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알 한세트면 평생 암 걱정 없어"…사기 혐의 70대 실형
재판 넘겨지자 이미 사망한 친척에게 혐의 떠넘기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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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동해 권준언 기자
"미국 나사(NASA·미항공우주국)에서 암 치료제를 개발했는데 내 와이프도 그 약 먹고 유방암이 나았어."
지난 2020년 8월 서울의 한 주류회사 사무실. 회사 대표 김 모 씨(77)는 지인인 A 씨에게 자신이 알고 있다는 신약의 정보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김 씨의 설명은 거침이 없었다. 자신의 친구도 담낭암에 걸렸다가 이 암 치료제를 먹고 완치됐고 12정이 들어 있는 약 한세트만 먹으면 모든 암에 효과가 있다고 했다.
심지어 당장 암에 걸리지 않더라도 예방차원에서 탁월하다는 설명도 덧붙었다. 1정에 100만원, '기적의 약'치고는 1세트에 1200만 원이라는 약값이 아깝지 않았다.
"1세트만 먹으면 평생 암에 걸리지 않는다"라는 말에 A 씨는 지갑을 열었다. A 씨는 그해 9월부터 11월까지 약품 구입 대금으로 1억 920만 원 상당의 돈을 송금했고 김 씨는 구하기 어렵다는 이 신기한 묘약을 사무실 냉장고에서 꺼내 A 씨에게 건넸다.
물론 김 씨의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나사가 만들었다는 이 약품은 실제로 개발되지도, 시중에 판매되지도 않는 상품이었다.
하지만 사기 혐의로 법정에 오른 김 씨는 자신은 약물을 공급 해주던 육촌 형 B 씨와 피해자 A 씨를 연결해 줬을 뿐이라며 발뺌을 하기 시작했다. 김 씨는 이미 망인이 된 B 씨에게 책임을 돌리며 피해자에게 받은 돈 역시 그저 현금화해 B 씨에 전달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그는 B 씨에게 약품 구입 대금 전액을 전달했다며 법원에 자필 메모를 제시했는데, 전달 시기와 횟수 금액에 서로 일치하지 않고 계좌번호도 적혀 있지 않았다.
김 씨는 또 처음에는 현금 전달 과정에서 '어떤 명목의 돈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다가 피해자가 관련 증거를 제출하자 그제야 '수고비 명목으로 1000만 원을 받았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이에 서울북부지법 형사14단독 강경묵 판사는 피해규모 등을 비추어 볼 때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김 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김씨는 범행 당시 다른 범죄를 저지른 전과로 집행유예 기간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강 판사는 "피고인은 2022년 11월쯤 피해자에게 1000만 원을 지급한 것 외에 피해회복을 위한 추가 조치를 하지 않았고 현재까지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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