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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트럼프님 대단해요”…나토 회원국 정상들 저자세 문자 들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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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트럼프님 대단해요”…나토 회원국 정상들 저자세 문자 들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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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의회, 트럼프 ‘그린란드 관세’ 위협에 대미 무역협정 승인 연기
메타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20일 덴마크 의회 외교위원회에 출석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메타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20일 덴마크 의회 외교위원회에 출석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덴마크가 그린란드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대를 상시 주둔시켜달라고 요구했다. 그린란드 정부도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에 대비 중이라고 밝히는 등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각) 덴마크 리차우 통신은 덴마크 정부가 나토군의 그린란드 상시 배치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트롤스 룬 포울센 덴마크 국방장관과 비비안 모츠펠트 그린란드 외교장관이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을 면담하며 이런 요구를 전달했다. 나토군이 그린란드에서 새로운 ‘감시 작전’을 개시하자는 제안도 전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리차우 통신에 “(면담에서) 나토 전략을 강화하자는 제안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전했다.



그는 또 지난해 나토가 러시아 위협에 대응해 발트해 및 발트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서 시작한 ‘발틱 센트리’ 작전을 훌륭한 선례로 꼽았다. 이 작전처럼 나토가 그린란드에도 병력을 직접 보내 방위를 강화하자는 얘기다.



덴마크는 그린란드에서 프랑스·영국 등 나토 국가들과 함께 진행 중인 ‘북극의 인내’ 훈련에도 병력을 계속 보내고 있다. 덴마크 공영방송 TV2는 58명의 병력이 이날 그린란드에 추가로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덴마크 국력이 약해 그린란드를 지킬 수 없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논리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덴마크는 미국만이 아닌 나토 전체의 협력으로 그린란드 방위를 강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일 옌스 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총리가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EPA 연합뉴스

20일 옌스 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총리가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EPA 연합뉴스


그린란드 자치정부는 미국이 정말로 무력 침공해오는 상황에도 대비하기 시작했다. 옌스 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총리는 이날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군의) 군사력이 사용될 가능성은 낮지만, 배제할 수 없다. 상대(트럼프 대통령)가 이를 명확히 언급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따라서 우리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군사적 충돌에 대비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처들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또 위기 대응 태스크포스를 설치해 유사 시 주민들을 보호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닐센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국제법은 장난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매우 오랫동안 미국과 나토의 충실한 동맹이었고 더 많은 협력에 열려있지만, 여기엔 상호 존중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나토가 덴마크의 요구대로 그린란드 주둔을 강화할지는 미지수다. 뤼터 총장과 일부 회원국이 여전히 나토의 강대국인 미국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뤼터 총장이 자기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갈무리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뤼터 총장은 이 메시지에서 “오늘날 당신이 시리아에서 이룬 성과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대단하다. 나는 다보스에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시리아, 가자지구, 우크라이나에서 당신의 (평화 중재) 활동을 부각시키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그린란드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나갈 길을 찾는 데 전념하겠다. 곧 뵙기를 기대한다”고만 했다. 뤼터 총장은 지난해 6월 나토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아빠’(daddy)로 지칭했다가, ‘아첨 외교’라고 비판받은 바 있다.

그는 21일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패널로 참석해서도 한쪽 편 들기를 피했다. 그는 “(그린란드에 관해) 공개적으로 논평하지는 않겠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결국 이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신중한 외교’라는 점”이라고 했다. 이어 “북극 문제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옳고, 다른 나토 정상들도 옳다. 우리는 북극을 방어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유럽의 나토 회원국인 노르웨이와 핀란드 정상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저자세’ 문자메시지가 비비시(BBC) 보도 등을 통해 드러났다.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는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과 자신의 명의로 발송한 메시지에서 “우리는 문제를 진정시키고 긴장을 낮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오늘 늦게라도 대통령님과 통화하기를 제안한다. 선호하는 방식에 대한 힌트를 주시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르웨이, 핀란드 등 유럽 8개 나라가 그린란드에서의 북극의 인내 훈련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지난 17일 관세 부과를 일방 통보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 정상은 관세 부과에 항의하는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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