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내전으로 강제 이주를 겪은 난민들이 국경 검문소에서 당국의 등록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국제구조위원회 제공 |
[파이낸셜뉴스] 세계적 인도주의 기구인 국제구조위원회는 "최근 수단 내전이 1000일을 넘어선 가운데 인도적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국제사회의 지원은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21일 국제구조위원회에 따르면 정부군과 무장 단체 간의 내전이 장기화되면서 수단은 국제구조위원회가 매년 발표하는 '2026 세계 위기국가 보고서(Emergency Watchlist)'에서 3년 연속 위기 국가 1위로 선정됐다. 지난 2023년 4월 내전 발발 이후 현재까지 15만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국내외 강제 이주민은 1180만명을 넘어섰다.
이처럼 인도적 수요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이를 뒷받침할 국제사회의 대응은 오히려 위축되는 추세다. 지난해 글로벌 인도적 지원 재원은 약 50% 급감했으며, 그 결과 수백만명이 생존에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와 식수 지원조차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재 수단 전체 인구의 약 40%에 해당하는 1920만명이 극심한 식량 불안정에 처해 있다. 이 중 20만명 이상은 통합식량안보단계분류(IPC) 기준 최고 위험 단계인 5단계(기근) 상태가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의료 체계와 식수·위생 인프라가 붕괴되면서 2024~2025년 사이 수십 년 만에 최대 규모의 콜레라 유행이 발생했고, 10만명 이상의 감염자와 2500여명의 사망자가 보고되는 등 의료 위기도 심각한 수준이다.
국제구조위원회는 △분쟁 당사자들이 전쟁을 통해 이익을 얻는 구조 △휴전 실패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거부권 행사 등 외교적 해결책의 좌초 △인도적 지원 재원의 급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수단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2026 세계 위기국가 보고서'에서는 오늘날의 위기를 '새로운 세계, 무너진 질서(New World Disorder)'로 규정한 배경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현재의 위기가 우연이나 일시적인 분쟁 증가가 아니라 이를 관리해 오던 국제 질서 자체가 흔들리며 구조적으로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에 국제구조위원회는 국제사회에 △인도적 지원 자금의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확대 △민간인과 인도주의 활동가의 안전한 이동과 접근 보장 △분쟁 당사자에 대한 실질적인 외교적 압박 강화를 촉구했다.
밥 키친(Bob Kitchen) 국제구조위원회 긴급위기 부대표는 “1000일이 넘도록 이어진 전쟁은 민간인을 보호하지 못하고 분쟁을 멈추지 못한 국제사회의 반복된 실패를 여실히 보여 준다”며 “원조 공백 속에서 민간인들은 자신들이 선택하지도 않은 전쟁의 가장 가혹한 대가를 떠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영 국제구조위원회 한국 대표는 “수단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위기국가이자 인도주의 활동가에게 세 번째로 위험한 국가로 분류되고 있을 만큼 상황이 엄중하다”며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줄어들수록 분쟁 지역에 고립된 지역사회는 기아와 질병에 대한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생명을 위협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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