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 증시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평가가 미국 대형 운용사에서 나왔다. 일본의 기업 지배구조 개혁을 반면교사 삼은 한국식 ‘밸류업 정책’이 주가 상승을 구조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뉴욕에 본사를 둔 글로벌 투자운용사 퍼스트이글 인베스트먼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기록적인 랠리 이후에도 한국 증시는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고 진단했다. 퍼스트이글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크리스티안 헤크는 “한국은 일본이 기업 개혁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지켜본 덕분에 더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약 1760억달러(약 260조원)를 운용하는 퍼스트이글은 최근 삼성전자 등 한국 핵심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헤크가 운용하는 170억달러 규모의 ‘퍼스트이글 오버시즈 펀드’는 올해 들어 수익률 기준으로 동종 펀드의 90% 이상을 웃돌았으며, 1년 수익률은 약 44%에 달한다.
퍼스트이글은 한국 증시 낙관론의 핵심 배경으로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꼽았다.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저조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기록한 상장사를 중심으로 개선을 유도하는 방식이 2023년 일본 증시의 변곡점을 만들었던 개혁과 유사하지만, 속도와 강도 면에서는 더 앞서 있다는 평가다.
상장된 기업들이 2025년까지 총 20조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21조4000억원어치 주식 소각 계획을 잇달아 내놓은 점도 긍정적 신호로 꼽힌다. 여기에 현금 배당 규모 역시 전년보다 11.1% 늘어난 50조9000억원에 달하며, 주주환원 강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일본은 2023년 도쿄증권거래소가 자기자본비용보다 낮은 밸류에이션의 기업에 개선 계획 제출을 요구하면서 토픽스(TOPIX) 지수가 급등하는 전환점을 맞았다. 퍼스트이글은 한국이 이미 이 단계에 진입했으며, 정책 집행 속도는 오히려 일본보다 빠르다고 봤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76% 급등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약 16% 상승하며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최상위권 성과를 기록 중이다. 그럼에도 코스피의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약 1.5배로, 일본 토픽스보다 낮아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헤크는 “최근 랠리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관련 대형주에 다소 집중돼 있고 개인투자자 참여가 제한적인 점은 리스크”라면서도 “개별 기업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경쟁력 있는 종목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은 정밀 제조와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김여진 기자 aftershoc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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