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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V 공유’ 4대 은행에 과징금 2720억 철퇴…정보교환 담합 첫 제재

헤럴드경제 양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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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V 공유’ 4대 은행에 과징금 2720억 철퇴…정보교환 담합 첫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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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 거래조건 정보교환도 담합…관행에 경고등
최대 7500개 세부 기준 교환·은폐 정황도 확인
비담합比 LTV 7.5%p 낮아…차주 선택권 위축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부동산 담보대출의 핵심 거래조건인 담보인정비율(LTV)에 대한 정보 전체를 상호 교환·공유하고, 이를 실제 대출 기준에 반영해 경쟁을 제한한 혐의로 2000억원대의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는 2021년 개정 공정거래법으로 신설된 ‘경쟁제한적 정보교환 담합 금지’ 규정이 처음 적용된 제재 사례다.

서울 시내에 시중은행 ATM 모습. [연합]

서울 시내에 시중은행 ATM 모습. [연합]



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 이들 4개 은행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27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은행별 과징금 부과액은 하나은행 86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국민은행 697억원, 신한은행 638억원, 우리은행 515억원 순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인 담보인정비율은 부동산 가치 대비 은행이 인정하는 대출 한도를 의미한다. 이 비율이 낮아질수록 차주는 같은 담보를 제공하더라도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들며, 대출금리나 상환 조건 등 거래 전반에도 불리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신용대출 여력이 제한적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는 자금 조달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담보인정비율에 따른 대출가능금액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담보인정비율에 따른 대출가능금액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공정위 조사 결과, 4대 은행은 전국 부동산을 지역과 유형별로 나눈 최소 736개에서 최대 7500개에 이르는 담보인정비율 세부 정보 전체를 서로 교환했다. 이 과정에서 실무자들은 직접 만나 문서 형태로 정보를 전달한 뒤 전산 입력 후 문서를 파기하는 등 정보교환 사실을 은폐하려는 정황도 확인됐다.


공유된 정보는 각 은행의 내부 대출 기준 조정에 활용됐다. 특정 지역이나 부동산 유형에서 자사 담보인정비율이 경쟁 은행보다 높으면 대출 회수 위험을 이유로 낮추고, 반대로 낮으면 고객 이탈을 우려해 상향 조정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4개 은행의 담보인정비율은 장기간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23년 기준 4대 은행의 평균 담보인정비율은 기업·농협·부산은행 등 정보교환에 참여하지 않은 은행들 보다 7.5%포인트 낮았다. 공장·토지 등 기업대출과 직결되는 비주택 부동산에서는 격차가 8.8%포인트까지 벌어졌다.

4대 은행의 비담합은행 대비 담보인정비율 평균값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4대 은행의 비담합은행 대비 담보인정비율 평균값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공정위는 “각 은행이 경쟁 은행의 영업 전략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핵심 거래조건인 담보인정비율을 둘러싼 경쟁을 회피할 수 있었다”며 “그 결과 영업이익을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확대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특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피해가 컸다고 봤다. 신용대출에 한계가 있는 이들 사업자는 담보대출 의존도가 높은데, 담보인정비율이 낮아지면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조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동산 담보대출 시장에서 약 6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4대 은행의 기준이 비슷하게 묶이면서 차주들의 은행 선택권과 협상력도 크게 제한됐다는 설명이다.

4개 은행이 담합의 영향을 바탕으로 얻어낸 관련 관련 매출액은 6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나은행 2조1000억원, 국민은행 1조7000억원, 신한은행 1조5000억원, 우리은행 1조2000억원 수준으로, 과징금도 이를 바탕으로 산정됐다.

이번 조치는 지난 2021년 개정 공정거래법으로 도입된 ‘경쟁제한적 정보교환 담합 금지’ 규정이 처음 적용된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가격뿐 아니라 중요한 거래 조건에 대한 정보 공유 역시 담합으로 제재될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는 평가다.


공정위는 이번 제재가 금융당국의 감독·규제 체계와 충돌하는 사안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문재호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이번 사건에서 은행들이 교환한 담보인정비율은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모두에 적용되는 기준으로, (정부가 설정한) 가계대출 규제가 적용되는 부분은 일부분에 불과하다”면서 “기업대출은 별도의 규제가 존재하지 않아 은행별로는 기업대출 규모가 가계대출보다 더 크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과징금 부과 이후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출금리를 인상하거나 우대금리를 축소할 가능성 및 금융당국과의 공조 계획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에서 특별하게 의견을 제시한 것은 없었다”면서 “앞으로 필요하다면 금융위와 적극 협력해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말 이 사건을 전원회의에 올렸다가 심사관(공정위 측)과 피심인(은행) 주장과 관련해 사실관계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며 재심사 명령을 내렸고 지난달 전원회의를 다시 열어 2년여만에 결론을 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