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대해부]최악의 어닝쇼크 딛고 V자 반등 기대. 배당성향 0%의 불신기업 꼬리표는 숙제
스튜디오드래곤 주가 추이/그래픽=이지혜 |
주식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매수신호는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을 때"다. 매일 쉬지 않고 자금이 몰리고 있는 삼성전자는 불과 6개월전만 해도 비관론을 떨치지 못한 상태였다. 타이밍을 놓친 HBM3 기술개발에 기존사업 수익성 둔화까지 사방이 막혀보였지만 회상하면 그때가 최고의 매수시점이었다.
현대차그룹도 마찬가지. 지난해 10월 서슬퍼런 미국 관세전쟁에 자동차 산업이 휩쓸려 공회전 하고 있던 터에 조지아주 불법체류 단속까지 터지며 핸들이 헛도는가 싶었는데, 악재가 정리되고 현대차의 휴머노이드 사업투자가 주목받으며 석달만에 주가가 21만원에서 48만원으로 치솟았다.
주도주 장세에서 지나치게 틈새를 고집할 필요는 없지만 물밑 턴어라운드 조짐이 보이는 종목이나 업종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K콘텐츠 업종이 있는데, 이중 스튜디오드래곤이 있다. 주가는 지난 2년간 반토막 났고, 2025년 상반기에는 창사 이래 가장 혹독한 '지옥'을 맛봤지만 올해 들어서는 모든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매수해야 한다고 평가하는 종목이다.
뼈를 깎는 비용 효율화로 기초 체력은 회복됐고, 드라마 단순제작 사업구조를 고마진 IP(지적재산권) 영업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여기에 일본과 미국 등에서 해외 콘텐츠 시장개척 가능성도 거론된다. 아직은 초기단계지만 성공한다면 실적의 질이 달라지는 터닝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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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드라마 명가, 날개 떨어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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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드래곤은 숱한 히트작으로 유명한 K드라마 명가다. 유래없는 성공가도를 달려왔으나 2024~2025년 상반기에는 바닥이 어디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추락했다. 이시기 제작사를 괴롭힌 가장 큰 문제는 배우 몸값 인플레이션이었다. 기생충, 오징어게임, 카지노 등 영화, 드라마의 흥행은 반가운 일이었으나 이로 인해 주연배우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특히 거대자본 넷플릭스가 한국에도 시행한 '코스트 플러스(Cost Plus)' 모델이 치명적이었다. 쉽게 말하면 '제작비+제작사 확정이익'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사전에 정해진 제작비만 지키면 손해 볼 일이 없다보니 비용을 아낄 유인이 사라졌다. 비싸더라도 제작비 지급사가 납득할 스타배우를 캐스팅해 평타를 치려는 경향도 반복됐다. 출연료의 '슈퍼 인플레이션+극단적 양극화'가 고착된 배경이다.
2010년대 후반 S급 배우는 드라마 1회당 1억~1억5000만원 가량의 출연료를 받았는데 2024~2025년에는 회당 3억~5억원은 기본이고 글로벌 흥행배우는 10억원이 넘는다는 얘기도 나왔다. 넷플릭스와 무관한 영화나 드라마까지 출연료 불똥이 튀어 제작비 전반이 치솟았다.
지난해 1분기 방영된 '별들에게 물어봐'는 안좋은 쪽으로 문제가 한번에 터진 드라마였다. 약 500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추산되는데 시청률은 참패(최고 3.9%, 최저 1%대)했다. 150억~200억원 정도의 이익을 벌어들여야 하는데 오히려 100억원 이상 손실이 나왔다는 것이다.
2분기 상황은 더 안좋았다. 별들에게 물어봐 손실처리도 버거운데, 내수침체로 방송사 광고가 줄면서 드라마 제작비용 투자여력이 줄자 제작사에도 여파가 미쳤다. 드라마 콘텐츠 기업들의 주가가 동반 고전을 면치 못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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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료, 제작비 폭증에 흥행참패까지 3중고…살길 안보였던 스튜디오드래곤 소생시킨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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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배우 이채민(왼쪽 세번째)이 19일 오후 서울 구로구 더 세인트에서 열린 tvN 새 토일드라마 '폭군의 셰프' 제작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08.19. jini@newsis.com /사진=김혜진 |
턴어라운드 가능성이 감지된 것은 3분기. 메가 히트작들이 연이어 터지며 매출과 이익이 동시에 회복되기 시작했다. 스튜디오드래곤 특유의 메가히트 콘텐츠 제작능력이 발휘됐다. 최고 시청률 17%를 돌파한 드라마 폭군의 셰프가 스타트를 끊었다. 넷플릭스 선판매까지 이뤄지며 해외매출과 수익을 동시에 끌어올린 공신이었다. 여기에 신사장프로젝트, 태풍상사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스튜디오드래곤의 2025년 3분기 매출액은 13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05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컨센서스인 150억원 영업익은 달성하지 못했으나 'V자' 형태의 구조적 반등은 분명했다. 이익의 질도 주목할 대목이다. 텐트폴 대작 없이 중소형 라인업의 글로벌 선판매와 제작비 효율화만으로 9%에 육박하는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이는 스튜디오드래곤의 시스템이 정상화됐음을 의미한다.
증권가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1480억원, 180억원으로 추산한다. 2026년은 여기에 물량이 더해진다. 2025년 20여편에 그쳤던 스튜디오드래곤의 제작 편수는 2026년 25편 이상으로 20% 가량 증가한다. 올해 매출과 영업익 컨센서스는 전년대비 각각 22%, 85% 증가한 6671억원, 555억원이다.
크리에이터 조율, 실비정산에 AI(인공지능)을 접목한 CG, VFX 등 후반작업 효율화가 더해지면서 회당 제작비와 매출원가율의 동반 하락이 나타난다. 제작비 부담완화는 제작편수 반등의 기반이 되며, 이는 다시 규모의 경제를 통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진다고 DS투자증권은 분석했다.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에 선판매되는 드라마도 늘어난다. 지난해 4분기 태풍상사, 얄미운 사랑, 프로보노 등이 선판매로 판매가격을 올린 사례다. 선판매는 제작비 효율화와 재무순환에도 보탬이 된다. K드라마 열풍이 불면서 기존에 제작했던 구작이 티빙의 HBO Max 동남아, 디즈니플러스 일본 브랜드관 등에 판매되면서 추가수익을 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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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 "수익회복" 주연 : IP 조연 : 美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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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드래곤 매출 구조/그래픽=이지혜 |
주목할 것은 IP판매, 그리고 이와 연계된 해외수출이다.
과거 스튜디오드래곤의 수익 모델은 단순했다. 드라마를 제작해 방송사에 공급하고, 넷플릭스에 전송권을 판매하는 전형적인 B2B(기업 간거래) 구조였다. 치명적인 한계는 드라마 방영이 종료되는 순간 수익창출도 멈춘다는 점이다. 리쿱(제작비 회수)의 일회성 문제다.
그러나 2026년부터는 IP홀더(지식재산권 보유사)로 진화한다는 게 회사 방침이다. IP에는 저작권. 2차 저작권(리메이크·스핀오프), 해외 유통권, 캐릭터·포맷 활용권, 굿즈 제작권 등 모든 것을 포괄한다. IP사업 마진은 50% 이상이다. 시청에서 소비로 국면이 전환되기 때문이다.
주목할 지역은 일본이다. 공연티켓 가격이 높고, 공연연계 굿즈 구매율이 월등히 높은데 흥행에 성공한 사례도 많다. 스튜디오드래곤의 드라마 빈센조는 일본 최대 엔터테인먼트사 에이벡스 픽처스와 손잡고 2023년 8월 도쿄 일본청년관홀과 오사카 산케이홀 투어를 진행했는데 전석 매진됐다.
송중기 캐릭터를 맡은 일본 배우의 팬덤까지 흡수하며 '원작 팬+뮤지컬 팬'의 시너지가 생겼다. 스튜디오드래곤은 티켓과 현장판매 굿즈 수익을 배분받았다. 사랑의 불시착 뮤지컬은 후지TV와 손잡고 2024년 도쿄에서 대규모 공연이 성공했다. 이 밖에 도깨비, 김비서가 왜 그럴까 등이 일본IP 시장에서 성공을 기록한 작품이다.
쇼박스와 지음콘텐츠가 제작했던 이태원 클라스의 사례도 있다. 2022년 아사히TV를 통해 롯폰기 클라스로 리메이크했는데 △최고수준의 수출가격 △러닝 개런티 △원작 드라마 다시보기(VOD) 매출 동반상승이라는 '트리플 잭팟'을 거뒀다.
일본 현지에서 직접 드라마를 기획·제작하는 로컬 프로덕션 체제도 주목된다. 일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한국방영도 예상되는 소울메이트가 대표 사례다. 일본의 이소무라 하야토와 한국의 옥택연이 공동주연이고 스튜디오드래곤이 기획부터 제작까지 총괄하는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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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캐시카우, 미국은 성장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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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드래곤 실적/그래픽=이지혜 |
일본은 한국보다 제작비 회수 구조가 안정적이고, 제작위원회 시스템으로 리스크를 분산하면서도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한국 드라마 팬덤에 국한하지 않고 일반 일본인 시청자까지 자연스럽게 유입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한류 드라마 인기가 식는 걸 걱정할 필요도 없다. 이런 시도가 성공하면 안정적인 글로벌 제작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준비는 미국에서도 이뤄지는 중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이미 애플TV 시리즈 '운명을 읽는 기계(The Big Door Prize)'를 스카이댄스와 손잡고 제작하며 헐리우드 제작 시스템인 쇼러너(Showrunner) 체제를 습득했다. 단순 자본투자가 아니라 기획과 제작 전반에 참여해 크레딧을 올리는 '글로벌 스튜디오'로서의 경험을 쌓은 것이다.
수익 구조는 안정적이다. 미국 드라마 제작은 제작비 전액에 수익을 얹어 받는 코스트 플러스가 일반적이다. 미국 드라마의 회당 제작비는 한국의 10배인 100억원을 훌쩍 넘는다. 미국에서 드라마 1개 시즌만 제작해도 한국 드라마 10편을 만든 것과 맞먹는 1000억~1500억 원의 매출이 일시에 발생한다. 2026년 실적 전망치가 계단식으로 도약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회사는 2026년 미국 드라마 1~2편 방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 메이저 파트너사와 함께 호텔 델루나의 미국판 리메이크를 포함한 다수의 텐트폴 프로젝트를 준비중이다. 제작이 확정되는 시리즈 오더확정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라이센스 아웃에 비견될 수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이 한국 1위라는 꼬리표를 떼고 글로벌 메이저 스튜디오로 재평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일본이 고마진 IP 사업을 통한 캐시카우라면, 미국은 매출볼륨 자체를 폭발적으로 키우는 성장엔진이 될 수 있다"며 "일단 일본과 미국 양국에서 성공하면 남미 같은 주변지역으로 침투도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지 제작은 문화나 규범, 공감 포인트가 다른 지역간 격차를 가장 쉽게 뛰어넘을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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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배당, 실적미스, 무관심, CJ계열 디스카운트, 쌓여있는 공매도…풀어가지 못하면 주가상승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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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
성장성과 잠재력은 충분하지만 외부요인에서는 검증해야 할 부분이 많다. 우선 실적이다. 지난해 4분기~올해 2분기 수치가 제대로 나와야 한다. 가뜩이나 CEO(최고경영자)는 물론 IR팀도 믿지 못하는 회사라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실적미스가 재발하면 신뢰회복은 요원해진다.
CJ 계열의 고질적인 재무위기로 인한 디스카운트도 문제다. 스튜디오드래곤의 대주주 CJ ENM은 2022년 미국 제작사 피프스 시즌(Fifth Season)을 9400억원에 인수하며 부채비율이 폭등한 바 있다. 이 문제가 거론될 때 마다 스튜디오드래곤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오버행 우려가 잇따랐다.
스튜디오드래곤의 드라마가 CJ ENM의 캡티브 채널을 통해 방영된다는 점도 문제였다. 자금이 어려운 모회사가 자회사 콘텐츠를 제 값내고 구매하겠냐는 오해도 있었다. 소액주주를 위한 환원정책에 극도로 인색했다는 점은 편견을 더욱 키운 포인트였다.
2016년 설립된 스튜디오드래곤은 이듬해 상장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현금배당도 없었던 진간장 골드기업이다. 이익을 성장에 재투자한다곤 했지만 결과적으론 이것도 간이 맞지 않았다. 회사측은 2027년 창사 이래 첫 현금배당 및 배당성향 20%를 목표로 한다고 했지만 올해 여의도 컨센서스는 여전히 배당수익률 0%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스튜디오드래곤이 코스닥에서 기관, 외국인 투자자의 공매도 거래비중이 가장 높은 기업 중 하나라는 점은 이런 불만이 복합된 결과"라며 "수년간 쌓인 불신 탓에 시장 관심이 없어진 블랙리스트 고인물 중 하나라는 인식을 뒤집느냐가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준환 기자 abc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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