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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영 칼럼] ‘에너지 믹스’ 잘못하면 AI 혁명 물거품

파이낸셜뉴스 구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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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영 칼럼] ‘에너지 믹스’ 잘못하면 AI 혁명 물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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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분기 경제성장률 -0.3%…작년 연간은 1.0%
한국 AI 기술의 냉엄한 현주소
"중국이 92~93점, 우리는 60점"
전력 확보 없이 中 못 따라잡아
과학 아닌 포퓰리즘에 휘말려
태양광·풍력 과신, 원전은 소홀
정치공학 버려야 AI 진흥 가능


구본영 논설고문

구본영 논설고문

인공지능(AI) 기술이 우리 일상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고 있다.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소비자 가전쇼'(CES 2026)는 기발한 사례들을 맛보기로 보여줬다. 현대차그룹이 차 부품을 분류하고 조립할 로봇 '아틀라스'를 선보였듯이. 전반적 저성장 국면에도 AI용 반도체가 지난해 수출 호조와 국내 증시 활황을 이끌었다.

필자가 몸담아 온 미디어 산업도 AI 영향권이다. AI발 '제로 클릭'이 한 단면도다. 말 그대로 정보를 검색하면 클릭을 안 해도 AI가 답을 주니 사용자는 편리하다. 하지만 언론사로선 해당 웹 사이트를 클릭해 들어오지 않으니 그 안의 콘텐츠도, 광고도 보여줄 수 없게 된다. 그러면 수익은 줄어든다. '인터넷 혁명'으로 종이신문 구독이 줄어 타격을 받았던 언론이 'AI 시대'에 클릭이 줄어 다시 위기를 맞은 셈이다.

바야흐로 세계는 'AI 혁명'이라는 문명사적 전환기를 맞았다. 각국은 대규모 투자를 통한 'AI 패권' 경쟁을 시작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재명 정부도 미국·중국에 이어 세계 3대 AI 강국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발표했었다. 특히 제조업 강국의 이점을 살려 2030년까지 피지컬 AI 분야에선 세계 1위에 오른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말만 거창할 뿐 정부의 실천적 의지는 빈약해 보인다. AI 기술에 일가견이 있는 고동진 의원(국민의힘·전 삼성전자 대표)은 최근 세계적 AI 열풍 속 한국의 위상을 이렇게 진단했다. "미국이 95점이면 중국이 한 92~93점, 우리는 60점 정도"라고. 이처럼 후발주자임에도 정부는 올해 AI예산을 고작 10조원 남짓 배정했다. 지난해 13조원에 달했던 민생쿠폰 재원 등 '이재명표' 포퓰리즘 예산보다 적었다.

미중을 따라잡을 정교한 실행계획은 있나. 지난해 이 대통령을 만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은 "AI 시대엔 에너지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 AI산업에 전력 부족이 아킬레스건이란 그의 지적엔 추호의 과장도 없었다. 대용량 데이터센터, 초고성능 반도체, 실시간 연산을 요하는 AI 모델은 '전기 먹는 하마'여서다.

손 회장이 한국·일본을 "지리적·구조적으로 에너지 확보가 어려운 나라"로 평가한 대목도 눈에 띈다. 양국은 유럽국들처럼 서로 전력을 사고팔 수 없는 처지다. 태양광·풍력 등 밤낮과 날씨에 좌우되는 변동성 설비가 늘수록 전력 공급·수요 불균형에 따른 계통안정성 비용은 커진다. 더욱이 한반도는 동서 폭이 좁아 같은 시간대에 해가 뜨고 진다. 국토가 넓은 미중처럼 태양광발전의 시간대 분산 효과도 없다.


그렇다고 재생에너지를 진흥하지 말자는 뜻은 아니다. 특정 발전원에 '올인'해선 에너지 안보를 지켜낼 수 없는 게 엄연한 우리의 현실이다. 태양광·풍력, 원전 그리고 천연가스발전 등을 결합한 '에너지 믹스'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마치 축구에서 특출한 슈퍼스타가 없을 때 일대일 돌파보다 팀플레이에 치중해야 하는 것처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신 보고서에서 원전·재생·수소·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결합한 전원 다변화를 한국 정부에 권고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반면 중국은 해상풍력에 적합한, 수심이 낮고 긴 연근해를 끼고 있다. 일조량이 풍부한 서북부 사막은 태양광과 육상풍력에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중국은 태양광·풍력을 늘리는 한편 우리 서해와 면한 동남해안에 원전도 빼곡히 짓고 있다. 심지어 탄소배출의 원흉이라는 석탄화력 발전 비중(55%)도 우리보다 훨씬 높다. 중국 AI 역량을 따라잡겠다고 큰소리치기 전에 합리적 '에너지 믹스' 계획을 짜야 할 이유다.

물론 에너지 확보는 AI혁명 성공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AI기술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완화가 급선무다. 미중은 첨단 연구인력엔 근로시간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포퓰리즘에 젖은 우리 여권만 이런 족쇄를 푸는 걸 주저하고 있다.


특히 여권 일각에선 반도체 산단을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은 데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여당 의원은 "윤석열 내란을 끝내는 길은 용인 반도체 삼성전자의 전북(새만금) 이전"이라는 궤변을 동원했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태양광·풍력은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항상 안정적인 전기'가 아니어서다. 반도체 산단은 안정적 전원인 원전이 있는 고리나 울진으로 가는 게 낫다는 냉소적 반응까지 나오는 배경이다.

결국 한국식 AI 혁명이 길을 잃게 만든 근본요인은 분명하다. 바로 과학이 아닌, 포퓰리즘과 진영 이기주의에 찌든 정치논리다. 정치권이 각성해 AI혁명의 전도에 드리운 불길한 그림자부터 걷어내야 한다.

kby777@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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