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구형 뛰어넘은 예상 밖 중형 이유는…
한 '만류하려 했다' 주장에 "원격으로 국무회의 가능" 일축
포고령 작성·軍 국회점거, 국헌문란·폭동 해당 내란죄 성립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방조,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해 자리에 앉아있다./사진=서울중앙지방법원 영상 캡처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는 21일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한 전총리의 1심 선고공판에서 먼저 12·3 비상계엄이 내란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밝혔다. 그 전제 아래 한 전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허위공문서 작성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위반 △위증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헌법이 정한 민주적 절차가 아닌 폭력 등의 수단에 의해 헌법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용인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무회의 심의라는 외관을 형성한 후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헌법에 따라 보장되는 의회·정당제도 등을 부인하는 내용의 포고령을 발령하며 군병력과 경찰공무원을 동원해 국회·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을 점거·출입통제하거나 압수수색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대한민국 영토 전부에서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다수인을 결합해 유형력을 행사하고 해악을 고지함으로써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는 폭동을 일으켰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처음으로 12·3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에 해당한다는 사법적 판단이 나온 순간이었다. 형법상 내란은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면 성립한다. 의회·정당제도를 부인하는 등 헌법과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내용의 포고령이 작성됐기 때문에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이 인정된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다. 또 다수의 군병력과 경찰공무원이 동원돼 국회 등을 점거한 행위는 폭동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총리는 재판과정에서 비상계엄 선포를 만류하려 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비상계엄 선포요건을 갖추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만 선별해 소집하는데 관여했다는 점이 인정된 탓이다.
재판부는 "대통령실에 있는 국무회의장에는 원격영상회의 방식으로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장치가 갖춰져 있으므로 한 전총리가 국무위원들의 뜻을 모아 비상계엄 선포를 만류하고자 했다면 세종시 등에 있는 국무위원들까지 모두 참석할 수 있도록 원격영상회의 방식으로 개의할 것을 제안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그러나 한 전총리가 그와 같은 방식의 국무회의를 제안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한 전총리가 명시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하지 않은 것과 관련, 그가 비상계엄 선포를 지지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취지의 말을 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본인 진술에 따르면 한 전총리는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사유로 든 국회의 탄핵소추와 예산삭감 등이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는데 공감해왔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주장하는 비상계엄의 필요성과 정당성에 동의해 그 실행을 지지했기 때문이라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한 전총리에게 중형을 선고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면서는 12·3 비상계엄 선포를 '친위 쿠데타'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12·3 내란은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와 그 추종세력에 의한 것으로 성격상 '위로부터의 내란'이라며 이같은 형태의 내란은 '친위 쿠데타'"라며 "'친위 쿠데타'의 위험성의 정도는 '아래로부터의 내란'과 비교할 수 없다. 왜냐하면 무엇보다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가 헌법과 법률을 경시하고 위반하는 내란행위를 함으로써 국민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신념 자체를 뿌리째 흔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한 전총리는 국무총리로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고 헌법을 수호하고 실현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헌법적 의무를 부담하는데도 12·3 내란이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의무와 책임을 끝내 외면하고 오히려 그 일원으로 가담하기로 선택했다"고 꾸짖었다.
송민경 (변호사)기자 mksong@mt.co.kr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이혜수 기자 esc@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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