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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석 행성의 주재료 ‘규산염’ 탄생 비밀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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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석 행성의 주재료 ‘규산염’ 탄생 비밀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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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원시별이 태어나 성장해가는 단계에서 규산염이 결정화하는 과정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그림은 행성들이 형성되고 있는 원시행성 원반으로 둘러싸인 어린 별 상상도. 유럽남방천문대(ESO) 제공

국내 연구진이 원시별이 태어나 성장해가는 단계에서 규산염이 결정화하는 과정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그림은 행성들이 형성되고 있는 원시행성 원반으로 둘러싸인 어린 별 상상도. 유럽남방천문대(ESO) 제공


이제 막 형성되고 있는 원시별(태아별)은 주변 가스와 먼지를 일정한 속도로 꾸준하게 빨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간헐적 강착을 통해 성장한다. 간헐적 강착이란 태아별이 평소엔 천천히 물질을 빨아들이다(휴지기) 특정 시기가 되면 엄청난 양을 한꺼번에 빨아들이는(폭발기) 과정을 가리키는 말이다.



폭발적인 강착이 일어나면 별은 밝아지고, 이 과정에서 방출되는 막대한 에너지가 별을 둘러싸고 있는 원시행성계 원반을 뜨겁게 가열하게 된다. 이로 인해 행성과 소행성, 혜성의 성분이 되는 원반 물질의 화학·광물학적 상태가 크게 바뀐다. 지구와 같은 암석형 행성이나 혜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결정질 규산염은 이런 과정을 통해 형성됐다. 지구의 지각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의 약 90%를 차지하는 규산염의 대부분이 결정질이다. 그러나 원시별의 이런 성장 과정은 이론적 예측일 뿐 그동안 실제로 확인하지는 못했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이정은 교수 연구팀이 시별이 태어나 성장해가는 단계에서 규산염이 결정화하는 과정을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 관측을 통해 처음으로 확인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그림2) 폭발기에 원시행성계 원반에서 일어나는 규산염 결정화와 이동 과정을 나타낸 그림이다. 원반의 왼쪽은 원반 내부의 온도 분포와 규산염 종류별 결정화가 일어나는 영역을 표시했다. 연두색은 결정질 휘석, 초록색은 결정질 감람석 영역이다. 원반의 오른쪽은 결정질 규산염이 혼합되고 이동하는 과정을 나타낸다. 회색은 비결정질 규산염 먼지, 초록색과 연두색 구형 입자는 각각 결정질 감람석과 결정질 휘석이다. 이정은 교수 제공

(그림2) 폭발기에 원시행성계 원반에서 일어나는 규산염 결정화와 이동 과정을 나타낸 그림이다. 원반의 왼쪽은 원반 내부의 온도 분포와 규산염 종류별 결정화가 일어나는 영역을 표시했다. 연두색은 결정질 휘석, 초록색은 결정질 감람석 영역이다. 원반의 오른쪽은 결정질 규산염이 혼합되고 이동하는 과정을 나타낸다. 회색은 비결정질 규산염 먼지, 초록색과 연두색 구형 입자는 각각 결정질 감람석과 결정질 휘석이다. 이정은 교수 제공




별의 밝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데 착안





결정질 규산염은 600도 이상의 고온 환경에서만 형성된다. 그런데 온도가 매우 낮은 태양계 외곽에 있는 혜성에서도 결정질 규산염이 발견된다. 고온 환경에서 형성된 물질이 어떻게 태양계 외곽까지 이동했는지에 대해선 난류 혼합이나 대규모 물질 운반, 국지적 가열 등 여러 가설이 나왔다. 하지만 이것 역시 그동안 관측을 통해 검증하지는 못했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서도 원반 안쪽에서 만들어진 물질이 외곽까지 이동해갈 수 있는 운반 통로(원반 바람)를 함께 발견함으로써 초기 태양계 형성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중요한 증거를 확보했다.



이번 연구는 두꺼운 가스와 먼지 구름의 안쪽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중적외선분광기(MIRI) 덕분에 가능했다. 연구진은 1420광년 거리에 있는 뱀자리성운의 원시별 EC 53을 이론을 검증할 수 있는 천체로 삼았다. 이 별이 18개월 주기로 밝기가 변화하는 것으로 보아, 폭발기와 휴지기를 명확히 구분해 확인할 수 있는 천체로 판단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한 원시별 EC 53의 중적외석 분광 스펙트럼. 위 그림에서 빨간색이 폭발기, 파란색이 휴지기다. 아래 그림은 폭발기와 휴지기 사이의 밝기 비율을 나타낸 그래프다. 10μm 파장대 부근에서 큰 증가가 확인된다. 이정은 교수 제공

제임스웹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한 원시별 EC 53의 중적외석 분광 스펙트럼. 위 그림에서 빨간색이 폭발기, 파란색이 휴지기다. 아래 그림은 폭발기와 휴지기 사이의 밝기 비율을 나타낸 그래프다. 10μm 파장대 부근에서 큰 증가가 확인된다. 이정은 교수 제공




원반풍 타고 원반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연구진이 2023년 10월 휴지기와 2024년 5월 폭발기를 선택해 관측한 결과, 폭발 단계에서만 결정질 광물의 스펙트럼이 검출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규산염 결정화가 원시별에 가까운 뜨거운 원반 안쪽에서 실제로 일어났다는 걸 뜻한다.



연구진은 또 원반 중심부의 고속 원자 제트와 그 바깥쪽의 저속 분자 유출 구조도 확인했다. 이는 원반 안쪽에서 생성된 결정질 규산염을 차가운 외곽으로 운반할 수 있는 원반풍이 존재한다는 걸 뜻한다. 원반풍은 원시행성 원반의 안쪽 영역에서 가열이나 자기장 작용으로 발생해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가스 흐름을 말한다.



이번 발견은 폭발기와 휴지기 스펙트럼의 밝기 비율을 비교하던 중 그 형태가 20년 전 스피처 적외선 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한 혜성의 규산염 방출 구조와 비슷하다는 점을 알아차린 것이 결정적 힌트가 됐다. 연구진은 2000년대 초반부터 스피처, 허셜, 아카리 적외선 우주망원경을 관측해온 연구 경험이 스펙트럼을 해석하는 안목을 넓혀줬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이정은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는 오랜 기간 별이 태어나는 과정을 연구하면서 축적된 경험이 과학적 발견으로 이어진 사례”라며 “앞으로 후속 관측을 통해 규산염 결정화와 물질 이동 과정의 보편성을 검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논문 정보



Accretion bursts crystallize silicates in a planet-forming disk.



DOI 10.1038/s41586-025-09939-3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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