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서울경제 언론사 이미지

래커칠 성신여대생 "압수수색, 성범죄자보다 더한 취급"···경찰 "원칙대로 했다"

서울경제 김도연 기자
원문보기

래커칠 성신여대생 "압수수색, 성범죄자보다 더한 취급"···경찰 "원칙대로 했다"

서울맑음 / -3.9 °


성신여대에서 래커칠 시위를 벌인 학생들이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잉수사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성북경찰서는 이달 15일 2024년 남학생 입학 반대와 관련해 래커칠 시위를 벌인 성신여자대학교 학생들의 자택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수사 대상은 최소 3명 이상으로, 이들은 지난해 11월 서울 돈암동 성신여대 캠퍼스 내에 래커칠을 한 혐의(재물손괴)를 받고 있다.

압수수색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제 친구가 부당하게 압수수색을 당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글이 게시되며 논란이 확산됐다.

해당 게시글에 따르면 압수수색을 당한 학생 A씨는 당일 아침잠을 자던 중 "당장 문을 열지 않으면 강제로 열겠다"는 남자 목소리와 함께 문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이후 문을 열자 경찰관 5명이 들어와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A씨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생리혈이 새서 화장실에 가려 했으나 남성 경찰관에게 생리혈을 닦아 보여줘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동 성범죄자보다 더한 취급을 받는 게 믿기지 않고 너무 힘들다"며 "아침이 되면 문을 미친 듯이 두드리는 소리가 들릴까 불안해 매일 약에 의존해 잠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북경찰서 관계자는 “생리혈을 닦아서 남성 경찰관한테 보여주게 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A씨가 생리를 시작했다고 해서 남성 경찰관 3명은 집에서 나오고 여성 경찰관 2명이 남았다"고 반박했다.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대해서도 "원칙대로 수사에 임했다"며 "저희는 발부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을 뿐이고 압수수색 집행 과정을 동영상 자료로 다 찍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사는 성신여대가 학생들을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학생들이 성신여대가 국제학부에 남성 지원자의 입학을 허용한 것에 반발해 2024년 11월 캠퍼스 내에서 래커칠 시위를 벌이자 성신여대는 약 5개월 뒤 재물손괴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법조계에서는 재물손괴 혐의로 자택 압수수색까지 이뤄진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재물손괴가 사람이 다치는 범죄는 아니다 보니 자택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것이 흔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정준영 법무법인 충정 변호사도 “재물손괴가 큰 범죄는 아니기 때문에 통상 이 혐의로 바로 압수수색이 이뤄지지는 않는다"며 "재물손괴 혐의에도 증거 확보를 위해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될 수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대자보를 만들고 래커칠을 한 정도 가지고 압수수색을 하는 건 일반적이지 않은 게 맞다"고 설명했다.

법조계는 성신여대 측이 학생들을 처벌하기를 바라고 있고, 양측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 때문에 압수수색까지 진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곽 변호사는 "결국 재물손괴 사건에선 고소인과 피고소인의 합의가 중요한데, 성신여대의 경우엔 합의가 안 되고 있어 수사 강도도 높아진 것"이라며 "동덕여대의 경우 학교가 학생들에 대해 고소를 취하했지만, 성신여대는 학생과 합의를 안 해주고 처벌을 아직 원하는 상황이니 경찰 수사가 더 고강도로 진행된다"고 분석했다.

앞서 동덕여자대학교도 남녀 공학 전환에 반발해 래커칠 시위를 벌인 학생들이 있었다. 다만 동덕여대 교수들은 학교가 법적 대응에 나서자 “학생을 상대로 전면전을 치러선 안 된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김도연 기자 doremi@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