재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개발된 소재는 지상 평가에 그치지 않고 실제 우주 환경 실증까지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 같은 성능 요건을 충족하는 기술은 항공기 등 지상 산업으로의 확장 적용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KIST 전북 복합소재기술연구소는 지난 8년간 미국 나사(NASA·미국항공우주국)와 함께 이미 우주 환경 실증 경험을 축적해 왔다. 미국 나사의 국제우주정거장 재료 노출 실험(MISSE) 프로젝트를 통해 KIST가 독자 개발한 방사선 차폐 소재를 실제 우주 환경에 수개월간 노출시킨 뒤 회수·분석한 경험이 있다.
연구단이 수립한 10년 단위 임무 개발 마일스톤에 따르면 1단계(2026~2028년)에서는 소재 개발과 지상 실증을 수행하고, 2단계(2029~2031년)에서는 부품 개발과 위성 탑재를 통한 우주 환경 실증을 추진한다. 이후 3단계(2032~2035년)에는 탐사용 로버 등 실제 우주 시스템으로의 적용 확대를 목표로 한다. 연구단은 개발된 우주용 소재 기술을 단계적으로 국내 기업에 이전하고, 장기적으로는 스타트업 창업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연구단은 과제의 일환으로 구리를 대체할 탄소 기반 전도성 소재 개발에도 나선다. 드론과 로봇, 우주 모빌리티에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핵심 부품은 모터인데 문제는 모터 권선에 쓰이는 구리다. 구리는 무게가 클 뿐 아니라 최근 가격 급등으로 공급 불안정성까지 커진 상황이다. 양 소장은 "우주용 소재에서 무게는 곧 비용"이라며 "발사체를 통해 화물을 우주로 운송하는 비용은 ㎏당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만큼 소재 경량화는 곧 발사 비용 절감으로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우주용복합소재연구단 출범과 함께 KIST 전북 복합소재기술연구소의 조직 체계도 특수구조체연구센터, 극한환경차폐소재연구센터, 초물성전도소재연구센터 등 3개 연구축을 중심으로 연구단 체계를 재정비했다. 양 소장은 "과거에는 위성 발사가 드물어 외산 소재 의존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수시로 우주로 나가야 하는 시대"라며 "그때마다 핵심 소재를 외산에 의존한다면 산업과 국가 전략 모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주로 가는 길의 마지막 관문은 결국 소재"라며 "그 문을 국내 기술로 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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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j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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