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현 기자(=대구)(tkpressian@gmail.com)]
대구의 한 아파트 경관조명이 법적 기준을 수십 배 넘겨 이웃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른 가운데, 과태료가 시공사가 아닌 입주민에게 부과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준공 당시에는 걸러지지 않았던 위법 시설의 책임을 입주민에게 전가하는 현행 법·제도의 모순과 탁상 행정이 도마위에 올랐다.
▲ (이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아파트 맞은편에 위치한 풋살장 조명으로 인해 늦은 밤인데도 밝다. ⓒ 연합뉴스 |
기준치 36배 상회하는 '민폐 조명'
21일 <프레시안> 취재에 따르면, 지난 2024년 대구 북구 오페라W의 경관조명 밝기(휘도)를 측정한 결과 평균 907cd/㎡로 확인됐다.
이는 ‘빛공해 방지법’이 정한 기준인 25cd/㎡를 약 36배 웃도는 수치다. 조명 불빛 가시거리가 밤새 인근 주거지로 까지 뻗쳐나오면서 수면 방해 등 생활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이 이어졌다.
대구 북구청은 현장측정 등을 통해 위법성을 확인한 뒤 지난해 해당 조명의 관리 주체인 입주자대표회의에 과태료를 부과했다. 현행 제도상 조명 시설의 유지·관리를 책임지는 주체가 입주민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주민들은 “조명은 입주 전 시공사가 설치했고, 준공 승인까지 받았다”며 책임 전가라고 반발하는 등 처분에 반발해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입주민들은 시공사인 IS동서가 설치한 설비를 그대로 사용했을 뿐인데 왜 소유자가 책임을 떠안아야 하느냐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IS동서 측에 과태료 대납 등을 촉구하는 공문을 지난 17일 발송했다고 밝혔다.
밤잠 설치는 이웃, 입주민은 과태료 처분… IS동서 ‘민폐 조명’이 키운 분쟁
‘엇박자 행정’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대구 북구청은 과거 해당 단지에 대해 사용승인(준공)을 내주었으나, 당시에는 경관조명의 빛공해 위법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시공사에 법적 기준을 준수하라는 통보는 했다고 덧붙였다.
북구청 측은 “사용승인은 건축법상 요건을 확인하는 절차일 뿐 빛공해 위반 여부를 직접 확인할 의무는 없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입주 후 민원이 발생하자 법 위반 원인은 고려하지 않고 사후 관리자에 불과한 입주자대표회의에 과태료를 부과했다.
건축 행정과 환경 규제가 유기적으로 결합하지 못한 데서 발생한 전형적인 행정 사각지대라는 해석과 함께 책임이 전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부동산 업계 관계자인 김 모 씨(58)는 이를 두고 “책임의 주체를 거꾸로 세운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김 씨는 “시공은 IS동서가 했는데 책임은 아파트 입주민이 지는 구조 자체가 모순적이며, 그 피해는 인근 주민들에게까지 이어진다”라며 “행정청이 준공검사 당시 위법 여부를 확인할 의무는 없다는 식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전형적인 행정의 오류”라고 비판했다.
<프레시안>의 복수의 경로를 통한 입장 요청에 “관련 부서에 전달하겠다”는 답변만 있을 뿐, 구체적인 해명이나 공식적인 입장 등은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대구시는 2023년 대구역 오페라W 아파트 989세대 및 오피스텔 99실에 대해서 품질 점검을 실시한 결과 86건의 품질 불량을 지적해 보수·보강 조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해당 아파트의 일부세대는 하자보수와 관련해 시공사와 갈등을 이어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권용현 기자(=대구)(tkpressi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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