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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공모제로 ‘무자격자’ 교장에 앉힌 사립학교···‘제멋대로’ 임용에도 교육청은 뒷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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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공모제로 ‘무자격자’ 교장에 앉힌 사립학교···‘제멋대로’ 임용에도 교육청은 뒷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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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학원, ‘법인 이사 출신’ 잠실여고 교장 임용
정년 기준 불합···교육청 미승인에도 ‘권한 행세’
3월 해당 인사 재임용 강행하려 정관까지 바꿔
사학, 입맛 맞는 인사 횡행에도 당국은 미온적
잠실여고-일신여중 팻말. 성동훈 기자

잠실여고-일신여중 팻말. 성동훈 기자


지난해 사립학교인 잠실여고에서 교장공모제를 통해 임용된 교장이 무자격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교육청은 한 학기가 지난 올해 1월에서야 교장 권한을 중지했는데, 학교 법인은 정관을 개정해 해당 교장을 재임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사학법인의 임용권 남용에 교육청이 감시나 제지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취재를 종합하면 학교법인 서울학원은 지난해 9월 초빙형 교장공모제를 통해 A씨를 잠실여고 교장으로 임용했다. 대학 교수 출신인 A씨는 직전까지 서울학원 법인 이사를 지냈다. A씨는 당시 법인 정관이 규정한 정년 62세 기준에 맞지 않았고, 교육청은 교장 임용 보고를 받은 뒤 반송했다. A씨를 잠실여고 교장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A씨는 지난해 2학기 내내 교장 권한을 행사했다. 교육청은 지난해 11월에서야 학교 측에 교장이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다. 이후 교장 권한을 취소하라고 권고하며 올해 1월16일까지 결과를 통보하라고 했다. 학교 측은 최근에서야 A씨의 교장 권한을 중지했다. 잠실여고 관계자는 “현재는 교장이 학교에 안 나오시는 걸로 안다”고 했다.

교육청은 A씨가 교장으로서 결재하고 집행한 사항은 번복하기 어렵다고 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원칙상은 교장 권한이 없기 때문에 취소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교사와 학생 관련 사항을 취소하면 행정 자체가 완전히 마비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학원은 A씨를 오는 3월 교장에 다시 임용하기 위해 교육청에 교장 자격 인정 대상자로 신청한 상태다. 법인은 지난해 12월 정관에 ‘초빙 또는 공모에 의한 교장의 정년은 교육공무원 정년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이사회 의결로 별도로 정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당초 A씨가 제한받던 규정에 예외를 허용한 것이다. 사학법인이 교장공모제에 대해서만 예외 규정을 만들어 법인 이사 등 선호 인사를 교장직에 앉힐 경우 교육 당국이 제대로 제지하지 못 한다는 우려도 있다.

교육청이 A씨를 교장으로 승인한다면, 지난 학기에 권한 없이 시행했던 정책이나 교원 징계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A씨는 교무실에 지문인식기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도입 취지를 묻는 교사 등에게 ‘선동성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경위서 제출과 징계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잠실여고 교사 18명은 이에 반대하며 “교직원 개개인의 자유로운 의견 표출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입장문을 냈다.


사학에 대한 교육청의 미온적 태도가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잠실여고는 이미 지난해 1학기 교장 중임 제한에 걸리는 교장을 임용했다가 교육청 승인을 받지 못 한 채 4월 중순부터 남은 학기를 교장 직무대리 체제로 유지했다.

사립학교법을 보면 교육청은 법인이 교장에 대한 징계요구를 법인이 따르지 않을 때 이사장 등 임원의 취임을 취소할 수 있다. 사학법인이 권한 없는 교장을 해임하지 않으면 교육청이 나설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교육청 관계자는 “(임용 승인을 하지 않은 이후) 학교 내부적으로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교육청이 확인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고 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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