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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앱 배달하는데 퇴직금은 누가?"⋯'근로자 추정제' 논란

아이뉴스24 전다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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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앱 배달하는데 퇴직금은 누가?"⋯'근로자 추정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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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성 입증 책임 사업자에 지울 계획⋯사용자·노동자 모두 '갸우뚱'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정부가 배달 라이더 등 프리랜서·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를 개인사업자가 아닌 '근로자'로 추정하는 입법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배달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플랫폼 비용 급등으로 인한 산업 위축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라이더 한 명이 다수 배달앱의 일감을 떠맡는 배달시장 특성을 고려할 때, 어느 플랫폼이 책임을 질 것이냐는 또다른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게다가 라이더들조차 노동의 유연성 하락과 실질 소득의 감소를 걱정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플랫폼 시대에 적합한 노동정책 수립을 두고 추가적인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음식을 배달 중인 라이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음식을 배달 중인 라이더 모습. [사진=연합뉴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용노동부는 노동절인 오는 5월 1일을 목표로 '권리 밖 노동자 보호를 위한 패키지 입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현행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프리랜서·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도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추정하는 '근로자 추정제'가 핵심이다. 기존에는 배달 라이더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경우 민사 노동 분쟁이 생기면 자신의 근로자성을 입증해야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는데, 이 제도가 도입되면 입증 책임이 사업자로 넘어가게 된다.

이에 따라 특수고용 노동자은 최저임금, 주52시간제, 퇴직금, 주휴수당, 4대 보험 적용 을 이전보다 쉽게 요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아직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진 않았지만, 배달업계는 벌써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라이더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면 통상의 근로계약 대신 유연한 노무제공계약을 맺어 오던 플랫폼 사업자들에게는 큰 타격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의 경우 이미 플랫폼들이 일부 부담하고 있고, 4대보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기존에 부담하지 않던 국민연금·건강보험은 절대적 비율이 크기에 관련 지출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근로자성 인정을 둘러싼 분쟁이 늘어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최근 들어 근로자성 입증 관련 소송이 상당수 진행 중인데,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된다면 노동자가 더 쉽게 소송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입증 책임에 대한 부담, 소송 비용 증가 등은 곧 고용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한 플랫폼이 라이더 일자리 자체를 지금보다 줄이거나, 배달비 등 관련 요금을 늘려 그 부담이 소비자나 자영업자에게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멀티 호밍'이 일반적인 배달 시장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대다수 라이더가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는 상황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사용자를 특정해 최저임금, 퇴직금 등을 산정해야 할지 애매하다는 것이다.

라이더 입장에선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는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다. 실제로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직고용 라이더를 표방하며 2022년 손자 회사 '딜리버리N'을 세웠지만, 주 52시간제 등으로 인해 지원이 저조해 지난해 법인을 청산한 바 있다. 현재 배민이 도입을 추진 중인 새 배차 시스템 '로드러너' 역시 자율성 침해를 이유로 라이더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상태다.

세금·보험료 부담 증가로 라이더들의 실질 소득이 감소할 수 있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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