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건우 위데이터랩 대표
악필에서 명필로 거듭나
대학에 입학하면서 서예 동아리 입문
여초 선생을 만나 본격적인 서법 공부
서예공부 35년… 서예 알리는 일에 보람
태극권, 中에 건너가 직접 전수받기도
컴맹서 DBMS 전문가로
문과 나왔지만 인터넷시대 변혁 전망
IT회사 들어가 수시로 밤 새우며 공부
AI·빅데이터 분야 전문가로 창업 성공
최근 청소년에 AI 알리는 만화책 발간
악필에서 명필로 거듭나
대학에 입학하면서 서예 동아리 입문
여초 선생을 만나 본격적인 서법 공부
서예공부 35년… 서예 알리는 일에 보람
태극권, 中에 건너가 직접 전수받기도
컴맹서 DBMS 전문가로
문과 나왔지만 인터넷시대 변혁 전망
IT회사 들어가 수시로 밤 새우며 공부
AI·빅데이터 분야 전문가로 창업 성공
최근 청소년에 AI 알리는 만화책 발간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그것도 기술과 예술의 영역으로 불리는 정보통신(IT)과 서예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더 더욱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태극권 고수라는 타이틀 까지 더해진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소중한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최첨단과 고전을 융합해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는 권건우(55) 위데이터랩 대표를 15일 만났다. 그는 데이터 저장·처리(DBMS) 분야의 전문가다. 위데이터랩은 자체 개발한 솔루션을 통해 IT 시스템의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는 회사다. 각 회사의 IT 시스템을 치료하는 의사라고 할 수 있다.
권 대표가 2018년 창업한 이 회사는 현재 국민은행 등 금융권과 한국전력기술, 한국농축산검역본부 등 공공기관 40여개의 고객사가 있다. 권 대표는 “미국 오라클이 동종업계에서 앞서 있지만 라이선스 구매 및 유지보수 비용이 10배 정도 비싸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했다.
권건우 위데이터랩 대표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경운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서예를 배울수록 검술과 같다며 서검(書劍)을 쓰고 있다. 권 대표는 대학 재학 시절 여초 김응현 선생으로부터 서예를 배운 뒤 35년 동안 끊임없이 글씨를 써오고 있다. 서예를 하는 IT 전문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최첨단과 고전을 융합해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는 권건우(55) 위데이터랩 대표를 15일 만났다. 그는 데이터 저장·처리(DBMS) 분야의 전문가다. 위데이터랩은 자체 개발한 솔루션을 통해 IT 시스템의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는 회사다. 각 회사의 IT 시스템을 치료하는 의사라고 할 수 있다.
권 대표가 2018년 창업한 이 회사는 현재 국민은행 등 금융권과 한국전력기술, 한국농축산검역본부 등 공공기관 40여개의 고객사가 있다. 권 대표는 “미국 오라클이 동종업계에서 앞서 있지만 라이선스 구매 및 유지보수 비용이 10배 정도 비싸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문과 출신이지만 대학 졸업 당시 인터넷시대가 시작되면서 대변혁이 올 거라고 보고 IT업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 당시 드물게 문과출신을 채용하는 삼성SDS에 입사하면서 엔지니어의 길을 걷게 됐다. 이과 출신 동료들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 퇴근하면 전문서적을 읽고 공부하느라 수시로 밤을 샜다. 국내에 없는 책은 아마존에서 구입했다. 주문한 책이 많아 매번 자루에 담아서 배달 될 정도였다. 300명이 근무하는 사무실에는 전공 책이 발에 차일 정도로 많았지만 절반이 그가 주문한 것이었다.
컴맹으로 시작한 사회생활이었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데이터 분야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가 됐다. 이 때 같이 근무한 동료와 창업을 하면서 홀로 섰다.
권 대표는 IT 분야에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했지만 또 다른 진면목이 있다. 그는 서예에 일가견이 있다. 그가 서예에 입문한 계기는 아주 단순하다. 평생 서예에 몰입할 줄은 대학 입학 전에는 몰랐다. 1990년 3월 청운의 꿈을 안고 서울대학교에 입학했다. 고향의 부모와 집안 어른들은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검사로 금의환향(金衣還鄕) 할 것으로 기대했다. 고향을 떠날 때 주변에서는 고시공부 전에 먼저 글씨부터 바르게 쓰는 법을 배우라고 충고했을 정도로 소문난 악필이었다. 글씨를 잘 써보겠다는 마음으로 서예 동아리 문을 두드렸다. 서예를 배우게 된 동기다.
동아리 선배들은 신입생에게 서예 기초 이론을 알려줬다. 당시 선배들은 여초(如初) 김응현(1927∼2007) 선생의 강의 노트를 갖고 설명했다. 수많은 서예 이론을 들을수록 묘한 매력에 빠져들었다. 강의실 보다 서예 동아리방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을 정도였다. 동아리 캐비닛에는 여초 선생이 명륜동 캠퍼스 시절부터 학생들을 가르치던 서예 체본과 각종 자료들이 빼곡히 쌓여 있었다. 이론을 배우고 서체를 익히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전공과 고시에서 점점 멀어졌다.
서예에 빠져들수록 여초 선생을 직접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여초 선생은 근현대 한국 서예의 대가로 우리나라 최초의 서예연구교육기관인 동방연서회를 설립해 제자를 양성한 것으로 유명하다.
1991년 인사동에 위치한 동방연서회를 찾아 여초 선생을 만나면서 본격적인 서예 공부를 시작했다. 동방연서회 회원들과 함께 선생의 체본을 받아 서예를 익혔던 시절의 감동은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대학 동아리에서 접한 여초 선생의 자료들은 동방연서회에서 출판한 ‘동방서예강좌’의 초기 원고였을 정도로 귀한 것이었다.
“여초 선생님으로부터 2년 동안 지도를 받았습니다. 선생님은 제자들이 글을 쓴 종이를 찢어버릴 정도로 혼내는 경우를 여러 번 봤습니다. 처음 입문 할 때는 전서체를 씁니다. 선생님으로부터 ‘단단하게 썼다’라고 평가를 받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선생님의 담담한 평가가 평생 붓을 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여초 선생의 제자인 강포 김상용 선생으로부터 지도를 받을 때도 ‘무서운 글씨’라는 평을 들었다. 잔꾀 부리지 말고 기본에 충실해 글을 쓰라는 여초 선생의 가르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
한창 서예 연습을 할 때는 먹고 자는 시간 이외에는 붓을 들었다. 입문 단계에서는 한일자를 쓰는 줄긋기만 했다. 동아리 후배들은 “권 선배는 자면서도 줄긋기를 한다”고 했을 정도였다. 군복무를 하면서도 틈틈이 줄긋기를 했다. 튼튼하게 다진 기초가 동방연서회 회원으로서 후배들을 지도하고 그룹전에 작품을 출품하는 힘이 됐다.
서예 입문 35년째를 맞은 그는 초대작가, 심사위원, 미협 이사 등을 거쳐 국제서법예술연합한국본부 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권 대표는 요즘 글씨를 잘 쓴다는 소문이 나면서 대외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직지사 새 건축물의 상량문을 썼으며 고향의 집안 어른들은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편액 등을 써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서예를 알리는 일은 만사를 제쳐 놓고 하겠다는 생각이다.
“고시를 포기했을 때 몇날 며칠을 몸져 누웠던 어머니가 IT전문가로 활약하면서 서예로 인정받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는 “잘 했다”고 칭찬하셨을 때 눈물이 났어요.”
나태해지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쓰는 글자가 있다. 바로 ‘서검(書劍)’이다. 서예를 배우면 배울수록 검술과 같다는 것을 실감한다. 서법(書法) 가운데 회완법은 들고 있는 것이 붓과 검이냐에 따라 구분될 뿐 기본 원리는 동일하다. 회완법에 능통하면 글씨를 잘 쓰는 것은 물론 무술의 경지에 이룰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래서 대학 때 배운 태극권 수련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현재 한국진소왕태극협회장을 맡고 있다. 태극권의 방법론을 배우면 좀 더 깊게 글씨를 쓸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정기적으로 서법과 무예의 상관관계를 학술적으로 다루는 모임을 갖는 이유다.
어떤 분야든지 한번 빠져들면 끝장을 보는 성격은 태극권을 배우는 데서도 나타났다. 휴가 때 마다 중국으로 건너가 진가태극권의 고수인 진소왕으로 부터 직접 태극권을 전수받았다.
그는 서예를 하는 IT 전문가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쉽게 전달하는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AI시대를 연 거장들의 뒷얘기와 AI알고리즘의 진화 과정을 알기 쉽게 만화책으로 발간했다.
‘야사와 만화로 배우는 인공지능’은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있으며 일반인도 인공지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 졌다. 책에 수록된 인공지능 계보도는 인테넷 상에서는 물론 출판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 계보도에는 ‘인간처럼 기계도 피드백을 통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다’고 한 사이버네틱스의 창시자인 노버트 위너 등 200여 명의 인공지능 구루(스승)가 소개됐다.
서예 분야의 책도 빼놓을 수 없다. 여초 선생의 이론서에 인용된 ‘광예주쌍집’에 나오는 등석여는 청나라의 대표적 서예가다. 전서체는 신필의 경지며 천년에 한 번 나올만한 서예대가로 평가받고 있는 인물이다. 위대한 서예가로 평가받는 삶과 높은 경지에 오른 비결을 알고 싶어 등석여의 평전을 쓰는 것이 버킷리스트였다.
추사 김정희는 이전 시대와는 다른 새로운 서예흐름을 만들어 냈다는 평가를 받는데 그 비결이 궁금했다. 등석여의 어떤 점을 추사가 배웠는지, 추사는 일본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파악하고 싶었다.
그 결과물이 3월쯤 발간예정인 ‘등석여와 추사 김정희, 역사의 큰 흐름을 바꾸다’라는 책이다. 책에는 등석여의 6대손을 직접 만나 인터뷰한 내용이 들어있다. 등석여와 추사의 다양한 교류 관계를 찾아내는 등 심혈을 기울여서 쓴 연구가 고스란히 포함됐다.
“문화는 정합성이 있어 검여, 일중,여초선생님이 한국 서예를 가장 먼저 세계 최고 수준에 올려 놓았으며 뒤를 이어 경제분야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세계를 선도하게 되었고 대중문화에서는 K-팝이 전 세계에 한류를 불러일으켰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서예를 배우면서 사물을 깊고 정밀하게 그리고 다양한 각도로 보는 안목을 키웠다. 서예 작품을 출품하면 여초 선생과 제자들이 세심하게 평가를 했다.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점에서 지적을 받고 고치는 일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니까 작은 부분까지 신경을 쓰게 됐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데 권 대표의 회사 복도에는 걸려있는 사진에 눈길이 갔다. DBMS의 밥 마이너, AI의 제프리 힌튼과 요시아 벤지오 등 IT 분야에서 이정표가 될 만한 대가들의 사진이었다.
“대가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를 파악하면 다음 방향을 알 수 있어요. 이것도 서예에서 배운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아마 서예를 배우지 않았다면 오늘의 제 모습은 없었을 것입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가볍지 않은 태도로 진지하게 탐구하는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그의 사무실에 적혀있는 ‘연구하고 강의하고 책쓰고 개발하고’가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권건우 위데이터랩 대표는…
• 1971년 경북 봉화 출생 •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 성균관대학교 경영학박사(MIS전공) • 삼성SDS 책임연구원 • 위데이터랩 대표 • ‘Oracle, PostgreSQL, MySQL 코어아키텍쳐’, ‘야사와 만화로 배우는 인공지능(2권)’ 출간, ‘등석여와 추사 김정희, 역사의 큰 흐름을 바꾸다’ 출간 예정
박연직 선임기자 repo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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