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올해부터 국민연금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이 오른다. 국민연금 기금의 소진 시점은 2064년으로 늦춰졌지만 청년세대의 불안감은 여전하고 OECD 최악 수준인 노인빈곤율도 해소될 기미가 없다. 국회는 연금개혁 특위 활동시한을 2026년 말로 연장했고 이재명 대통령도 연금개혁을 올해의 주요 국책과제로 꼽고 있다. 이제는 개혁의 시간, 연금개혁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해 본다.<편집자주>
국민연금 제도가 1988년에 도입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수십 년째 화수분처럼 반복되는 기사가 있다. 국민연금 기금 소진에 관한 기사다.
●국민연금재정 2050년엔 바닥난다 (1991.12. 경향신문)
●기금고갈 시한폭탄 ‘째깍째깍’ (2007.4. 한겨레)
●시한폭탄 국민연금 고갈, 정부 계산보다 10년 빨라진다 (2011.6. 한국경제)
●국민연금 40년 뒤 바닥…월급 35% 떼야 유지 (2025.10. 매일경제)
●시한폭탄 국민연금 고갈, 정부 계산보다 10년 빨라진다 (2011.6. 한국경제)
●국민연금 40년 뒤 바닥…월급 35% 떼야 유지 (2025.10. 매일경제)
이런 기사들 뒤엔 어김없이 ‘국민연금 없애라’, ’내 돈 그만 뜯어가라’, ‘대국민 사기극’, ’폰지사기’ 같은 불신에 가득 찬 아우성이 쏟아진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이 모든 문제의 근원, 즉 ‘만악의 근원’이 된 듯한 느낌이다.
국민연금 기금 소진…만악의 근원?
사실 국민연금은 처음부터 기금 소진을 전제로 설계됐다. 초기엔 보험료를 내는 사람만 있고 받는 사람이 없으니 기금이 쌓이는 건 당연했다. 그러다 어느 시점이 되면 기금이 최대치로 쌓였다가 받는 사람이 많아지면 결국엔 0원이 된다. 그다음부터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하는 것처럼 그해 걷은 보험료로 그해 연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부과식’(pay-as-you-go)으로 운영하도록 제도를 설계했다.
국민연금 도입의 청사진 역할을 했던 한국개발연구원(KDI)의 1986년 보고서 ‘국민연금제도의 기본구상과 경제사회적 효과분석’을 보면 이런 예상 시나리오가 잘 담겨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의 1986년 보고서 ‘국민연금제도의 기본구상과 경제사회적 효과분석’ 에서 예상한 적립기금 추이
당시에는 기금이 소진돼 부과식으로 운영하더라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2021년 이후에도 경제성장률 5% 이상과 임금상승률 연 7.5%, 금리 연 7%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고 출산율도 당시 유럽 저출산 국가들 수준인 1.5%대는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도입 초기에 국민연금 가입을 독려하고 노후 빈곤을 막기 위해 덜 내고 더 받는 구조로 설계했음에도 불구하고 기금 소진 이후를 낙관적으로 전망했던 이유다.(덜 내고 더 받는 구조여서 처음부터 설계가 엉터리였다는 일부 주장이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아무런 노후 대책 없이 노인의 80%가 자식에게 의존해 생활하는 상황에서 노후 보장과 공적연금 제도의 안착을 위해서는 제도에 대한 저항감을 없애기 위한 수익 보장과 소득재분배 기능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상황은 예상을 완벽하게 빗나갔다. 출산율은 0.7%대로 국가 소멸을 걱정해야 될 정도로 떨어졌고, 평균기대수명은 대폭 증가해 연금 수령 평균 기간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반해 경제성장률은 예상치의 절반도 안 되는 1~2%대 저성장국면으로 들어섰다.
경제활동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노인인구(부양비)가 2040년이면 31명일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지금 계산으로는 63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그리고 기금이 소진되는 2065년이면 부양비가 100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1명의 경제활동인구가 1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전세계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은 기금 소진 이후
보건복지부는 기금 소진 이후인 2065년에 국민연금을 보험료 수입만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필요한 보험료율을 악 35%로 추산하고 있다.
그런데 소득대체율 43%를 받으려고 보험료율 35%를 내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현실화되기 매우 어렵다. 현재 세계에서 보험료를 가장 많이 내는 이탈리아의 보험료율이 33%인데 이탈리아의 소득대체율은 70%에 육박한다.
현재 유럽 주요 국가들이 하고 있는 것처럼 국고에서 조세를 투입해 연금 부족분을 메꾸는 방법도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를 보면 이를 위해서 2065년에는 186조 원의 세금이 필요하고 그 후로도 30년 동안 200~260조 원의 세금이 필요하다. 매년 GDP의 5~6% 수준이다.
현재 유럽 주요 국가들이 연금 지급을 위해 투입하는 세금이 대략 GDP의 5% 수준이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 비중이 20% 초반인 유럽 국가들이 GDP의 5%를 국고에서 지원하는 것과 비교하면 노인 인구가 45%나 될 것으로 예상되는 2065년 한국에서 GDP의 5%를 연금 지원에 투입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유럽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 GDP의 5%에 이르는 막대한 조세(한 해 예산의 약 20%에 해당한다)를 투입하려면 그만큼 다른 분야의 예산을 깎아야 한다는 점, 국민연금뿐 아니라 건강보험 적자도 GDP 3% 수준까지 커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또 고령화로 인한 복지예산의 가파른 증가로 한국의 2065년 국가부채는 GDP 대비 156%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재정 파탄 우려를 낳고 있는 현재 프랑스의 113%보다도 훨씬 높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막대한 국고 투입 역시 보험료율 35% 만큼이나 적절한 대안일 수 없다.
더군다나 보험료 35%나 국고 GDP 5% 투입이나 현재의 제도를 단 하나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40년 동안 유지했을 때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그 자체로도 실현가능성을 놓고 보자면 거의 0에 가깝다.
때문에 기금 소진 이후에는 연금을 못 받는다거나 하는 식의 일부 기사는 괴담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금 소진, 늦추거나 원천봉쇄하거나
처음에 설계했던 ‘기금 소진 후의 지속가능성’이 더 이상 설득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대안은 결국 기금 소진을 최대한 늦추거나 아니면 아예 기금 소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것뿐이다.
즉, 출산율이 다시 회복되거나 안정돼 노인을 부양할 수 있는 적절한 수의 경제활동인구가 자리 잡을 때까지 계속해서 기금 소진을 늦출 수 있는 방안을 찾거나, 기금이 영구적으로 소진되지 않도록 ‘완전적립식’으로 제도 자체를 뜯어고치는 것이다.
기금 수익률을 올리는 것, 정년을 연장해서 연금 납부 기간을 늘리는 것, 연금 수령 개시 연령을 지금보다 더 늦추는 것, 선제적으로 국고를 투입하는 것, 신구연금을 분리하는 것,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는 것 등 다양한 방법들이 현재 개혁 과정에서 쟁점과 대안으로 다뤄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연금개혁 방안에는 노후 소득보장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역할과 국가 재정의 역할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세계관이 충돌하고 있다.
다음 편에서는 각기 다른 지속가능한 대안의 장단점을 살펴본다.
뉴스타파 최기훈 bluemango@newstap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