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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눈] 장동혁과 극우의 악마적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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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눈] 장동혁과 극우의 악마적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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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단식투쟁 7일차를 맞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농성장을 찾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손을 잡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단식투쟁 7일차를 맞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농성장을 찾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손을 잡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공수처가 윤석열의 체포·수색 영장을 집행하려 한 지난해 1월, 한국은 내전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윤석열은 경호처를 사병화해 영장 집행을 막았고, 윤석열을 지지하는 극우 군중은 그걸 도왔다. 그 대열에 국민의힘 의원들도 있었다. 1차 집행 시도 때는 45명이, 2차 집행 때는 30명이 한남동 관저 앞에서 “영장 집행은 불법”이라며 ‘인간 방패’ 노릇을 했다. 집권여당 의원들도 대거 가세한 영장 집행 방해는 법질서를 깔아뭉개는 분위기를 조장했고, 며칠 뒤 서울서부지법 폭동으로 이어졌다.

지난 16일 1심 법원은 윤석열의 영장 집행 방해 혐의에 유죄를 선고했다. 공수처 수사도, 영장 집행도 적법하다고 했다. 그러자 그 자신 ‘인간 방패’ 일원이었던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특별한 입장이 없다는 게 국민의힘 입장”이라고 했다. 침묵이 입장이라는 것이다. 내란 문제 앞에서 이도저도 못하는 이 당의 처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1일 1심 법원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 선포는 형법 87조의 내란이고, 한덕수는 이 내란에서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를 수용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했다. 국민의힘 주류는 그런 한덕수를 대선 후보로 옹립하려고 ‘심야 쿠데타’를 벌였다. 내란 2기 정부를 도모한 셈이다. 그래놓고 이번 판결에도 입을 닫았다.

윤석열의 내란 사건 1심 선고공판이 다음달 19일 열린다. 한덕수 1심 결과를 보면 윤석열도 유죄를 받을 것이다. 윤석열을 옹호하고 탄핵·파면을 반대한 국민의힘은 뭐라고 할 것인가.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그의 지휘에 따라 소속 의원 대다수가 비상계엄해제요구안 표결에 불참했다. 이 재판 선고가 나오면 국민의힘은 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지금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12·3 내란을 준비기, 비상계엄 선포, 이후 대선까지의 기간으로 나누어보자. 국민의힘은 비상계엄 선포에 이르도록 윤석열의 폭주를 방조했다. 비상계엄 책임은 윤석열에게 있고, 국민의힘은 그걸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 이후 대선까지의 상황은 다르다. 비상계엄해제요구안 표결 불참,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 방해 동조, 윤석열 탄핵·파면 반대, 한덕수 옹립 시도 등의 책임은 전적으로 국민의힘에 있다. 잇달아 나오는 내란 사건 1심 선고는 그 흑역사에 대한 사법적 결산이다.

국민의힘의 침묵은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잘못해 놓고 왜 사과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참된 사과는 잘못에 책임지는 것,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혁신하는 것까지를 포함한다. 국민의힘은 어떤가. 책임을 제대로 묻는다면 당 지도부를 비롯한 의원 절반 가까이는 정치를 그만둬야 한다. 더구나 장동혁 대표는 극우열차에 올라탄 대가로 당권을 거머쥐었다. 극우·반혁신이 장동혁 체제의 기반이자 정체성이다. 그런 장동혁에게 참된 사과는 이중의 자기부정일 수밖에 없다. 그가 지난 7일 비상계엄에 대해 두루뭉술 사과하면서 비상계엄 이후 당 행태에 대해선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은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국민의힘 극우화는 집권세력 운동장을 넓게 만든다. 국민의힘이 방기한 중도보수 공간을 이재명 대통령이 ‘실용주의 인사’를 내세워 거침없이 치고 들어온다. 검찰개혁을 두고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범여권 내부에서 논쟁이 일면 일었지 국민의힘은 존재감이 제로다. 국민의힘이 극우 꽁무니를 쫓아다니는 동안 범여권이 여야로 역할을 나눠 제한된 대련을 하고 있다.

이런 식이면 지방선거는 해보나마나일 것이다. 이럴 때 내부 비판 세력이 목소리를 내야 정상적인 당이다. 국민의힘 비극은 당 주류를 대체·견제할 세력이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동훈은 당내 게시판 문제로 쫓겨나기 일보 직전이다. 반면 고성국 등 ‘윤 어게인’ 세력은 당에 들어온다. 당의 인적 구성이 오히려 더욱 극우화하는 것이다.

극우의 주류보수화라고 할 이 흐름은 결코 가벼이 볼 문제가 아니다. 중장기적으로 국내 정치·외교·사회 전반에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들이 공천 지분을 행사해 여러 명의 선출직을 배출하고, 그 사람들이 혐중, 부정선거 음모론, 위안부 피해자 혐오, 국민저항권, 윤석열 복권 따위를 주장한다고 상상해보라. 장동혁은 당권이라는 유혹에 굴복해 당을 망치고 민주공화정을 부정하는 길로 가고 있다. 그야말로 ‘악마적 거래’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정제혁 논설위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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