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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수당-고용보험 분리에 노사 '합의'…기획처 결단만 남았다[only 이데일리]

이데일리 서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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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수당-고용보험 분리에 노사 '합의'…기획처 결단만 남았다[only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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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재원 계정 적립금 '마이너스'
경제 충격시 고용안전망 기능 못해
지금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만 지원
中企도 '사각지대'..대기업만 혜택
재정 아닌 기금서 지원, 한국뿐
"세금 연계해 누구에게나 지원해야"
[세종=이데일리 서대웅 조민정 기자] 노사가 육아휴직 수당 등 모성보호 급여를 고용보험기금에서 떼어내야 한다고 전격적으로 의견을 모은 것은, 모성보호 지출이 급격히 불어나며 기금의 본래 목적인 ‘고용안전망’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기업·공공기관 근로자를 중심으로 수당이 나가는 모성보호 제도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일반회계(재정)에서 담당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노동부문 정책은 노사가 합의하면 그대로 반영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고용보험기금에서 모성보호 사업을 분리하면 정부가 예산으로 부담해야 해서다. 키를 기획예산처가 쥐고 있는 셈이다. 기획처는 그간 모성보호 분리를 반대해왔으나 고용보험기금 재정 악화를 두고 반대만 할 수는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이 지난해 11월 12일 서울 로얄호텔에서 고용보험 제도개선 TF 첫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고용노동부)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이 지난해 11월 12일 서울 로얄호텔에서 고용보험 제도개선 TF 첫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고용노동부)


저출생 극복 위해 지원 강화..‘소수’만 혜택

출산휴가·육아휴직 수당은 현재 고용보험기금 내 실업급여계정에서 나가고 있다. 출산이나 육아로 잠시 회사에 다니기 어려운 근로자에게 고용보험으로 일정 급여를 지급함으로써 생계를 보전하고, 다시 직장에 복귀할 수 있게 한 장치다. 모성보호 사업은 2002년 도입돼 그해 257억원 규모로 시작했지만 현재 연간 4조원대 규모로 확대됐다. 특히 저출생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지난해 모성보호 지원 규모(4조 1810억원)를 전년 대비 62%(1조 6000억원) 늘리며 처음 4조원을 넘어섰다.

문제는 2035년 연간 모성보호 지원액이 7조 7000억원 규모로 늘어나고 향후 10년간 누적 금액이 62조원에 이르게 됨에 따라 고용보험 본래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업급여계정은 비자발적 실업자에게 구직급여를 지급함으로써 재취업을 돕기 위해 도입됐는데, 이러한 고용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고용보험법 제84조는 기금이 이러한 역할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실업급여계정 연말 적립금(잔액)을 그해 지출액의 1.5~2배로 쌓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내년 적립금이 고갈돼 적립배율(-0.1배)은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2035년엔 -1.1배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 이후부터는 코로나 사태와 같은 예상치 못한 경제 충격이 발생해 실업자가 대거 생겨도 고용보험이 사회안전망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얘기다.

모성보호 지원이 대기업·공공기관 근로자를 넘어 보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에도 노사는 공감했다. 지금은 노사가 각각 0.9%씩 보험료를 부담하는 고용보험기금에서 재원이 나가는 만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나 특수노동자, 자영업자 등은 모성보호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육아휴직 사용이 어려운 중소기업 근로자도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저출생 극복을 위해 모성보호 지원을 강화하고 있으나 괜찮은 일자리에 다니는 ‘소수’에게만 지원이 집중되고 있는 셈이다.


주요국 중 한국만 기금서 모성보호 지원

정부가 지난해 10월부터 운영 중인 ‘노사정 고용보험 TF’에서 노사는 물론 고용보험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외부 전문위원들도 모성보호 사업을 고용보험기금과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오직 기획처만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재정 적자인 상황에서 모성보호 사업 예산을 별도로 배정하기가 부담이라는 것이다. TF에 참여 중인 한 인사는 “기획처 결단만 남았다”고 했다.

다만 기획처가 반대만 하기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획처는 저출생·고령화 인구위기 등 5가지를 한국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 구조적 리스크로 정하고 2030년 이후의 중장기 국가발전전략 수립 작업에 착수했다. 임기근 기획처 장관 직무대행 차관은 지난 16일 “인구위기 대응은 5대 구조개혁 과제 중 가장 시급히 타개책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할 국가 어젠다”라고 말했다.

임기근 기획예산처 장관 직무대행 차관이 16일 서울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인구구조 변화 대응 전문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기획예산처)

임기근 기획예산처 장관 직무대행 차관이 16일 서울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인구구조 변화 대응 전문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기획예산처)


전문가들은 저출생 극복 차원에서 모성보호 지원 정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궁극적으로 소득세의 일정 비율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근로자여부를 떠나 아이를 낳으면 육아수당을 지급하는 것처럼, 육아를 위해 일을 멈추면 누구에게나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요국 가운데 정부 재정이 아닌 고용보험기금으로 모성보호 지원을 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모성보호 지원 최선진국으로 평가받는 영국은 사회보장세를 통해 보편적 지원을 하고 있다. 아이를 낳거나 육아를 위해 일을 쉬면 근로자 여부를 떠나 국민 누구에게나 수당을 지급한다. 독일도 누구에게나 지원하지만 ‘낸 만큼 지원하는’ 차등 지원 방식이다. 프랑스는 독일식 제도를 운영해왔으나 사각지대 문제 해소를 위해 영국식으로 제도를 개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