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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K-바이오, '별의 시간'은 온다

뉴스웨이 이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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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K-바이오, '별의 시간'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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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병현 기자][!{GIZAIMG}!]

"한국 바이오의 위상이 달라졌다." 올해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에서 이 말은 또 한 번 증명됐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주최한 '코리아 나이트'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글로벌 제약사와 투자자가 몰렸고, 한국 기업을 향한 질문도 한층 구체적이었다고 전해진다. 단순한 탐색전을 넘어 실질적 파트너십을 타진하려는 움직임이 역력했다.

하지만 결과는 다소 아쉬웠다. 중국 바이오 기업이 행사 첫날부터 수조 원대 '빅딜'을 연달아 성사시킨 반면, 한국 기업의 '빅딜'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의 선택 기준은 분명했다.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확실한 임상 데이터, 개발 속도, 상업화 가능성이 우선이었다. 미·중 갈등 속에서도 계약서에 서명한 이유다.

중국의 약진은 우연이 아니다. 방대한 환자 풀과 빠른 의사결정, 임상 초기부터 글로벌 기술수출을 염두에 둔 전략이 결합됐다. 실제로 글로벌 신약 파이프라인 상당 부분이 중국에서 나오고 있고, 업프론트(선급금) 규모 역시 빠르게 커지고 있다. 빅파마 입장에서는 정치적으로 불편해도 산업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인 셈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디에 서 있는가. 최근 발간된 맥킨지 보고서는 아시아를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닌 글로벌 바이오 혁신의 핵심 축으로 규정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보고서에서 중국 다음으로 일본이 아니라 한국이 언급된다는 점이다. 중국이 '규모와 속도', 일본이 '정밀한 상업화'를 강점으로 한다면, 한국은 항체약물접합체(ADC),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고부가 모달리티에 특화된 '딥 사이언스' 국가로 분류됐다.

문제는 이 강점이 아직 거래로 충분히 전환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국내 바이오 기업 다수가 여전히 전임상~임상 1상 단계에서 기술수출을 선택한다는 점도 지적된다. 초기 임상 단계 기술이전은 위험은 줄지만, 협상력도 제한되는 단점이 있다. 신약 상업화 성공 시 발생하는 막대한 부가가치는 글로벌 빅파마의 몫이 되고, 국내 기업은 로열티에 만족하는 구조가 반복된다.


물론 예외는 있다. 직접 판매와 상업화에 도전한 일부 기업은 높은 리스크를 감내하는 대신 성과를 온전히 가져간다. 그러나 이는 여전히 소수 사례다. 현실적 어려움도 무시할 수 없다. 국내 바이오텍 대부분은 아직 막대한 후기 임상 비용을 감당할 체력이 없다. 다수 기업에게 후기 임상은 자본과 시간, 실패 가능성이라는 높은 장벽으로 남아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이번 JPMHC에서 확인된 메시지는 명확하다. 글로벌 시장은 한국을 주목하고 있지만, 아직 '별의 시간'은 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국 다음은 한국'이 현실화 하기 위한 선택은 분명하다. 빅파마가 원하는 것은 가능성이 아니라 증명이다. 확실한 임상 데이터, 명확한 적응증 전략, 때로는 후기 임상과 상업화라는 가장 비싼 구간까지 이어질 로드맵이다.

코리아 나이트 앞에 늘어선 긴 줄은 기대의 신호였을 뿐이다. 진짜 '빅딜'은 그 다음 단계에서 쓰인다. 한국 바이오에 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병현 기자 bottle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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