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15억 산업 성장… 2026년 20억·글로벌 시장 본격 진출
해양머드박람회 모습/보령시 |
1992년 개봉한 영화 플레이어에는 호텔 머드탕에서 남녀 주인공이 진흙을 온몸에 바르며 즐기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한 장면은 훗날 충남 보령의 미래를 바꿨다. '진흙도 산업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은 그렇게 시작됐다.
충남 보령시는 지난 1994년 대천해수욕장 인근 갯벌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같은 해 한국화학연구소 성분 분석 결과, 보령 갯벌 진흙에서 알루미늄 등 9종의 미네랄이 다량 함유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버려지던 갯벌 흙이 산업 자원으로 전환되는 순간이었다.
화장품 산업으로의 도전은 국내 최초였다. 1996년 머드팩, 바디클렌저, 비누, 샴푸 등 4종의 머드 화장품이 출시됐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인지도도, 유통망도 없었다.
보령시는 제품 대신 '경험'을 택했다. 1998년 제1회 보령머드축제를 열어 사람들에게 직접 머드를 바르고 즐기게 했다. 축제는 입소문을 탔고, 머드는 브랜드가 됐다. 이후 보령머드는 축제와 산업이 동시에 성장하는 독특한 구조를 만들었다.
2001년 비누공장 준공, 2004년 머드공장 집단화로 생산 기반을 갖췄고, 2006년 'Boryeong Clay'가 국제화장품원료집(ICID)에 등재되며 글로벌 원료로 공식 인정받았다. 2009년에는 머드 파우더 제조방법 특허를 확보했고, 2018년 30억 원을 투입한 고도화 사업으로 생산 역량을 끌어올렸다.
머드 비누 생산모습/보령시 |
2019년에는 운영을 보령축제관광재단으로 이관한 뒤 'BORYEONG MUD+'로 리뉴얼하며 산업화를 본격화했다.
2020~2021년 대한민국 품질혁신대상(천연화장품 부문), 2022~2024년 고객신뢰도 1위 프리미엄 브랜드 대상 수상은 소비자 신뢰를 수치로 입증한 결과였다.
보령머드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린 계기는 2022년이었다. '해양의 재발견, 머드의 미래가치'를 주제로 열린 보령해양머드박람회에는 31일간 135만 명이 방문했다.
박람회에는 국내외 84개 기관·기업이 참여했고, 수출 상담 501만 달러, 계약 187만 달러를 기록했다. 머드가 더 이상 지역 특산품이 아니라 해양 신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현재 보령머드는 37종의 제품을 생산하며 2025년 매출 15억 원을 달성했다. 2026년 목표는 20억 원이다.
머드 클렌저, 마스크팩, 버블팩 등 화장품 라인업에 K-POP 콘서트 굿즈까지 더하며 소비층을 넓혔다. 유통망도 와디즈,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하나로마트 등으로 확대했다. 미국 FDA 인증을 획득해 북미 진출 기반을 마련했고, 일본·홍콩·싱가포르 등으로 수출을 확대 중이다.
보령 머드관 모습/보령시 |
보령머드는 산업통상자원부 '시군구 연고산업 육성사업'에 선정돼 2026년까지 지원을 받는다. 지역 내 30여 개 머드 기업이 시제품 제작부터 인증, 디자인, 마케팅까지 연계 지원을 받는다.
건양대학교 RISE 사업과 연계한 K-뷰티 허브 구축도 추진 중이다. 메타버스 전시관, 블록체인 기반 인증·유통 시스템 등 첨단 기술 접목이 핵심이다.
1998년 시작된 보령머드축제는 이제 연간 169만 명이 찾는 대표 여름축제가 됐다.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 대형 한류 종합행사로 선정돼 국비 2억8000만 원을 확보했다. 축제와 산업, 수출이 맞물린 구조가 안정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영화 속 한 장면에서 출발한 상상은 30년 만에 산업이 됐다. 보령 갯벌에서 시작된 머드는 이제 'K-머드'라는 이름으로 세계 시장을 향하고 있다.
충청취재본부 이병렬 기자 lby44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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