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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광주전남, 이제 새로운 도시브랜드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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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광주전남, 이제 새로운 도시브랜드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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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규 우석대학교 미래융합대학 학장ⓒ

▲황태규 우석대학교 미래융합대학 학장ⓒ


황태규 우석대학교 미래융합대학 학장

전라도라는 이름은 천 년을 넘어 우리 역사 속에 살아 있다.

전라남도라는 이름도 130년의 시간을 품고 있다. 광주전남 통합을 논할 때 우리가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통합하면 무엇을 더 받는가"가 아니라 "통합을 통해 무엇이 새로 만들어지는가"이다.

통합은 행정구역을 이어 붙이는 기술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조직을 탄생시키는 결단이다. 그리고 새로운 조직은 반드시 새로운 정체성과 새로운 이름을 가져야 한다. 이름은 단지 간판이 아니라 국민이 그 공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어떤 미래를 기대하게 되는지를 규정하는 정치·경제·문화적 언어이기 때문이다.

광주전남은 오랫동안 수도권에서 멀다는 이유로 '변방'처럼 인식되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인식은 그 지역이 품고 있는 역사적 깊이와 국가적 기능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광주라는 이름은 고려 태조 23년인 940년에 시작되며, 전라도는 고려 시대 국가 행정체계 속에서 천 년을 넘어 이어져 온 이름이다. 전라남도는 1896년 13도제 개편으로 전라도가 남북으로 분리되며 탄생한 근대적 행정 정체성이다.


광주와 전라도, 전라남도의 이름이 지나온 시간만 보아도 이 공간은 결코 주변부가 아니라 국가의 구조 속에서 오랫동안 뿌리 내린 역사적 기반임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광주전남은 역사적 상징과 정신적 자산만으로 규정되는 지역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생존과 전환을 떠받치는 실질적 기능이 이곳에 집약돼 있다.

전남은 우리나라 해안선의 약 45%를 보유한 최대 해양권역이며 전국 섬의 약 60% 내외가 집중된 다도해의 중심이다. 등록어선의 약 42%가 전남에 집중되어 있고, 수산수출 대표 품목으로 성장한 김 생산 역시 전국의 약 78~80%를 전남이 담당한다.


이것은 단지 자원이 많다는 수준이 아니라, 전남이 대한민국 바다를 '보유한 지역'이 아니라 '운영하는 지역'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대한민국의 해양과 어촌, 수산업의 구조는 이미 전남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광주전남은 육지의 먹거리 기반까지 동시에 갖추고 있다. 전남은 해마다 전국 최상위권의 쌀 생산을 유지해온 대표 곡창지대이며, 2024년에는 통계청 기준 전국 1위 생산을 기록하기도 했다.

바다에서 국가의 단백질을 책임지고, 들판에서 국가의 주식을 책임지는 공간. 민주라는 정신적 자산 위에 해양수산과 식량이라는 국가 생존 기반이 함께 놓여 있는 공간은 대한민국에서 흔치 않다. 광주전남 통합이 단순한 광역행정 개편이 아니라 국가적 재편의 과제로 확장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광주전남의 정체성은 해양과 식량의 기능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 지역이 가진 가장 강력한 자산은 '정신의 브랜드'다. 5·18민주화운동은 광주를 한국 민주주의의 성지로 만들었다.

광주는 단지 지역의 비극과 항쟁을 기억하는 도시가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가 어디에서 다시 일어섰는지를 세계에 보여준 도시다. 그리고 이 정신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았다. 광주는 5·18기념재단이 2000년 제정해 수여해 온 '광주인권상(Gwangju Prize for Human Rights)'을 통해 세계의 인권·

민주주의 활동가들을 지속적으로 조명해 왔다. 광주는 한국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도시를 넘어, 세계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호명하는 국제적 대표도시로 자신의 브랜드를 확장해 온 셈이다.

그런데도 통합 논의는 여전히 '통합하면 예산을 더 준다', '통합하면 공공기관을 더 준다'는 보상 프레임에 갇혀 있다. 이것은 통합을 거래로 축소시키는 방식이며, 통합의 본질을 흐린다.

광주전남 통합이 진짜 통합이 되려면 이 통합체가 국가 운영전략 속에서 어떤 기능을 맡을 것인지가 먼저 규정되어야 한다. 해양국가 전략과 식량안보 전략, 에너지 전환과 문화자산의 세계화, 그리고 민주주의와 인권의 세계적 확장. 광주전남이 수행할 국가적 임무가 분명해질수록 통합은 지역정책을 넘어 국가전략이 된다.

결국 중심 의제는 도시브랜드다. '광주전남특별시'처럼 기존 명칭을 단순 결합하는 방식은 행정적으로는 편하지만, 새 조직의 비전과 확장성을 담아내기 어렵다.

통합은 과거의 간판을 연결하는 작업이 아니라 미래의 간판을 창조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이름을 정하는 일은 단지 명칭을 정하는 일이 아니라, "이 통합체는 무엇을 대표하는가"를 선언하는 작업이다.

이 문제만큼은 정치인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정치의 언어는 절충으로 흐르기 쉽고, 절충은 대개 과거의 틀을 반복한다. 이름은 권력의 산물이 아니라 시민의 미래 선언이어야 한다.

광주전남은 분명한 정체성을 갖고 있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세계도시라는 정신적 자산, 해양수산과 어촌경제를 이끄는 산업적 기반, 식량안보를 떠받치는 곡창의 역할, 에너지 전환과 문화자산을 통해 세계로 확장할 수 있는 미래 잠재력. 지금 필요한 것은 이 모든 정체성을 단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해 내는 전략이다.

이번 통합은 행정 통합의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만들어야 할 미래 도시모델'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광주전남 통합은 '변방으로 남을 것인가, 새 중심이 될 것인가'의 선택이다. 이제 광주전남은 단지 원래 하나였으니 다시 합치는 수준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 기능이 시작되는 새 국가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통합은 과거를 합치는 일이 아니라 미래를 여는 일이다. 그러므로 광주전남은 이번 기회에 결합의 이름이 아니라 창조의 이름을 가져야 한다. 새로운 도시브랜드가 곧 새로운 시대를 부를 것이기 때문이다.

(※외부의 기고나 칼럼은 프레시안의 편집방침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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