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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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결국에는 '인재'다.
한국 축구가 또 한번 망신을 당했다. "가위바위보도 져서는 안된다"고 각오를 다졌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20일(한국시각) 사우디에서 열린 일본과의 2026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에서 0대1로 패했다. 아무것도 해보지도 못하고, U-21 선수들로 나선 일본에 완패를 당했다.
선수들의 역량 부족도 문제지만, 어디까지나 첫 번째 책임은 이민성 감독에게 있다. 명단부터 뒷 말이 많았다. 물론 핵심 자원들의 부상이 있기도 했지만, '과연 최상의 구성인가'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호주와의 친선 경기, 사우디 원정 경기, 판다컵 등 부임 후 치른 경기마다 아쉬운 모습을 보였던 이 감독은 그때마다 "이번 대회를 위한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른 비판에 아쉬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4강 이상'을 목표로 내건 이 감독은 일찌감치 현지로 건너가 준비에 나섰다. 하지만 확실한 플랜은 보이지 않았다. 압박은 어설펐고, 공격 작업은 세밀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용병술도 눈에 띄지 않았다. 선수들의 투지마저 이끌어내지 못했다. 한-일전 패배 후에는 "전반전에 좀 더 앞에서 압박을 시도하고, 적극적인 자세를 갖고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유체이탈 화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아직 베트남과의 3-4위전이 남았지만, '과연 이 감독으로 아시안게임을 치러도 되겠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시계를 돌려 지난해 5월로 가보자. 새롭게 선임된 현영민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의 첫 임무는 공석이었던 U-22 대표팀 감독 선임이었다. 후보군은 일찌감치 좁혀졌다. 실력있는 감독들이 모두 K리그를 누비고 있는만큼, 야인 중 선택을 해야했고, 김도훈 설기현 박동혁 등 감독 자리가 빌때마다 거론되는 인물들이 또 다시 후보로 떠올랐다. 현 위원장은 후보군을 직접 만나 평가에 나섰다. 그 중 가장 돋보인 것은 이 감독이었다. 이 감독은 정성스러운 프레젠테이션(PT)을 통해 현 위원장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감독이 1순위 추천 대상자로 낙점됐고, 이 감독은 2026년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과 2028년 LA올림픽을 지휘할 U-22 대표팀 감독직에 올랐다. 현 위원장은 "이민성 감독은 게임 모델에 대한 본인의 확실한 철학이 있고, 구체적인 팀 운영 계획을 통해 감독직에 대한 강한 의지와 자신감을 드러냈다"며 "코치로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우승에 일조하며 대표팀 운영 노하우를 갖춘 점, 감독으로서 K리그 2에서 K리그 1로 팀을 승격시킨 성과와 경험을 두루 갖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선임 과정이 잡음이 없이 비교적 매끄럽게 진행되기는 했지만, 사실 내용을 뜯어보면 '최적의 감독을 찾기 위한 최상의 노력이 있었나'하는 의문이 있다. 젊은 태극 전사들이 앞으로 펼칠 축구에 대한 확실한 모델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후보군도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부담이 없는 인물들로만 채웠다. 사실 누가 선택돼도 뻔한 상황이었다. 그렇다보니 결국 당락을 가른 것은 '실력'이 아닌 'PT'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이민성 감독 사진캡처=아시아축구연맹 홈페이지 |
현대 축구는 갈수록 세밀해지며 감독의 역량이 더욱 커지고 있다. 더욱이 아시아는 빠르게 상향 평준화되며, 선수들의 기량도 비슷해졌다. 이번 대회에서 보듯 일본, 우즈베키스탄은 우리보다 어린 나이임에도 오히려 1대1에서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 더이상 체급으로만 누를 수 없다면, 결국 감독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역 시절 이름값이 아닌 진짜 실력 있는 감독이 필요하다. '학원 축구'의 권력이 된 전임지도자도 대안은 아니다. 흙 속에서 나온 이정효 수원 감독 사례처럼 좋은 지도자는 분명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시스템에서 좋은 감독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트렌디한 철학에 맞춰 가장 좋은 전술을 짜고 그에 맞는 훈련법을 갖고 있는 '재야의 고수'를 찾아야 한다. 그 풀을 만들고, 평가하는 것은 대한축구협회의 몫이다. 공모를 통해 대표팀 감독을 찾겠다는 안일한 발상으로는 진짜 '실력가'를 찾지 못한다. 그러면 참사는 또 다시 반복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