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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경제일보 사설] 농지법 개정, '농업 혁신'인가 '투기 합법화'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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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경제일보 사설] 농지법 개정, '농업 혁신'인가 '투기 합법화'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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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법 개정, ‘농업 혁신’인가 ‘투기 합법화’인지

농지법 개정, ‘농업 혁신’인가 ‘투기 합법화’인지



농촌 소멸이라는 절박한 위기 앞에서 정부와 국회가 꺼내 든 ‘농지법 개정안’이 사회적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농협 등 기관의 농지 소유를 허용해 대규모 자본을 유입시키겠다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골자다. 그러나 이는 대한민국 농업의 근간인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정면으로 흔드는 일인 동시에 농지가 생산 수단이 아닌 투기 자산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농촌을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찬성 측의 주장과 농민의 삶터를 자본에 내주는 악수(惡手)라는 반대 측의 경고가 맞서는 상황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적 대립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해법이다.

찬성 측은 농업의 ‘산업화’와 ‘규모의 경제’를 강조한다. 고령화로 경작되지 않는 유휴 농지가 빠르게 늘고 있고 청년 농업인들은 토지 확보 비용 앞에서 진입조차 어려운 현실에서 기관 자본의 투입은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첨단 스마트팜 구축이나 글로벌 유통망 혁신은 개별 농민이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인 만큼 소유 규제를 완화하지 않고서는 농업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릴 수 없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

그러나 반대 측이 제기하는 우려 역시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농지가 기관 소유로 전환되는 순간 영농 경영보다 지가 상승에 따른 차익을 노리는 자본의 생리가 작동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자본력이 부족한 농민들은 결국 기업의 임차 농민이나 사실상의 소작농으로 전락할 수 있고 식량 안보의 핵심인 농토가 거대 자본의 수익 포트폴리오 가운데 하나로 편입될 위험도 커진다.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면서까지 자본에 문을 열어주는 선택이 과연 농업과 농민을 위한 길인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 지점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해외의 제도적 선례다. 프랑스는 ‘사페르(SAFER)’라는 강력한 농지 관리 기구를 통해 농지 거래 전반에 공적으로 개입한다. 기업이 농지를 매입하려 해도 사페르가 공익성과 농업적 필요성을 판단해 승인하지 않으면 거래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소유권은 엄격히 통제하되 영농의 전문성과 효율성은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구조다. 일본 역시 2009년 농지법 개정을 통해 기업의 농지 ‘소유’가 아닌 ‘임차’를 전면 허용했다. 기업이 땅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20년, 30년에 이르는 장기 임대를 통해 안정적으로 스마트 농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이런 사례들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농지법 개정이 진정한 농촌 회생의 수단이 되려면 자본이 농지를 소유하는 방식이 아니라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역할을 제한해야 한다. 자본은 시설과 인프라 투자를 담당하되 실제 경작권은 지역 농민이나 청년 농부에게 장기적으로 보장하는 상생 구조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동시에 농지를 취득한 뒤 주거지나 상업지로 용도를 바꿔 막대한 시세 차익을 남기는 행위는 원천적으로 차단돼야 하며 이를 위해 징벌적 과세와 이익 환수 장치가 병행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농업적 기여도와 고용 창출 실적을 정기적으로 평가하는 경영 인증제를 도입해 기준에 미달하는 법인에 대해서는 농지 처분을 명령하는 사후 관리 체계도 갖춰야 한다.

농촌 소멸을 막기 위한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그러나 그 혁신이 농민을 주변으로 밀어내고 지가만 끌어올리는 ‘자본의 잔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해외 사례처럼 자본의 효율성은 흡수하되 투기의 독성은 걸러내는 정교한 제도 설계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농지법 개정은 농촌을 살리는 처방이 아니라 생명줄을 끊는 독약이 될 수도 있다. 정치권은 표 계산이나 자본의 논리가 아니라 대한민국 농업의 백년대계를 기준으로 이 문제를 다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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