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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짜리 로봇개, 中은 400만원에 팔아…'SW' 선도해야 이길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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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짜리 로봇개, 中은 400만원에 팔아…'SW' 선도해야 이길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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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연매출 4.5조·영업익 2조 돌파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 리포트]②
저가 中제품이 로봇 하드웨어 시장 점령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 SW·AI 경쟁 치열
내재화보다 협업, 범용보다 특화 AI 집중
[이진형 데이터마케팅코리아 대표·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올해 CES 2026에서 가장 충격으로 다가온 것은 바로 ‘보급형 로봇’의 출현이다. 기존에는 수천만원에 달했던 로봇들이 수백만원대의 가격표를 달고 나타난 것이다. 로봇의 외관만 보고는 고가의 제품인지 보급형 제품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C) 노스홀(North Hall)에는 중국 기업들이 가정용, 산업용 등 다양한 목적의 로봇들을 내놓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의 유니트리가 선보인 ‘Go2’ 시리즈와 딥로보틱스의 로봇들이었다. 이들 제품은 겉으로 보기에는 1억원에 육박하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팟’과 생김새가 유사했다. 유니트리의 Go2의 가격은 2800달러(약 400만원)부터 시작한다. 로봇개뿐 아니라 자유자재로 복싱을 하는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R1에도 4900달러(약 700만원)라는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 중국 로보틱스 기업 매직랩의 사족보행 로봇개들이 전시돼 있는 모습.(사진=이진형 데이터마케팅코리아 대표)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 중국 로보틱스 기업 매직랩의 사족보행 로봇개들이 전시돼 있는 모습.(사진=이진형 데이터마케팅코리아 대표)


하드웨어는 中이 장악…글로벌 기업, SW 경쟁 격화

하드웨어만 놓고 보면 이제는 로봇은 특별한 첨단 기술이 아니라 중국에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공산품이 됐다는 신호다. 그 순간 경쟁의 축은 자연스럽게 이동한다. 하드웨어의 평준화 속에서 차별화 포인트는 소프트웨어, 즉 ‘로봇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된다. 로봇의 팔, 다리, 몸체는 저렴한 중국산 하드웨어를 조립해 쓰더라도, 그 위에 어떤 운영체제(OS)와 인공지능(AI) 두뇌를 얹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가치를 지닌 로봇이 되는 구조다.

이는 자동차와 스마트폰이 지나온 길과 닮았다. 자동차 역시 기존에는 디자인이나 연비 등 스펙이 주된 평가 요소였다면, 차량의 스펙이 점점 상향 평준화하고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어떤 소프트웨어가 탑재됐으며 어떤 AI 기능이 적용됐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스마트폰 역시 온디바이스 AI가 제공하는 서비스로 경쟁의 축이 이동하고 있다.

올해 초 ‘CES 2026’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C) 노스홀에 중국 기업의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가 전시돼 있다.(사진=이진형 데이터마케팅코리아 대표)

올해 초 ‘CES 2026’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C) 노스홀에 중국 기업의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가 전시돼 있다.(사진=이진형 데이터마케팅코리아 대표)


로봇 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4900달러 로봇은 우리에게 ‘껍데기가 아니라 뇌를 보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 중국에서 하드웨어를 주문하고, 구글이나 테슬라 같은 기업의 ‘로봇 OS’를 구독형으로 다운받아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로봇 두뇌’를 잡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휴머노이드 전용 파운데이션 모델 ‘아이작 그루트’는 로봇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인간의 행동을 학습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한다. 구글 딥마인드는 생성형 AI 모델 제미나이를 기반으로 ‘제미나이 로보틱스’ 모델을 고도화하고 있다.

완성차들이 몰려 있는 웨스트홀(West Hall)에서도 이같은 점이 두드러졌다. 자동차 전시관인데, 정작 신차를 전면에 내세운 부스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이질감이 들었다. 차체 디자인, 배기량, 마력 같은 하드웨어 스펙보다는 차량에 탑재되는 OS, 자율주행 알고리즘, 차량 내 AI 경험이 설명 대부분을 차지했다. 차를 얼마나 잘 만드느냐보다 차 안에서 어떤 경험을 제공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이 된 것이다.


잘하는 것 집중…산업 특화 ‘버티컬 AI’ 약진

또 다른 인상 깊은 흐름 중 하나는 ‘버티컬 AI’의 약진이었다. 음성 AI 분야의 두 강자인 사운드하운드(SoundHound)와 세렌스(Cerence)의 차이가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사운드하운드는 범용성에 집중했다. 이들이 선보인 ‘사운드하운드 챗 AI(Chat AI)’ 플랫폼은 자동차뿐만 아니라 식당 주문, 호텔 접객 등 다양한 산업에 두루 적용할 수 있는 유연함을 강조했다.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세렌스가 차량용 음성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이진형 데이터마케팅코리아 대표)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세렌스가 차량용 음성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이진형 데이터마케팅코리아 대표)


반면, 세렌스는 ‘자동차’ 하나에만 집중했다. 이들이 공개한 ‘세렌스 코파일럿(Cerence Co-Pilot)’은 단순한 음성 비서를 넘어 차량의 전자제어장치(ECU)와 깊게 연동된다. 예를 들어 “나 추워”라고 말하면 단순히 날씨를 검색해 주는 것이 아니라, 차량의 온도 조절 장치를 가동하고 엉덩이 시트의 열선을 켜는 식이다. 그 결과 세렌스는 완성차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며 수억 달러의 매출을 만들어내고 있다. 단순히 AI를 잘 만드는 것에서 더 나아가 산업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 경쟁력이 된 것이다.

이 흐름은 농업, 건설, 광산, 헬스케어까지 동일하게 나타났다. 농기계 분야에서는 미국 존디어와 일본 쿠보타가 농업 데이터에 특화된 AI를, 건설 현장에서는 캐터필러와 오시코시가 거친 현장에 최적화된 특수차 AI를 선보였다. 범용 모델 위에 얹힌 ‘산업 맞춤형 AI’가 실제 수익을 창출하고 있었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존디어의 초대형 자율주행 콤바인이 전시돼 있다.(사진=이진형 데이터마케팅코리아 대표)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존디어의 초대형 자율주행 콤바인이 전시돼 있다.(사진=이진형 데이터마케팅코리아 대표)


반도체 산업에서도 ‘제너럴리스트’보다는 ‘스페셜리스트’가 부각되는 흐름을 엿볼 수 있었다. 과거에는 “우리가 다 한다”는 내재화 또는 수직계열화가 미덕이었다. 하지만 이번 CES에서는 정반대의 풍경이 펼쳐졌다. 각자가 가장 잘하는 것을 내놓으면서 서로 다른 분야에서의 협업을 내세웠다. 퀄컴은 반도체 칩을 설계하는 팹리스로서 스마트폰·자동차·사물인터넷(IoT)용 사업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시놉시스는 칩 설계를 가능하게 하는 전자설계자동화(EDA)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칩을 실제로 제조하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명확하게 역할을 나눠 이 기업들과 긴밀한 협업 관계를 맺고 있다. 기업이 모든 것을 혼자 다 하려고 하기보다는, 누구와 손잡을 것인가를 빠르게 결정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생존 방식이 된 것이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