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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없는 ‘암흑 은하’ 첫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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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없는 ‘암흑 은하’ 첫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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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1400만광년 떨어진 클라우드9의 위치. 점선 원은 전파 방출이 가장 강한 지점이다. 허블우주망원경의 첨단관측카메라(ACS)로 관측한 결과 클라우드9 안에서는 별이 발견되지 않았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지구에서 1400만광년 떨어진 클라우드9의 위치. 점선 원은 전파 방출이 가장 강한 지점이다. 허블우주망원경의 첨단관측카메라(ACS)로 관측한 결과 클라우드9 안에서는 별이 발견되지 않았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우주의 수많은 천체들은 일반적으로 가스 물질이 중력의 영향을 받아 서로 뭉치면서 먼저 별을 형성하고, 남은 주변 물질이 행성을 형성하는 과정을 거친다. 별들은 다시 중력의 힘으로 묶이면서 은하, 은하단, 은하군을 이룬다.



그런데 최근 허블우주망원경을 통해 별이 없는 새로운 유형의 천체가 발견됐다. 대체적인 모습은 은하와 비슷하지만 결정적으로 별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가 주축이 된 연구진은 1400만광년 거리의 나선은하 M94 근처에서, 암흑물질에 싸여 있는 수소가스 구름으로만 이뤄진 천체를 발견했다고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 레터스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은하 주변에서 아홉번째로 발견된 성운이라는 뜻에서 이 천체를 ‘클라우드9’으로 명명했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의 약 85%를 차지하는 암흑물질은 우주의 전체 구조를 형성하는 보이지 않는 물질이다. 우주 전체에 골고루 분포해 있는 암흑물질은 특정 질량 이상의 물질을 중력으로 끌어당겨 별과 은하 형성을 촉발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해서 은하를 둘러싸게 된 거대한 덩어리 구조를 암흑물질 헤일로(후광이란 뜻)라고 부른다.



과학자들은 그러나 질량이 약간 더 작은 암흑물질 헤일로는 별을 만들지 않고도 가스를 모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 가스 천체는 별빛을 내뿜지 않기 때문에 전파로만 탐지할 수 있다.



클라우드9 가까이에 있는 M94 은하는 지구에서 1600만광년 떨어져 있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클라우드9 가까이에 있는 M94 은하는 지구에서 1600만광년 떨어져 있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거대한 암흑물질 헤일로가 지지대 역할





클라우드9은 천문학자들이 렐릭(RELHIC=Reionization-Limited HI Cloud, 재이온화 시기에 별을 형성하지 못한 수소가스 구름이란 뜻)이라고 부르는 이런 천체의 첫번째 사례다. HI은 중성수소를 가리킨다. 수소가 중성 상태라는 건 자외선 복사에 의해 이온화되지 않고 밀도가 높으며 중력으로 결합돼 있음을 뜻한다.



이탈리아 밀라노-비코카대의 알레한드로 베니테스-람바이 교수는 “이는 실패한 은하로 초기 은하 형성 과정이 남긴 유물”이라며 “완성되지 못한 은하의 원시 구성 요소를 발견한 것”이라고 말했다.



클라우드9은 2023년 중국 천문학자들이 구이저우성에 있는 지름 500m의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 패스트(FAST) 관측을 통해 처음 발견했다. 이들은 클라우드9이 별이 없는 천체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이후 웨스트버지니아의 그린뱅크망원경과 뉴멕시코의 초대형 전파망원경(VLA)을 이용한 후속 관측 결과도 이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지상 망원경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어두운 별들로 이뤄진 왜소은하일 가능성도 있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2025년 허블우주망원경으로 클라우드9을 더욱 상세히 관측했다. 그 결과 태양 질량 수천배 이상의 별들은 분명히 없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또 클라우드9에 있는 수소가스 구름은 태양 질량의 약 100만배이며, 태양 질량의 약 50억배인 암흑물질이 이 구름을 둘러싼 헤일로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천체의 지름은 약 4900광년이었다.



지구에서 2000광년 떨어진 클라우드9 주변의 빈 우주 공간.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지구에서 2000광년 떨어진 클라우드9 주변의 빈 우주 공간.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클라우드9 앞에 놓인 두가지 길





논문 공동저자인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의 레이첼 비튼 박사는 “이 구름을 하나로 묶어주는 엄청난 양의 ‘보이지 않는’ 중력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며 “우리가 관측한 중성수소는 그만큼 충분한 질량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중력적 지지대 역할을 하는 암흑물질 헤일로가 구름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골조처럼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클라우드9은 가스를 붙잡아 둘 만큼의 질량은 있지만, 그 가스를 별 형성으로 이끄는 데는 미치지 못하는 미묘한 균형 상태에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만약 구름의 질량이 태양 질량의 50억배 이상이었다면 자체 중력으로 붕괴해 별을 형성하고 별다를 것 없는 일반적인 은하가 됐을 것이다. 반면 질량이 훨씬 더 작았다면 가스들은 흩어져 버렸을 것이다.



클라우드9은 앞으로 질량이 더 커질 경우 별을 가진 은하로 진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과정을 거쳐 그 단계에 이를지는 알 수 없다. 반대로 구름을 구성하는 물질이 흩어질 수도 있다. 연구진은 M94 은하에 더 가까이 접근하게 되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의 다음 과제는 우주의 여러 시대에 걸쳐 이런 유형의 천체가 얼마나 많이 생겨났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관측 성능이 더욱 좋은 망원경이 필요하다.





*논문 정보



The First RELHIC? Cloud-9 is a Starless Gas Cloud.



DOI 10.3847/2041-8213/ae1584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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