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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범에 대한 사면을 금하라 [이진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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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범에 대한 사면을 금하라 [이진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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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4일 새벽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서 열린 내란 혐의 사건 1심 결심 공판에서 자신에 대한 특검의 사형 구형 뒤 최후진술을 한 뒤 변호인들과 이야기하며 웃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4일 새벽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서 열린 내란 혐의 사건 1심 결심 공판에서 자신에 대한 특검의 사형 구형 뒤 최후진술을 한 뒤 변호인들과 이야기하며 웃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이진순 | 성공회대 겸임교수



정치에는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말이 있다. ‘죽고 못 살 만큼’ 알뜰히 챙기며 호형호제하다가 ‘죽이고 싶어 못 살 만큼’ 철천지원수로 돌변하는 일들이 예사롭게 벌어진다. 윤석열이 검사 시절부터 ‘눈에 넣어도 안 아플 후배’라며 총애하던 한동훈은 윤석열 정권의 황태자로 불릴 만큼 기세등등했으나 김건희 명품 백 사건 이후 사이가 틀어져서 급기야 “총으로 쏴 죽이고 싶”은 원수지간이 되었다.



윤석열이 한동훈을 깜짝 발탁했듯, 한동훈은 보궐선거로 갓 당선된 장동혁을 당 사무총장으로 깜짝 발탁했다. 깨방정 춤까지 춰가며 한동훈의 평생 동지를 자처한 ‘친한계 1호’ 의원 장동혁은 탄핵 국면에서 줄을 갈아타더니 ‘윤 어게인’의 선봉장이 되었고, 장외 극우세력을 기반으로 당대표에 올랐다. 심야 쿠데타처럼 벌어진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의 한동훈 제명 조치는 최고위원회 의결 보류로 일단 한 박자 쉬는 모양새지만, 장동혁과 한동훈의 정면충돌로 빚어진 국민의힘 내홍은 쉽게 잦아들 것 같지 않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이 와중에 장동혁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지난 13일 공식 회동을 갖고 반이재명 연대를 위해 손을 잡았다는 점이다. 이준석이 2022년 국민의힘 당대표직에서 물러날 때도 이번처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자정을 넘겨 새벽에 그에 대한 징계(당원권 6개월 정지)를 결정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에게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당이) 달라졌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도 잘 알려진 일화다. 그렇게 친윤계에 의해 쫓겨난 이준석이 ‘윤 어게인’으로 당권을 잡은 장동혁과 환하게 미소 지으며 악수를 했다. 정치권에서는 동지가 적이 되고 적이 동지가 된다.



그래서였을까? 윤석열은 사형을 구형받는 결심공판에서도 웃음기 머금은 얼굴로 여유만만했다. 지난 13일 특검은 윤석열에게 사형을, 김용현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 30년 전 내란죄로 전두환이 사형, 노태우가 무기징역을 구형받았던 바로 그 자리였다. 정확히 30년의 간격을 두고 같은 공간, 같은 죄목, 같은 구형량, 그리고 같은 뻔뻔함이 역사의 저주처럼 재현되고 있다. 항소심에서 전두환은 무기징역, 노태우는 징역 17년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되었지만 그들의 실제 수감 기간은 각 2년 남짓에 불과하다. 1997년 12월 대통령 특사로 석방되었기 때문이다. 사면을 받고 풀려난 전두환은 살아생전 광주 시민들에게 사과 한마디 없었고 회고록을 통해 학살의 증언자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방했다. 골프와 파티로 건재함을 과시하다가 추징금 956억원을 미납한 채 90살로 자연사했다. 윤석열 일당도 적당히 몇년만 참고 버티면 사면을 받고 나갈 것이란 계산이 섰을 것이다.



그러나 30년 전 전두환 재판과 이번 공판의 차이를 그들은 아직 알아차리지 못한 듯하다. 12·12 쿠데타와 5·18 광주학살로 권력을 찬탈한 전두환, 노태우가 내란죄로 법정에 서는 데는 15년이 넘게 걸렸지만, 윤석열의 12·3 계엄이 엎어지는 데는 6시간이 걸렸고 내란죄로 체포되는 데는 43일이 걸렸다. 시민들은 지체 없이 국회로 달려왔고 다수의 군인과 경찰은 내란과 학살의 공범이 되기를 거부했다. 30년 동안 국민도 변하고 민주주의의 수준도 변했는데, 국가원수의 오만과 탐욕만 그대로였던 셈이다.



그런데 아직 윤석열에겐 믿는 구석이 있다. 30년 전과 달라지지 않은 대통령 특별사면의 기회. 30년 전에 그러했듯 내란범에게도 이른바 ‘국민통합 차원에서’ 정치적 사면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 그 가능성을 철저히 봉쇄하는 것이 역사의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막는 자물쇠가 될 것이다. 전두환 사면 같은 일은 이제 두번 다시 없을 것이라는 걸 모두가 학습해야 한다.



이미 내란범에 대한 대통령 특별사면을 제한하자는 사면법 개정안이 국회에 20건 이상 발의되어 있다. 내란과 외환의 죄를 범한 자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사면·감형·복권을 전면 금지하자는 안부터, 국회 동의를 거치게 하자는 안이 있고, 더 나아가 대통령 특별사면 전반에 대해서 사면심사위원회의 심의 기능을 강화해서 국회의원이 대통령의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제동장치가 되게 하자는 안도 나와 있다. 내란범들에 대한 최종심이 확정되기 전에 사면법을 개정해야 한다. 정치에는 타협이 있을 수 있지만, 헌정 질서를 지키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일에는 타협도 용서도 있을 수 없다. 사형을 구형받고도 싱글대는 내란범들을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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