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이데일리 언론사 이미지

'결혼반지' 끼고 나온 구더기 부사관..."아픈 아내 싫고 짜증나"

이데일리 홍수현
원문보기

'결혼반지' 끼고 나온 구더기 부사관..."아픈 아내 싫고 짜증나"

속보
미국 쿠팡사 주주, 국제투자분쟁 중재의향서 제출
아픈 아내 방치 구더기 들끓어 죽게 해
첫 재판에 '결혼반지' 끼고 나와
공소장 "아내 아픈 게 싫고 짜증 나"
남편 측 공소 사실 모두 부인...재판 10분 만에 끝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아픈 아내 몸에 수만 마리 구더기가 들끓게 방치해 사망토록한 육군 부사관 남편 첫 재판이 열렸다. 그는 왼손에 결혼반지를 끼고 나왔고 공소장에 따르면 “아내가 아픈 게 싫고 짜증 나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내가 방치됐던 실제 현장이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캡처)

아내가 방치됐던 실제 현장이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캡처)


21일 JTBC는 구더기 부사관 남편 A씨 첫 재판에 대한 내용을 보도했다. 매체가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아내는)2025년 3월부터 불상의 이유로 안방 의자에 앉은 채 스스로 식사와 용변, 거동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적혀있다.

A씨는 당초 아내 상태를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으나 이후 최초 119 신고 당시 구급 대원에게 “아내가 3개월간 앉아서 생활했다”고 진술한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그러나 공소장에 의하면 이마저도 3개월이 아닌 8개월간 방치됐던 것으로 보인다.

또 A씨는 이전에 아내 주위로 흥건한 오물과 악취에 대해 “음료수 쏟은 건 줄만 알았다” “(냄새는 아내가) 머리가 아플 정도로 페브리즈를 뿌리고 인센스 스틱을 피워서 몰랐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공소장에는 “아내의 정신 질환에 싫증이 나고 짜증 난다는 이유로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고” “과자와 빵, 음료수 같은 간단한 음식만 제공한 채 용변도 치우지 않았다”고 적혀있다.

피해자 어머니는 결혼반지를 끼고 재판에 나온 A씨 모습에 분개했다. 그는 “커플 반지로 한 걸 왜 끼고 있는지 뭘 보여주려고 그걸 낀 건지. 자기가 무슨 염치로 반지를 끼고 있냐”고 성토했다.


이날 남편 측 변호인은 공소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심지어 “아직 자료를 다 살펴보지 못했다” 며 증거 동의도 하지 않아 재판은 단 10분 만에 끝났다.

유족들은 “그럴 거면 왜 왔느냐”며 법정에서 울부짖었다.

부부의 결혼사진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캡처)

부부의 결혼사진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캡처)


A씨는 지난해 11월 아내의 온몸에 구더기가 생길 때까지 상처를 방치한 중유기(보호할 의무가 있는 사람을 위험한 상황에 버려두는 행위)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이후 12월 군 검찰은 부사관 A씨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앞서 육군 수사단이 A씨에 대해 중유기치사 혐의로 송치한 것과 비교해 형량을 높여 기소한 것이다.

군검찰은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음)에 의한 살인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해 주의적 공소사실은 살인으로, 예비적 공소사실은 유기치사로 기소했다.

지난해 11월 파주시 광탄면에서 “아내의 의식이 혼미하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A씨 아내는 전신이 오물에 오염된 상태였고, 하지 부위에서는 감염과 욕창으로 인한 피부 괴사까지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상처에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아 구더기도 기어다니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아내는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숨졌다. 부검 결과 사인은 ‘패혈증에 의한 쇼크사’로 알려졌다.


A씨는 아내가 죽어가는 동안 처가에 매일 같이 전화해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겪고 있는 아내를 ‘잘 돌보고 있다’고 태연하게 거짓 근황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 후 밝혀진 고인이 A씨에게 쓴 편지에는 “병원 좀 데리고 가 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고, 생전 쓴 다이어리에는 “죽고 싶다. 죽어야 괜찮을까”라는 내용 등이 담겼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에 대한 후속 재판은 다음 달 10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