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근로자 추정제는 특수형태근로자·플랫폼노동자·프리랜서 등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을 일단 ‘근로자’로 보는 것이다. 누구든지 사용자 측과 임금, 근로조건 등과 관련해 민사소송을 하게 되는 경우, 자신이 근로자라는 사실을 별도로 입증하지 않고 권리 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제도적으로 권리를 보장을 받는 게 아니라 민사소송을 내는 경우에만 구제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 ‘근로자’ 인정 못받는 870만명 대상… 뭐가 달라지나
현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비임금 노동자는 약 870만명에 달한다. 배달 라이더, 보험 설계사, 택배 기사, 학습지 교사, 캐디, 대리운전 기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근로자로 인정되지 못하면 최저임금 적용, 주 52시간 적용, 4대 보험 가입 등 근로기준법에 따라 보장된 권리 보호를 받지 못한다. 그래서 이들을 ‘권리 밖 노동자’라고 한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제도적으로 권리를 보장을 받는 게 아니라 민사소송을 내는 경우에만 구제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 시내의 한 거리에서 라이더들이 배달업무를 하고 있다. /뉴스1 |
◇ ‘근로자’ 인정 못받는 870만명 대상… 뭐가 달라지나
현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비임금 노동자는 약 870만명에 달한다. 배달 라이더, 보험 설계사, 택배 기사, 학습지 교사, 캐디, 대리운전 기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근로자로 인정되지 못하면 최저임금 적용, 주 52시간 적용, 4대 보험 가입 등 근로기준법에 따라 보장된 권리 보호를 받지 못한다. 그래서 이들을 ‘권리 밖 노동자’라고 한다.
그런데 이들 중에는 실질적으로는 근로자인 경우가 있다. 사업주가 세금을 덜 내기 위해 프리랜서로 위장해 계약하는 경우 등이다. 이들이 정당한 권리를 되찾으려면 노동청 진정, 민사소송, 고소·고발 등을 통해 ‘근로자성’을 증명해야 한다. 그동안엔 그 입증 책임이 노무 제공자 당사자에게 있었다. 하지만 사용자가 가진 계약서, 출퇴근 정보 등 자료를 확보하기 어렵다 보니 사건을 시작조차 못 하고 종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는 일단 이들을 근로자로 보고 분쟁을 시작한다. 근로자가 아니라면,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증거를 제출해 반증해야 한다.
단 이런 근로자 추정제 적용은 ‘민사소송’에 한정된다. 이 때문에 경제적 권리를 사후 되찾는 데 도움이 되는 제도란 분석이 나온다. 예컨대 배달 기사로 일하다 퇴직한 A씨가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퇴직금을 받지 못해, B 회사를 대상으로 퇴직금 체불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B 회사가 ‘A씨가 근로자가 아님’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A씨에게 퇴직금을 청산해야 하는 것이다.
연차휴일이나 가산수당도 마찬가지다. 노동부 관계자는 “근로자성이 인정된다면, ‘보장했어야 할 연차수당을 지급하라’ ‘주 40시간이 넘는 근로에 대한 가산수당을 지급하라’는 판단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근로자 추정제는 ‘형사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형사 사건은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국가가 죄를 입증하게 돼 있어, 가해자에게 입증 책임을 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직장 내 괴롭힘’처럼 가해자를 처벌하는 데는 근로자 추정제가 별 실익이 없는 셈이다.
서울 종로구 종각역에 택배·배달·대리운전 기사 등 '이동노동자 종각역쉼터'가 운영되고 있다. /뉴스1 |
◇ 노동계 “민사소송 제기해야 효력… 근로자 개념 자체를 넓혀야”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된다고 해서, 특고·플랫폼 노동자·프리랜서들이 자동으로 ‘근로자’란 지위를 얻게 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런 사후 조치를 하지 않았는데 바로 퇴직금, 연차휴가, 주 40시간 초과 근무 시 가산수당 등을 지급받을 권리가 생기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노동부도 “실질은 근로자임에도 계약 형태가 근로 계약이 아니라는 이유로 법적 보호에서 배제되는 진짜 근로자를 제대로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며 “개별 사안별로 더 많은 증빙 자료를 바탕으로 근로자성에 대해 더욱 적확하게 판단하고 근로자로서의 법적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이들이 근로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노동계는 실효성 없는 입법이라고 비판한다. 민주노총은 “근로자 추정을 분쟁 발생 이후에만 적용하는 방식은 오히려 또 다른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며 “노동자가 (민사소송 등) 법적 절차를 먼저 제기해야만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구조에서는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해고 제한 등 기본적인 노동권이 전면 보장되지 않는다”고 했다.
보험 설계사·카드 모집인 등으로 구성된 금융권 특고 노동자들도 “노동자 추정자 제도는 민사소송에만 한정돼 기준이 협소하다”며 “설계사들은 분쟁을 통한 권리 보장만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들은 근로자의 정의를 넓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근로자성 판단이 분쟁 이후에만 한정되지 않고, 노동 관계 전반에서 폭넓게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근로자의 범위를 넓히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논의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세종=박소정 기자(so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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