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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SK 데려오자" 정치권서 '툭'...기업은 '끙끙' 말도 못 하는 속사정

머니투데이 이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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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SK 데려오자" 정치권서 '툭'...기업은 '끙끙' 말도 못 하는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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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흔드는 여의도](하편)
여의도발 '훈수'에 기업들 '끙끙'..."정치의 기업활동 개입 차단 제도적 방지를"⑤

[편집자주] 국가 백년지대계인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마저 선거용 표몰이 수단으로 전락했다. 이미 첫 삽을 뜬 용인 클러스터를 흔드는 정치권의 '아니면 말고'식 발언이 기업과 국가 경쟁력에 미치는 해악을 고발한다. 상편에서는 '인재와 인프라'라는 현실적 이유로 용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기업의 절박함을, 하편에서는 반복되는 '정치 리스크'의 비용과 이를 끊어낼 제도적 제언을 담는다.

[용인=뉴시스] 김종택 기자 = 9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에서 분주하게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공동취재) 2026.01.09. photo@newsis.com /사진=

[용인=뉴시스] 김종택 기자 = 9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에서 분주하게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공동취재) 2026.01.09. photo@newsis.com /사진=


"정치인들이 선거를 위해 대기업을 팔아도 기업 입장에서는 말도 못하고 끙끙 앓는다. 기업은 정치에 대해 코멘트하는 것을 금기로 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사장(무선사업부장) 출신인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의 말이다. 작년말부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를 두고 벌어지는 논란은 정치인의 말 한 마디가 우리 경제를 어떻게 좌지우지할 수 있는지를 극명히 보여주는 실례다.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인데도 기업 입장에선 정치권에 입장을 밝히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국가적으로 추진되는 기업의 대규모 사업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려면 제도적 방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반도체 클러스터를 새만금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이후 당사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절 공식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사업 공정이 적잖이 진행된 상황에서 나온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새만금(전북) 이전 주장은 기업 입장에선 상당 규모의 매몰비용과 기회비용을 부담하라는 의미다. 그런데도 속으로만 끙끙 앓을 뿐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구조다.

재계에선 정치권에 입바른 소리라도 했다간 기업 활동에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불문율이다. 입법 권력이 갈수록 비대해 지면서 기업 총수에 대한 압박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여의도 정치인에게 기업이 이미 확정해 추진 중인 사업을 멈춰 세울 수 힘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치인이 사명(기업명)을 언급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존재한다"고 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가 국가 주도 성장 경로를 밟다보니 정치권의 영향력이 재계 전반에 크게 미치고 있다"며 "(정치 영역에서) 기업을 압박하는 경우가 흔하다"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특히 "산업 클러스터와 공항 등 대규모 경제 인프라는 경제의 영역에서 경제적인 판단을 거쳐 결정돼야 한다"며 "정치가 모든 걸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문화를 제도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 영역의 침범과 개입을 법과 제도로 막아놓은 대표적인 해외 사례는 독일에서 찾을 수 있다. 독일의 연방행정절차법(VwVfG)은 행정 행위가 적법하게 확정되면 취소·변경은 법이 명시적으로 허용한 경우에만 가능토록 규정한다. 기간산업(철도, 고속도로, 공항, 에너지, 반도체 공장 등)의 허가가 확정되고 난 후에는 지방정부나 하위 행정청, 개별 인허가 기관에서 추가조건을 달거나 변경을 요구할 수 없다.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처럼 정치인이 말 한 마디에 국가 백년지대계가 휘둘리는 일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미국이 반도체 생산 시설의 자국 유치를 위해 제정한 '칩스법(CHIPS Act)'도 정치의 부적절한 개입을 막은 하나의 사례로 언급된다. 연방제 국가로 지방분권이 제도적으로 자리잡은 미국에선 연방정부와 주 정부, 지방정부 간 갈등이 흔하다. 칩스법은 지방정부가 국가 사업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반도체 프로젝트의 환경영향평가 주관 기관을 연방정부에 맡기고, 연방 차원에서 우선 프로젝트로 지정해 사업에 속도를 내도록 했다.


한국도 독일과 미국 사례처럼 국가전략산업단지 조성시 특별법을 통해 사업 변경 요구를 원천 차단하는 조항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 입장에서 (지역에) 사업을 유치하는 건 중요한 업무여서 변경이 가능하다면 얼마든지 하려고 하는 유인이 있다"며 "(사업계획) 확정 이후엔 변경이 불가능하도록 제도적 방지책을 만들면 논란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선거철마다 나오는 '아니면 말고' 식 공약을 평가해 공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실성 없는 공약(空約) 남발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계산해 정치인을 평가하는 잣대 중 하나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경제) 현실과 동떨어진 무책임한 정치적 발언을 일삼는 게 한국 정치의 악습 중 하나"라며 "이런 현상이 덜한 정치 선진국 유럽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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