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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다음은?... 트럼프, 파나마 운하 ‘전략적 탈환’ 검토 시사

조선비즈 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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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다음은?... 트럼프, 파나마 운하 ‘전략적 탈환’ 검토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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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와 그린란드를 넘어 세계 물류 동맥인 파나마 운하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공식 석상에서 파나마 운하 통제권을 되찾으려는 시도를 배제하지 않았다. 전날 그가 본인 소셜미디어에 올린 게시물에는 파나마가 이미 미국 영향권 아래 있는 것처럼 묘사됐다. 파나마 내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와 그린란드에 그랬듯, 단순한 엄포를 넘어 실질적인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파나마 파나마시티 건설현장에서 중국통신건설주식회사가 주도하는 파나마 운하 네 번째 교량 건설을 작업자가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파나마 파나마시티 건설현장에서 중국통신건설주식회사가 주도하는 파나마 운하 네 번째 교량 건설을 작업자가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임 1주년을 기념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파나마 운하를 되찾을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웃으며 “그 선택지도 논의 범위에 들어 있다(that’s sort of on the table)”라고 답했다. 이는 파나마 운하 통제권 회수를 정책적 선택지 중 하나로 고려하고 있음을 공식화한 발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나마 운하 점유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 소셜 미디어 계정에 미국 국기가 그려진 지도를 게시했다. 이 지도에는 미국 본토는 물론 그린란드, 캐나다, 쿠바와 함께 파나마에도 성조기가 선명하게 표시됐다. 이는 19세기 미국이 대륙 전체로 영토를 확장해야 한다는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 이론을 재해석한 행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BBC는 전문가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이 개념을 언급했다”며 “이제 그 화살이 그린란드를 넘어 파나마로 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나마 운하를 정조준한 배경에는 경제적 실리와 대중국 견제가 복합적으로 깔려 있다. 파나마 운하는 미국 컨테이너 물동량 40%를 처리하는 핵심 통로다.

시사 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전부터 미국이 25년 전 파나마에 운하 소유권을 넘겨준 결정을 비판해 왔다. 그는 1기 행정부 때부터 “파나마가 미국 선박에 지나치게 높은 통행료를 부과하고 있다”며 “운하 운영권에 중국 자본이 깊숙이 침투해 안보를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2기 행정부 들어선 “파나마가 중국에 너무 많은 영향력을 허용했다”며 “우리는 그것을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특히 홍콩 기업 CK 허치슨이 파나마 운하 양 끝 항구 운영권을 보유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이를 중국 공산당이 세계 해상 물류를 장악하려는 시도로 규정한다. NPR은 “미국과 중국이 지난해 8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파나마 운하 문제를 두고 격돌했다”며 “미국은 중국이 글로벌 무역 안보를 위협한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파나마가 미국으로부터 파나마 운하를 반환받은 지 25주년이 되는 날을 맞아 파나마시티에서 시위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파나마가 미국으로부터 파나마 운하를 반환받은 지 25주년이 되는 날을 맞아 파나마시티에서 시위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부터 파나마 정부를 압박해 일부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4월 미국은 파나마와 새로운 안보 협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호세 라울 물리노 대통령은 파나마 대중(對中) 정책을 실질적으로 조정하는 결정을 연이어 내렸다.

파나마 정부는 2017년 중남미 국가 중 처음으로 중국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일대일로(BRI) 구상에 참여했다. 물리노 행정부는 출범 이후 해당 양해각서를 공식적으로 갱신하지 않고 사실상 탈퇴 수순에 들어갔다. 특정 개별 사업만 조정하는 수준이 아니라, BRI 참여 프레임 자체에서 빠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동시에 파나마 정부는 미국 측 요구를 받아 들여 파나마 운하 양 끝단 핵심 항만을 운영 중인 홍콩계 기업 CK 허치슨에 대한 국가 감사 절차를 수용하기로 했다. 이 감사는 파나마 감사원과 관련 부처가 주도한다. 주로 항만 운영이 운하의 중립성과 글로벌 물류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들여다보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안보 측면에서는 파나마가 미군 순환 배치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문호를 열었다. 미군은 파나마에 상시 주둔하거나, 기지를 설치하진 않는다. 대신 훈련·합동작전·재난 대응을 명분으로 제한적 병력을 단기간 순환식으로 배치한다. 구체적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재 수백 명 단위 소규모 파견이 거론되고 있다. 파나마 헌법이 외국군의 영구 주둔을 금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조치는 법적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미국의 안보 관여를 제도적으로 복원하는 조치로 평가된다.

파나마 운하 근처에 자리한 중국인 파나마 첫 이주 150주년을 기념하는 기념물. /연합뉴스

파나마 운하 근처에 자리한 중국인 파나마 첫 이주 150주년을 기념하는 기념물. /연합뉴스



외교가에서는 미국 측 외교 방식을 두고 ‘채찍만 있고 당근은 없는 외교’라고 평가했다. 파나마는 미국이 요구하는 바를 적극적으로 수용했지만, 미국은 이에 아랑곳않고 끊임없이 그 이상의 것을 원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싱크탱크 대외관계위원회(CFR) 윌 프리먼 연구원은 이런 강압적 방식이 중남미 국가들로 하여금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하게 만드는 위험한 도박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먼로 독트린에 기대어 라틴 아메리카에서 중국을 축출하려 한다”라고 진단했다. 먼로 독트린은 미주 대륙에 대한 유럽 간섭을 거부하며 미국의 독점적 영향력을 강조하는 외교 원칙이다.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운하 중립성을 강조하며 주권 수호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 보복과 군사적 압박 앞에서 입지가 좁아지는 처지다. 파나마 현지 매체 뉴스룸 파나마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를 미국이 확보해야 할 전략적 필수 과제로 여기고 있다”며 “베네수엘라 다음 타겟은 파나마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파나마 운하는 1904년 미국이 건설을 시작해 1914년 완공한 인류 최대 토목 공사 중 하나다. 2만 5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으며 만든 이 길을 미국은 1999년까지 통제했다. 릭 맥대니얼 박사는 폭스뉴스 기고문에서 “파나마 운하 건설은 미국이 불가능을 극복한 끈기를 보여주는 상징”이라며 이 역사적 자산이 지닌 가치를 강조했다.

태평양 쪽 파나마 운하에서 항해하는 대만 화물선 Yang Ming호. /연합뉴스

태평양 쪽 파나마 운하에서 항해하는 대만 화물선 Yang Ming호. /연합뉴스



국제 사회는 트럼프식 영토 확장 정책이 가져올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군사력을 동원하거나 강력한 경제 제재를 통해 파나마 정부로부터 운하 관리권을 뺏어오려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하버드 케네디 스쿨은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주장하는 파나마 운하 ‘되찾기’ 주장을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리카르도 하우스만 하버드대 교수는 “파나마가 운하 반환 이후 인프라 개선에 60억 달러 가까운 자금을 투자했다”며 “수십년 동안 운영 능력 또한 충분히 입증했다”고 했다. 그는 “미국이 과거 조약을 뒤집고 통제권을 회수하려 할 경우 국제적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진우 기자(oj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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