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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람인데 누가 죽고 싶겠냐” 우크라이나전 북한군 포로, 韓 귀순 희망

헤럴드경제 문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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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사람인데 누가 죽고 싶겠냐” 우크라이나전 북한군 포로, 韓 귀순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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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강은(왼쪽)과 백평강. [MBC ‘PD수첩’]

리강은(왼쪽)과 백평강. [MBC ‘PD수첩’]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우크라이나전에 파병됐다가 부상을 입고 포로로 잡힌 북한군 2명이 한국으로의 귀순 의사를 밝혔다.

김영미 국제분쟁전문 PD가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 수감 시설에서 북한군 저격수 리강은(27)씨와 소총수 백평강(22)씨를 인터뷰한 영상이 MBC 방송 ‘PD수첩’을 통해 지난 20일 공개됐다.

리씨는 인터뷰에서 “난 처음부터 (한국으로) 가겠다고 말했어요”라고 말했다. 백씨 역시 “한국으로 가야 된다는 건 이제 확고해졌다”고 했다.

두 사람은 모두 죽지 못하고 포로가 됐다는 사실에 죄책감과 두려움을 느끼며 가족의 신병을 걱정했다.

리 씨는 “살아있는게 불편하다. 어머니가 살아계신지도 모르겠다”며 “나 때문에 잘못되지나 않았는지”라며 가족의 안전을 우려했다.

그는 “포로가 되면 역적이고 나라를 배반한 거랑 같다”며 “원래는 살아있을 가치를 못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은 포로가 되지 않겠다고 다 자폭했는데 나는 자폭을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 앞으로의 삶이, 그 때 죽지 못한 후회가 100배로 돌아오지 않겠느냐”며 “더 처참하게 죽을 수도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다른 포로인 백씨는 포로가 된 순간 “(자폭하려)수류탄을 찾았는데 수류탄이 없었고 죽지도 못하는 상황이어서 막막했다”며 “포로가 되어 이렇게 구차하게 살 수 없지 않느냐”고 했다.


그는 “조선 군인은 포로가 될 수 없다”며 “포로가 됐다는 것 자체가 죄”라고 했다.

한편으론 “나로 인해서 부모들한테 안 좋은 영향이 간다면 그게 더 불효자식”이라며 “깨끗하게 죽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고까지 했다.

리강은(왼쪽)과 백평강. [우크라이나 정보국·MBC ‘PD수첩’]

리강은(왼쪽)과 백평강. [우크라이나 정보국·MBC ‘PD수첩’]



두 사람이 포로가 됐던 과정들도 소개됐다.


리씨는 지난해 1월 쿠르스크 지역 전투 중 총상을 입어 의식이 희미해진 상황에서 포로가 됐다. 팔에 맞은 총탄이 관통해 턱을 뚫었고 턱뼈가 부서져 나갔다. 포로가 되는 과정에서도 포로가 되지 않기 위해 애썼던 상황도 전해졌다.

백씨도 부상을 입은 상황에서 포로가 됐다.

그는 “(부상을 입고) 쓰러져 있은 지 4일째 되는 때 우크라이나군이 숲으로 들어왔다”며 “수류탄 꺼내들고 ‘다가오면 터트리겠다’고 하니까 러시아군이라고 해 속아서 포로가 됐다”고 말했다.

가족에 대한 감정도 전했다.

백씨는 북한에 있는 자신의 어머니는 아들이 우크라이나전에 투입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면서 “입대할 때 차창 밖으로 손 내밀면서 손 잡아 본 게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같은 사람인데 죽고픈 사람이 어디 있고 목숨을 그렇게 쉽게 여기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라며 “별 수가 없으니까, 막다른 골목에서 그렇게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