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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AI 시대 전력과 에너지 주권…원전 논쟁을 현실로 돌려놓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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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AI 시대 전력과 에너지 주권…원전 논쟁을 현실로 돌려놓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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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신규 원전 건설 문제와 관련해 “필요한지, 안전한지, 국민의 뜻은 어떤지 열어 놓고 판단하자”고 밝혔다. 원전을 둘러싼 논쟁이 그간 이념 대결의 도구로 소비돼 온 현실을 감안하면, 에너지 문제를 다시 현실의 언어로 되돌리려는 신호로 읽힌다. 특히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에너지 정책을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문제로 다루겠다는 인식은 시의적절하다.

AI는 데이터센터, 반도체 공정, 클라우드 인프라 등 막대한 전력을 전제로 움직이는 산업이다. 전력 공급의 안정성과 비용 경쟁력이 흔들리면 기술 경쟁력 역시 함께 흔들린다. 에너지는 더 이상 환경 정책이나 산업 보조 수단에 머무르지 않는다. 국가의 생산 능력과 기술 주권을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다. ‘에너지 주권’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닌 이유다.

이런 맥락에서 대통령이 “국가 계획이 확정돼 있는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정책을 마구 뒤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한 대목도 의미가 있다. 전력 수급과 같은 중장기 인프라는 정권 주기보다 훨씬 긴 시간 축에서 관리돼야 한다.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무너지면 민간 투자와 산업 전략 역시 설 자리를 잃는다.
질문받는 이재명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6.1.21

질문받는 이재명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6.1.21


다만 '열어 놓고 판단하자'는 발언이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원전이든 재생에너지든 중요한 것은 선택 그 자체보다 선택에 이르는 과정이다. 안전성, 비용, 기술 발전, 지역 수용성, 환경 영향 등을 둘러싼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찬반 진영이 갈라진 정치적 공방이 아니라 같은 테이블에서 논쟁하도록 만드는 구조가 필요하다. 대통령이 강조한 ‘모여서 논쟁하게 하라’는 주문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다.

AI 시대의 에너지 정책은 단기 여론이나 진영 논리로 다룰 수 없는 문제다. 값싼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역량, 위기 상황에서도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생산 기반을 갖추는 것은 국가의 기본 책무다. 원전 논의가 ‘찬성 대 반대’의 구도로만 소비된다면 사회는 또 한 번 결론 없는 소모전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제 필요한 것은 사회적 의견 수렴을 제도화하고, 그 결과를 정책으로 연결하는 실행력이다. AI와 첨단 산업이 요구하는 전력 현실을 직시하고, 에너지 믹스에 대한 선택을 책임 있게 감당해야 한다. 대통령의 발언이 방향 제시에 그치지 않고 에너지 주권을 강화하는 구체적 정책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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