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2기 취임 1주년을 맞은 2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제임스 S. 브래디 기자회견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
집권 2기 1주년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백악관 기자회견에 예고 없이 등장해 1시간 20분 동안 지난 1년간의 성과를 자화자찬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을 상대로 한 ‘무역 합의’를 자신의 최대 치적 중 하나로 꼽으며,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 등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끌어들였다고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이 관세를 무효로 판단할 경우 ‘수입 면허제’를 도입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2기 1주년 기자회견에서 지난 1년간의 경제 성과를 설명하던 중 “아시아로 천연가스를 수출하기 위한 알래스카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에 착수했다”며 “한국, 일본과 무역 합의를 타결하면서 우리는 전례 없는 수준의 자금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한·미 무역 합의에 따른 대미 투자금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사업에 활용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도 지난해 한국의 투자 대상에 “알래스카 가스관이 포함된다”고 공개 발언한 바 있다.
지난해 무역 합의를 통해 한국은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고, 기존 25%였던 상호관세를 15%로 낮췄다. 일본 역시 5500억달러 대미 투자를 조건으로 관세 인하에 합의했다. 한국의 투자액 3500억 달러 중 1500억 달러는 조선 분야에 배정됐다. 나머지 2000억 달러는 미국 상무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투자위원회가 사전에 한국 산업통상부 장관이 위원장인 협의위원회와 협의해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투자만을 추천하도록 규정돼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알래스카 가스관 사업은 하이 리스크(고위험) 사업”이라며 “상업적 합리성은 현금 흐름이 창출될 수 있는 프로젝트에 한정되기 때문에, 우리 기준에서 알래스카 가스전은 들어오기 쉽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는 북극권 노스슬로프의 가스를 1300㎞ 길이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남부 항구로 운송해 액화·수출하는 사업으로, 총사업비만 450억 달러(약 66조원)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관세 정책의 정당성을 강변하며 사법부를 향한 압박도 서슴지 않았다. 현재 미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적자를 ‘국가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동원해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한 조치의 적법성을 심리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이 옳은 결정을 하길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정말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관세 덕분에 역대 가장 많은 자동차 공장이 건설 중이다”라며 “관세를 없애면 중국이 우리 산업을 집어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법원에서 패소할 경우를 대비한 ‘플랜 비’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겁을 주려는 건 아니지만 다른 방법도 있다”며 “‘면허(license)’라는 단어를 생각해 보라. 다른 것들도 보라. 우리에게는 다른 대안들이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방식이 가장 좋고, 가장 강력하며, 가장 빠르고, 가장 쉽고, 가장 덜 복잡하다”고 말했다.
미 정부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에 명시된 ‘수입 규제’ 권한에 수출입 허가(라이선스)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도 포함된다고 보고 있다. 허가를 받기 위해 비용을 내도록 하면, 형식은 ‘면허’지만 실제 효과는 관세와 같아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대법원이 관세 부과를 위법으로 판단하더라도 행정적 허가 제도를 활용해 통상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공개변론 때 정부 대리인인 존 사우어 법무차관이 이런 논리를 제시했고, 당시 일부 대법관들이 이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덴마크령 그린란드 매입 의지도 재확인했다. 그는 유럽 동맹국들이 이에 반대할 경우 관세 보복을 시사한 것에 대해 “우리는 국가 안보를 위해 그린란드가 필요하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그린란드 매입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에 “나만큼 나토를 위해 많은 일을 한 사람은 없다”며 일축했다. 그러면서 “나는 우리가 나토도 매우 기쁘고, 우리(미국)도 매우 기쁠 해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린란드를 차지하기 위해 어디까지 갈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엔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만 답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제안한 파리 주요 7개국 긴급회의에 대해서는 “가지 않겠다”고 불참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표지에 ‘업적’이라고 적힌 두꺼운 자료집을 들고나와 1시간 20분 동안 자화자찬을 이어갔다. 그는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핫한 나라가 됐다”고 주장했고, 멕시코만의 이름을 ‘트럼프만’으로 바꾸려다 참모들이 말렸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집권 2기 취임 1주년을 맞은 2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제임스 S. 브래디 기자회견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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