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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국민연금 보험료, 지역가입자는 힘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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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국민연금 보험료, 지역가입자는 힘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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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9%에서 9.5%로 인상됐다. 사업장 가입자는 1998년 이후 28년 만에, 지역가입자는 2005년 이래 21년 만의 인상이다. 보험료율은 앞으로도 매년 0.5%포인트씩 올라 2033년에 13%까지 도달할 예정이다. 사회보험 중 국민연금 보험료가 가장 높아 부담이 크지만,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가입자들이 감수해야 할 불가피한 인상이다.

그럼에도 이 인상이 정말 힘겨운 집단이 있다. 바로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 국민연금에서 도시 지역가입자로 편재된 분들이다. 현재 사업장 가입자는 보험료의 절반을 기업에서, 지역가입자 중 농어업인은 소득이 월 106만원 이하이면 보험료의 절반, 월 500만원 소득까지는 일정액을 국가로부터 지원받는다. 반면 도시 지역가입자는 다르다. 이미 지금도 국민연금 보험료를 전액 본인이 납부하기에 힘겨운데, 앞으로 계속 오르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민연금 개혁으로 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했다면 이를 따라가기 어려운 집단을 위해서는 지원책이 꼭 필요하다.

보건복지부는 말한다. 올해부터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 사업을 대폭 확대했다고. 작년까지는 소득이 없어 보험료를 내지 않다가 다시 납부를 시작하는 ‘납부재개자’에게만 절반을 지원했는데 이제는 소득을 기준으로 삼아 대상을 늘렸다는 의미이다. 복지부는 이 사업을 “2026년 보건복지부 예산안 주요사업 20선”의 하나로 적극 홍보하기도 했다. 정말 자랑할 만한 사업인가? 거꾸로이다. 이 정책은 정부가 얼마나 도시 지역가입자에게 무심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 사업의 구조는 간단하다. 월소득이 80만원 미만인 도시 지역가입자에게 생애 1년 동안 보험료의 절반을 지원한다. 여기서 주목할 수치는 ‘생애 1년’이다. 도시 지역가입자는 국민연금 가입자 중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집단이다. 우리나라 계층화 구조에서 대부분 1년 후에도 소득 개선을 이루기 힘든 분들이다. 그런데도 지원 기간을 ‘생애 1년’으로 한정한다. 저소득 가입자를 위한 제도라면 해당자가 저소득 상황에 있으면 계속 지원하는 게 상식이다. 어떻게 제도를 이렇게 설계할 수 있는지 말문이 막힌다.

복지부는 내 탓이 아니라고 변명할 수 있다. 물론 ‘생애 1년’은 작년 국회가 국민연금법을 개정하면서 법률에 명시한 항목이므로 최종적으로 국회의 책임이라 볼 수 있다. 그토록 말로는 국민연금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지원해 노후보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정작 법률에 ‘생애 1년’을 걸어놓는 게 국회의 민낯이다.

복지부는 이 사업의 부실 설계에서 자유로운가? 도시 지역가입자 지원에 소극적인 건 입법부와 별반 다르지 않다. 바로 ‘80만원 미만’ 조건이다. 이 사업에서 행정부가 관여할 수 있는 건 시행령으로 위임된 지원 대상 범위이다. 복지부는 지원 대상 소득을 월 ‘80만원 미만’으로 정했다. 이리 소득이 적어야 ‘저소득층’일 수 있다니. 월 100만원대를 버는 프리랜서,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계속 오를 국민연금 보험료를 전액 감당할 수 있다고 보는가?


또 있다. 복지부는 올해 예산을 편성하며 전체 80만원 미만 소득자 중 65%만 지원을 신청할 것이라고 가정했다. 신청률을 굳이 이렇게 낮게 잡은 의도가 무엇일까? 국민연금공단은 모든 가입자의 소득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모두가 절반만 납부하도록 제도를 운영하면 되는 것 아닌가. 정말 생계마저 힘든 도시 지역가입자를 지원하려는 의지가 있는가?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은 작년 연금개혁에서 이룬 의미 있는 결과이다. 보험료를 납부하는 가입자, 기업이 자신의 추가 부담을 받아들인 용단이다. 여기에서 정부의 몫은 무엇인가? 도시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책임을 분담하는 사용자 역할을 해야 하지 않는가? 정부가 그 명분으로 이 사업을 내놓았는데, 이렇게 생색내기에 그칠 수 있는가, 이리도 인색할 수 있는가?

국회와 정부는 조속히 이 사업을 보완해야 한다. 우선 국회는 국민연금법을 개정해 ‘생애 1년’ 문구를 삭제해야 한다. 납부재개자 지원 제도라면 다시 납부하는 특정 시점만 지원할 수 있지만 저소득층이 대상이라며 생애 지원기간에 제한을 두어선 안 된다. 복지부도 지원 대상을 대폭 늘리는 적극적 행정을 펴야 한다. 도시 지역가입자에게도 농어업인 수준으로 지원하고, 신청 방식에 편승해 예산을 줄여보려는 시도도 그만두어야 한다.


제발 상식에 맞게 정책을 펴자. 이 사업이 왜 필요했는지, 그 목적을 망각하지 말자.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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