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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공정위 LTV 담합 판단에 “악의적 해석”... 법적 대응 고려

조선비즈 이학준 기자;민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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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공정위 LTV 담합 판단에 “악의적 해석”... 법적 대응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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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동산 담보인정비율(LTV) 담합 판단에 반발하면서 행정소송 제기 등 후속 절차를 고심 중이다. 은행들은 담보의 정확한 리스크 측정을 위한 정보 공유였을 뿐, 반사이익을 얻거나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21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2022년 3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전국 부동산 LTV 정보 7500개를 공유해 공정거래법상 정보 교환 합의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 과징금 2720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관련 매출액이 가장 많았던 하나은행에는 879억원이 부과된다. 국민은행은 697억원, 신한은행은 638억원, 우리은행은 515억원이었다. 공정위는 4개 은행이 담합으로 얻어낸 매출액을 6조8000억원으로 산정했다.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현금입출금기(ATM) 모습. /뉴스1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현금입출금기(ATM) 모습. /뉴스1



공정위에 따르면, 4개 은행은 특정 지역·유형의 부동산 LTV가 다른 은행보다 높으면 대출금 회수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LTV를 낮췄다. 반대로 LTV가 다른 은행보다 낮으면 영업 경쟁력이 약해진다고 판단해 LTV를 높였다.

LTV가 낮아지면 차주가 받을 수 있는 대출금은 줄어든다. 4대 은행 LTV는 평균 62.05%로 정보 교환에 참여하지 않은 은행(69.52%)보다 낮았다. 공정위는 4대 은행 담합으로 LTV가 하락해 차주가 불리한 조건으로 대출을 받아 피해를 봤다고 판단했다.

은행들은 담보의 정확한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은행끼리 LTV 정보를 공유한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공정위에서 문제가 된 대출 상당 부분은 기업 대출이다. 기업이 보유한 공장 등을 담보로 대출을 내줘야 하는데, 공장은 거래가 많지 않아 정확한 가치 산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문재호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이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4대 시중은행의 정보교환 담합 행위 제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문재호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이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4대 시중은행의 정보교환 담합 행위 제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LTV 정보를 공유해서 반사이익이나 소비자 피해로 이어졌다고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LTV를 낮게 산정했다는 것은 그만큼 돈을 벌 기회를 포기한 것”이라며 “대출을 덜 내줬다고 해서 고객이 피해를 봤다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정성에 더 중점을 둔 것인데, 담합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악의적인 해석’ 같다”고 했다.


은행권에서는 공정위 판단에 불복해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단순히 정보를 공유했다는 사실만으로 과징금을 부과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소송의 여지도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학준 기자(hakjun@chosunbiz.com);민서연 기자(mins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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