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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 싸움인가’ 지자체 직거래 게시판 ‘폐쇄’ 압박하는 10만명 공인중개사 단체[부동산AtoZ]

아시아경제 오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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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 싸움인가’ 지자체 직거래 게시판 ‘폐쇄’ 압박하는 10만명 공인중개사 단체[부동산Ato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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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용 가이드라인 활용해 지자체 압박
제주·광양 등 직거래 통로 '도미노 중단'
"소비자 선택권 침해" 비판 면키 어려워
개업 중개사, '역대급' 불황에 11만명선도 무너져
프롭테크 업계 "법정단체 되면 더 큰 압박 올 것"
회원 10만여 명을 거느린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이하 한공협)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부동산 직거래 서비스를 중단하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직거래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사기피해를 방지하겠다는 게 한공협의 입장인데, 지자체에 민간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제작된 정부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삼았다는 점에서 무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역대급 불황에 직면한 중개업계가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민간용 잣대로 공공 서비스 압박… '행정 간섭' 논란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건물. 한공협.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건물. 한공협.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주특별자치도를 시작으로 전남 광양시와 화순군 등 지자체 3곳의 홈페이지 내 부동산 직거래 게시판 운영이 전격 중단됐다. 한공협은 무자격 중개와 전세 사기 위험 등을 폐쇄 명분으로 내세웠는데, 지자체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제주도는 "직거래 게시판 운영이 오히려 도민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고 전남 광양과 화순 역시 비슷한 취지로 폐쇄 이유를 설명했다.

협회는 지자체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2월 발표한 '부동산 직거래 플랫폼 운영 가이드라인'을 활용했다. 해당 가이드는 당근마켓 등 민간 플랫폼의 허위 매물과 사기 위험 방지를 위해 실명 및 매물 인증을 권고하는 내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은 민간 기업의 자율 시정을 위해 설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용 잣대를 주민 편의를 위한 공익 목적의 지자체 게시판에 무리하게 들이댄 셈이다.

지자체들이 이런 논란에도 협회 요구를 수용한 건 행정 책임에 대한 부담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게시판에 사고 책임은 개인에게 있다는 점은 명시되어 있으나, 막상 사고가 발생한다면 비난의 화살이 지자체로 향할 것을 우려했을 것"이라며 "여기에 시군구별로 지역 내 탄탄한 조직을 갖춘 중개사 협회의 영향력도 무시하기 어렵다"고 했다.
폐업이 개업 압도…벼랑 끝 중개업계의 '생존권 투쟁'

대중 인지도가 낮은 지자체 게시판까지 협회가 들여다보며 폐쇄를 유도하는 배경에는 불황이 자리 잡고 있다. 한공협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전국 공인중개사 폐업은 9982건에 달했다. 이 기간 신규 개업은 이보다 적은 8211건이었다. 같은 기간 휴업 건수 1152건까지 더하면 문닫는 업소는 매달 1000곳을 웃돈다. 부동산 거래량 급감으로 임대료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영세 중개업소들에게 직거래는 사실상 '밥벌이를 방해하는 걸림돌'로 부각된 실정이다.

지자체 직거래사이트 폐쇄 압박은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둔 한공협의 '법정단체화' 추진 시점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은다. 개정안에는 지도·단속권 등 이른바 '독소조항'이 빠진 상태다. 하지만 프롭테크(부동산+IT) 업계는 일단 법안이 통과되면 다시 권한을 확보하기 위해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프롭테크 업계 관계자는 "이미 많은 혁신 스타트업들이 기득권 중개업계의 압박에 밀려 고사한 상태"라며 "법정단체가 된 협회가 본격적인 공세에 나설 경우 소비자의 서비스 선택권은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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