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이데일리 언론사 이미지

그린란드 병합·AI 패권 선언…다보스포럼 흔드는 트럼프

이데일리 임유경
원문보기

그린란드 병합·AI 패권 선언…다보스포럼 흔드는 트럼프

속보
EU 의회, 트럼프 ‘그린란드 관세’ 위협에 대미 무역협정 승인 연기
미국, 역대 최대 대표단 참가
트럼프, 평화위 공식화 등 전망
유럽 정상, 관세 위협 강력 반발
나토 사무총장 등과 회담 주목
엔비디아 등 빅테크 경영진 동행
AI 산업계와 긴밀한 협력 예고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올해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중심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섰다. 그가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을 반대하는 유럽 동맹국들을 관세로 위협하는 등 국제 질서 전반을 흔드는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이번 포럼이 열리면서다. 동시에 지난해 세계 경제를 관통한 키워드인 ‘인공지능(AI) 붐’은 이번 포럼의 또 하나의 핵심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


전 세계 정재계 인사들이 모여 글로벌 현안을 논의하는 WEF 연차총회가 19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막했다. 올해 행사는 ‘대화의 정신’을 주제로 23일까지 닷새 동안 열리며, 이 기간 패널 토론과 정상급 특별연설 등 200여개 세션이 진행된다.

올해 다보스포럼은 그 어느 때보다 미국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는 모양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국무·재무·상무·에너지 장관, 스티브 윗코프 특사 등 역대 최대 규모 대표단을 보낸다. 또 마이크로소프트(MS)·엔비디아·오픈AI·구글딥마인드·앤스로픽·팔란티어 등 미국 테크기업 경영진도 대거 동행한다.

관심은 이미 오는 21일 오후 2시30분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특별 연설에 쏠리고 있다. 이번 연설에서 그는 그린란드 병합 시도 의지를 재차 강조하고, 유엔을 대체할 수 있는 평화위원회 공식화, 미국의 에너지·AI 패권, 우크라이나 종전 중재 등을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영향력 두드러져…그린란드 문제 분수령

그린란드를 둘러싸고 촉발된 미국과 유럽 간 팽팽한 긴장감은 트럼프 대통령이 스위스에 도착하기 전부터 다보스포럼에서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스위스로 향하기 직전 백악관에서 열린 취임 1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 구상에 반대하는 유럽 국가들에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유럽연합(EU)이 지난해 무역합의에서 약속한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미국의 그린란드 매입 구상에 반대해 그린란드에 병력을 보낸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 핀란드 등 유럽 8개국에 대해 내달 1일부터 10%, 오는 6월1일부터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이번 조치에 유럽 국가들이 반발해 EU가 지난해 미국과 체결한 무역합의에서 약속한 60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취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일축한 것이다.


이번 발언은 자신의 그린란드 관련 관세 위협에 대해 유럽 지도자들이 다보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격하게 성토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이 “용납할 수 없는 관세를 영토 주권에 대한 지렛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EU가 ‘힘센 자의 법칙’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 구상에 EU 국가들이 함께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트럼프의 그린란드 관세 위협은 실수이며, 지난해 미국과 EU가 체결한 합의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치든 비즈니스든 합의는 합의다. 친구들이 악수했다면, 그것은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보스포럼은 그린란드 문제의 주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포럼 참석을 계기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등과 회담할 예정이다. EU 정상들은 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확인하고 이후 22일 브뤼셀에서 긴급 정상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구체화할 방침이다. 미국산 제품에 대한 930억유로(약 159조원) 규모의 보복 관세 부과, 무역 바주카포로 불리는 통상위협대응조치(ACI) 등 무역 보복 조치를 실행할지 등이 검토될 전망이다.

AI, 경제 아젠다로 존재감…빅테크 경영진 총출동

트럼프발 정치·외교적 긴장이 다보스포럼을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 분야 의제로 AI가 존재감을 드러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딥마인드 CEO 등 기술 분야 거두들이 대거 참석해 분위기를 달궜다.

올해 참석자 중 한 명인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AI가 향후 1~5년 안에 사무직 초급 일자리의 절반을 없앨 수 있다”고 경고하며, 대규모 재교육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허사비스 CEO는 이와 반대로 “단기적으로는 더 새롭고 의미 있는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다만, 그는 “5~10년 안에 범용인공지능(AGI)이 도입되면 인간에게 충분한 일자리가 제공되지 않을 수 있다”며 “이는 단순히 급여 문제뿐 아니라 삶의 의미와 목적에 대한 더 큰 질문을 제기한다”고 화두를 던졌다. 나델라 CEO는 “AI 도입이 전 세계적으로 불균등하게 이루어질 것이며, 주로 자본과 인프라 접근성에 의해 제약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특별연설 이후 글로벌 CEO들과 회동할 것으로 관측된다. AI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질서를 위협하는 ‘이단아’가 아니라, 막대한 수익 기회를 제공하는 인물로 환영받을 것이라는 게 외신들의 평가다. 대니얼 뉴먼 미국 컨설팅회사 퓨처럼그룹 CEO는 “AI 기업 CEO 대부분은 주주 가치를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그들은 트럼프가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고 관료주의적 장벽을 없애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기후변화나 난민 문제 같은 전통적인 다보스포럼 주요 의제는 올해 상대적으로 주변부로 밀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 (사진=A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