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축소-폐기' 비핵화 3단계 구상 직접 설명
"통일 미루더라도 평화 공존이 우선"…北 자극 피하는 메시지 발신 주력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6.1.2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이 핵(무기)을 가지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장기적으로는 비핵화라는 이상을 포기하지 않는 대북 접근법이 '실용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남북관계가 좋지 않고 북한이 핵 개발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비핵화만 내세우고 북한이 이를 수용하길 기다리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상 꿈꾸는 동안 핵무기 늘어났다"…'북핵 현실론' 수용한 북핵 구상 확인
이 대통령은 2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무장을 하고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 받기를 갈망하고 있다"면서 "이는 체제 유지 보존 욕구 때문이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은 북미 관계라고 보고 있고, 실제로도 그렇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비핵화) 전략은 '기다려보자', '견디자'며 이상을 꿈꾸면서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며 "그 결과가 어떻게 됐느냐. 핵무기가 계속 늘어나고, 자라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또 "(북한에서) 지금도 1년에 10∼20개 정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이 계속 생산되고 있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도 계속 개선되고 있다"면서 "북한의 체제 유지에 필요한 핵무기 체계,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위협할 미사일 기술을 확보하고도 넘치면 북한의 핵무기가 국경 밖으로 나가 전 세계에 위험이 도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서 실용적으로 접근하자는 게 제 생각"이라며 "현실을 인정하자, 그러나 이상을 포기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해 정부가 밝힌 북핵 구상(비핵화 3단계 구상)인 '중단→축소→비핵화'를 어떤 기조로 추진할지를 재차 설명한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고, 핵무기를 줄이는 과정을 반복·지속하며 궁극적으로 비핵화로 간다는 구상이다.
주목할 점은 이 대통령이 '비핵화 3단계'를 추진함에 있어 전제돼야 하는 것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라는 '사실'임을 강조한 것이다. 북한을 국제사회의 표준인 핵확산금지조약(NPT) 상의 '핵보유국'(nuclear weapon state)로 인정하긴 어렵지만, 현실적으론 이를 부정할 수는 없는 '북핵 현실론'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핵 군축'도 언급…4월 트럼프 중국 방문 계기 대북 접촉 기대감
이 대통령은 이날 "이상을 포기하지 말고, 먼저 중단 협상을 하고 그다음으로 핵 군축, 그리고 길게는 비핵화를 향해서 가자"라며 비핵화에 있어 '핵 군축'이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도 발언했다.
이는 북한이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는 '비핵화 협상'을 앞세우지 않고 북한과의 대화 접점을 찾겠다는 의중이 담긴 발언으로 보인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북한과의 핵 군축 협상을 염두에 둔 행보를 보이는 것과 합을 맞추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NPT 기준이 아닌 자신의 방식으로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라는 점에서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러한 구상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오는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북한을 향한 미국의 강한 손짓을 유도하고, 중국의 암묵적 지지를 바라고 있음을 부각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일종의 대북 메시지 차원에서 정부의 북핵 구상을 직접 자신의 언어로 설명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남북관계 개선 전략과 관련해 "지금 통일은커녕 전쟁하지 않으면 다행인데, 통일은 좀 뒤로 미루더라도 평화적 공존이 가능한 상황으로 최대한 할 수 있는 것을 해 나가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민간 무인기의 북한 침투 사건에 대해 언급하면서는 "북한 입장에서는, 북한이라고 하면 싫어하더군요. 북측에서는"이라고 언급하며 북한에 대한 자극을 피하겠다는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기자회견 말미에는 "지금 (북한에 대해) 저자세라는 소리도 많이 하던데, 그럼 고자세로 한판 뜰까요?"라면서 "가장이 성질이 없어서 그냥 직장을 꼬박꼬박 다니는 것이 아니다. 참을 건 참고 또 설득한 건 다독이면서 평화적인 정책을 취해나가면 리스크가 줄어들 것"이라고 '평화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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