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기자]
글로벌 철강업계에 또다시 중국산 물량이 대거 풀렸다. 2025년 조강 생산량은 줄어들었으나, 반대로 철강 수출량은 대폭 늘어나면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양회에서 대규모 감산안을 발표하고 이행까지 하면서 덤핑 완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으나 규제 시행 직전 대규모 밀어내기 현상으로 물량이 단기간에 쏟아져 나온 것이다.
국내에서는 이번 파도만 넘기면 순차적으로 덤핑 압력이 대거 해소되리란 기대가 생긴다. 더불어 지난해부터 시행하며 큰 효과를 본 반덤핑 관세 등 산업 보호 정책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감산했는데 수출 늘었다
경기도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
글로벌 철강업계에 또다시 중국산 물량이 대거 풀렸다. 2025년 조강 생산량은 줄어들었으나, 반대로 철강 수출량은 대폭 늘어나면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양회에서 대규모 감산안을 발표하고 이행까지 하면서 덤핑 완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으나 규제 시행 직전 대규모 밀어내기 현상으로 물량이 단기간에 쏟아져 나온 것이다.
국내에서는 이번 파도만 넘기면 순차적으로 덤핑 압력이 대거 해소되리란 기대가 생긴다. 더불어 지난해부터 시행하며 큰 효과를 본 반덤핑 관세 등 산업 보호 정책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감산했는데 수출 늘었다
중국 해관총서는 중국이 지난해 12월 철강 1130만톤을 수출하며 단일 월 기준 최고 수출액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이를 기반으로 중국의 연간 총수출량이 1억1900만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4년 대비 약 7.5% 증가한 수치로, 사상 최고치다.
같은 시기 중국의 연간 조강(철강 제조의 기초가 되는 강괴) 생산량은 6년 만에 10억톤 아래로 떨어졌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조강 생산량은 9억6081만톤을 기록했다. 2024년 대비 4.4% 감소한 수치다. 2018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조강 생산량은 감소했는데 오히려 외부 수출량은 늘어난 것이다.
중국 당국의 감산과 수출 통제 의지는 뚜렷하나, 시장에서 당장 물량 처리를 서두르다 발생한 현상이다.
중국은 2023년 이후 극심한 내수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 헝다사태 이후 부동산 시장이 붕괴하며 후방산업인 철강마저 무사하지 못했다. 중국 당국은 철강 내수 수요가 2025년 한 해에만 5.4% 감소했다고 추정 중이다. 이는 올해에도 이어져 1% 추가로 감소할 전망이다.
반면 조강 생산량은 2024년까지 그대로였다. 내수 수요가 나오지 않자 남은 물량은 고스란히 국외로 쏟아졌다. 저가 철강 물량공세에 가격 경쟁력을 잃은 주요국 철강산업들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었다. 한국 역시 후판과 열연강판 등 주요 제품의 중국산 수입량이 급격히 늘어나며 국내 업계가 적자전환하기 시작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대책을 내놨다. 높은 수준의 생산량이 유지되면서 내수와 수출 시장이 동시에 붕괴된 탓이다. 연간 약 5000만톤 규모의 감산안이다. 중국의 2024년 조강 생산량은 10억509만톤이다. 이후 감산 계획이 이행되면서 생산량이 9억6000만톤 대까지 내려왔다.
동시에 중국은 수출 통제를 통해 대외 덤핑도 바로잡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의 물량공세가 수 년째 지속되면서 세계 각국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국을 필두로 유럽연합, 베트남, 한국 등 주요 철강 소비·생산자들이 대중국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며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결국 한 발 물러난 중국은 지난해 12월 철강 수출 허가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후, 올해 1월 1일부터 일부 철강 제품을 수철 허가 관리 화물 목록에 추가했다. 이에 현지 사업자들이 규제 시행 직전에 최대한 많은 재고를 털어내고자 선적에 나서며 연말 수출량이 폭증한 것이다. 프론트 로딩 현상이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생산되는 후판. 사진=현대제철 |
장기적 시황 회복 희망 보였다…보호조치 강화해야
국내 업계에선 중국의 이번 수출량 급증이 당분간 마지막 보릿고개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막바지 물량 밀어내기를 겪으면서 단기적 재고는 쌓이겠으나, 중국 정부가 꾸준히 감산과 수출 통제 의지를 드러낸 데다 정부의 반덤핑 관세까지 서서히 효과를 보는 중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조강 생산량 통제를 지속하고 불법 신규 설비 증설을 금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2026년에도 약 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대한민국 정부가 시행한 중국산 후판·열연강판 반덤핑 관세도 국내 업체들의 실질적인 수익 방어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산 중후판(중판과 후판, 스테인리스 후판) 수입 물량은 총 88만9062톤으로 2024년 대비 35.6% 급감했다. 2024년 전체 중후판 수입량에서 65.8%를 차지했던 중국산 중후판은 지난해 52.4%까지 떨어졌다.
다소 늦은 지난해 9월부터 반덤핑 잠정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열연강판 품목에서는 중국산 수입량이 138만4514톤으로 2024년 대비 15.6% 감소했다. 특히 규제가 시작된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수입량은 총 8만9173톤으로 2024년 같은 기간 47만582톤과 비교해 81.1% 급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정부는 당초 잠정관세 부과기간을 올해 1월 22일까지로 설정했으나. 업계의 요청을 반영해 6월 22일까지 5개월 더 늘렸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철강 추가 유입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며 "다만 반덤핑 관세 시행 이전 급격히 유입된 물량이 많고, 아직 소비기업들의 재고에 많이 잡히고 있어 해당 물량들이 전부 소진되면 본격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내수를 책임지는 부동산 경기도 악화를 멈출 전망이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지난해 착공면적 5.8억㎡를 기록했는데, 오는 3월 양회서 확정할 '15차 5개년 경제 계획' 기간 동안 연간 7~8억㎡를 예상하고 있어 부동산 철강 수요도 추가 감소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흐름을 몰아 국내 철강이 다시 반등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중국산 공세 약화에 큰 역할을 한 반덤핑 관세의 적용 대상과 기간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 열연강판 반덤핑 잠정관세가 시행되자 중국 철강업계는 열연강판을 냉연강판과 미소둔강판 등으로 대체해 우회수출했다. 우회수출 품목까지 철저히 걸러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냉연강판과 미소둔강판은 모두 열연강판을 2차 가공한 제품이다. 공정을 조금 추가한 것만으로 수출코드(HS코드)가 달라져 관세를 회피할 수 있다. 중국산 냉연과 미소둔강판은 국내에서 열연강판을 가공해 생산하는 것보다 원가가 낮다. 국내 업체들이 여전히 가격경쟁력에서 밀리는 셈이다.
반덤핑 부과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품목들은 여전히 중국산 덤핑 위협에 시달린다. 석도강판의 경우 지난해 10월 기준 전체 수입량의 86%를 중국산이 차지했다. 2024년 81%보다 늘어났다. 석도강판은 현재 KG스틸 등 국내 업체들의 요청으로 정부 반덤핑 조사 중에 있다. 마찬가지로 상황이 좋지 않은 특수강 봉강 역시 세아베스틸지주 요청으로 반덤핑 조사 중이다. 이들은 모두 중국산 제품의 무분별한 유입으로 회사 실적에 큰 타격을 입었음을 호소하며 조속한 반덤핑 관세 부과를 요구 중이다.
한편 산업통상부 무역위원회는 20일 한국무역협회에서 '우회덤핑 조사제도 확대 설명회'를 열고 반덤핑 무력화를 위한 우회행위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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