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레이더, '대북 감시'에 집중…북상 무인기 발견 어려워
저고도 비행·빛 투과율 높은 소재도 식별 어렵게 만들어
북한이 한국에서 날려보냈다고 주장하며 공개한 무인기 사진.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rodongphoto@news1.kr |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1월 초 한국에서 날아간 무인기가 북한 지역으로 침투한 것을 우리 군이 사전 식별하지 못한 것을 두고 군 감시체계의 공백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다만 군의 감시 체계가 '대북 감시'에 집중돼 남측에서 북측으로 날아가는 무인기를 발견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 또 민간에서 날리는 무인기는 매우 낮은 고도에서 날고, 스티로폼 등 레이저 투과율이 높은 소재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아 군의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단시간에 대책 마련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22일 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軍, '대북 감시'에 집중…'대남 감시' 병행 쉽지 않다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군이 민간의 무인기가 군사분계선(MDL) 상공을 넘는 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은 문제라며 시설 및 장비 개선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안규백 국방부 장관을 향해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보면 민간인이 멋대로 북한에 무인기를 침투시킨 건데, 이건 전쟁 개시 행위나 마찬가지"라면서 "국방 역량이 발전했지만 무인기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체크하지 못했다"라고 질책했다.
북한은 지난해 9월과 지난 4일 한국에서 날아온 무인기가 영공을 침범해 우라늄 광산과 침전지, 개성공단 및 국경 초소 등 '민감한 지역'을 촬영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군·경 합동조사 TF는 자신이 무인기를 날려 보냈다고 주장한 30대 대학원생 A 씨와 무인기를 제작했다고 지목된 A 씨의 동료 B 씨 등 피의자들을 수사 중이다.
군은 대통령의 지시에 맞춰 개선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다만 현재 군 감시 자산 운용 현황 및 체계를 고려할 때, 남측에서 북측으로 날아가는 민간 제작 무인기를 군에서 사전 식별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은 현재 대공레이더(국지방공레이더), 열상감시장비(TOD) 사용, 경계초소 근무자 등을 통해 복합적으로 접경지 대북 감시를 수행하고 있다. 다만 인력 운용 현황 및 전쟁 발발 가능성, 작전 중요도 등을 고려해 주요 정찰 장비는 남측 지역을 살피는 게 아니라 대북 감시에 주로 투입된 상황이다. 이는 남측에서 북측으로 올라가는 무인기 발견을 위해서는 대북 감시 자산을 줄이거나, 추가 인력 및 장비 투입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군 소식통은 "각 감시 체계는 표적 고도 및 거리에 따라 정찰을 상호 보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라며 "현재는 북에서 한국으로 날아오는 비행체를 식별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저고도 비행·빛 투과율 높은 소재도 식별 어렵게 만들어
민간의 무인기는 주로 매우 낮은 고도, 일명 '저저고도'에서 비행한다는 점도 군의 사전 포착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전투기나 폭격기, 고고도미사일 등의 탐지를 목표로 만들어진 레이더의 특성상, 비행체의 고도가 낮을수록 레이더에 포착될 확률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군은 접경지 인근이 대부분 산악 지형인 점, 감시 범위가 넓을수록 효율적 정찰이 가능한 점 등을 고려해 레이더 장비를 고지대에 설치한다. 이 경우 고고도미사일 등 북한의 전략 자산 탐지엔 효과적일 수 있어도 무인기까지 탐지하기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지난 10일 북한 총참모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9월과 올해 1월 북한 지역으로 들어간 민간 무인기의 고도도 100~300m에 불과했다. 험준한 지형으로 인한 차폐 구역이 다수 존재하는 것도 낮게 나는 무인기의 식별을 까다롭게 한다.
민간 무인기 대부분이 크기가 작고 스티로폼 등 가벼운 소재로 만들어지는 것도 군 장비를 통한 식별을 더욱 어렵게 한다. 무인기나 드론 등을 탐지하는 대공레이더는 통상 길이 2m 이상의 비행체는 문제없이 잡아내지만, 그보다 크기가 작을 경우 탐지에 어려움을 겪는다. 레이더 단면적(RCS)을 통해 외부 비행체를 인식하는 방식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RCS는 빛을 공중에 방사해 표적으로부터 반사되는 신호로, 투과율이 높을수록 탐지 확률이 낮아진다.
군에서 사용하는 레이더는 새, 풍선 등 군사작전상 중요도가 낮은 비행체와 대공 무기를 분리해 식별하기 위해 일정 수준을 충족하는 RCS값을 가진 비행체만 감시체계에 표시되도록 하고 있다. 미사일 등 금속으로 만들어진 대공 무기의 경우 빛 투과율이 낮아 내부 감시망에서 탐지가 가능하지만, 스티로폼이나 플라스틱 등 빛 투과율이 높은 소재는 RCS 기준 미충족으로 내부 체계에서 제대로 포착되기 어려운 구조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이번에 날아간 무인기는 날개 길이 2m 안팎의 소형 기체로, 스티로폼 등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민간 무인기 급증 및 이중 대응 체계도 군 감시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운 배경으로 지적된다. 군 당국에 따르면 최근 연간 수천 건 수준을 유지하던 민간의 무인기 비행은 지난해 1만여건 수준으로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통합방위법상 국가 중요 시설, 보안 시설의 경우 현역 군인 신분인 현장통제관의 입회하에 무인기 비행이 실시돼 감독이 가능하지만, 일반 지역 및 군사기지·군사지역에서 무인기 비행 관련 신고가 들어올 경우 경찰에서 신고 대응 및 초동 조치 등을 시행하도록 규정돼 있어 군이 민간 무인기 현황을 일일이 파악하긴 제한이 있는 상황이다. 국방부는 군·경 합동조사 TF의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감시 체계를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갈 방침이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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