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흔드는 여의도](상편)
전력·용수·생태계 전무…허허벌판 가라는 정치권④
[용인=뉴시스] 김종택 기자 = 9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에서 분주하게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공동취재) 2026.01.09. photo@newsis.com /사진= |
"돋보기로 색종이 태우기 놀이하나요?"
기업은 기가 막힌다. 국가 핵심 전략산업으로서 수백조원씩 쏟아붓는 반도체 클러스터 계획을 손바닥 뒤집듯 가볍게 여기는 정치권의 행태 때문이다. 전력과 용수, 생태계 등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도 갖추지 못한 입지로 공장을 옮기자는 비상식적 주장은 태양과 돋보기만으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수준의 논리라는 얘기다.
우선 전력부터 걸림돌이다. 용인 산단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쳐 약 15GW(기가와트)의 전기가 필요하다. 내년 5월 1기 팹(공장)의 첫 클린룸 완공을 목표로 하는 SK하이닉스의 경우 총 5.5GW(4기 모두 완공됐을 때 소요량) 중 2개 팹 분량인 2.83GW에 대한 송전선로 공사도 마무리 단계다. 삼성은 이미 6GW 전력을 한국전력으로부터 확보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거론하는 새만금은 끌어올 수 있는 태양광 발전 설비 용량이 0.1GW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구축한다면 국내 평균 태양광 설비 이용률 16%를 적용했을 때 새만금 매립지 90% 이상을 태양광 패널로 뒤덮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호남의 다른 지역 등에서 재생에너지 전력을 가져오는 방법 역시 송전망 추가와 ESS(에너지저장장치) 설치 등에 천문학적 비용이 들고 화재 위험도 있다.
새만금 반도체 산단 입지적 한계/그래픽=임종철 |
전력품질도 문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0.01초의 순간 정전에도 수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산업 특성상 다중 환상망(Loop) 구조가 발달한 수도권 계통은 사고 시 즉각적인 우회 공급이 가능해 전력품질 유지에 최적화됐다"고 강조했다.
애초 이전론의 주요 근거 중 하나인 '국제적인 RE100(재생에너지 100%) 요구'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엄격하게 재생에너지만을 요구하는 주요 고객사는 애플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현재 수준의 재생에너지 활용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한빛원전 가동 중단 등으로 전남은 전기 생산이 줄어들고 전북은 공급 능력이 안 된다"며 "전기 공급만 고려해도 새만금 이전은 대안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뉴스1)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2일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내 첨단 복합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인 NRD-K 클린룸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2.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
물 문제는 더 심각하다. 용인 산단 용수 수요는 하루 76만4000톤인데 새만금에 물을 댈 용담댐은 2040년 기준 여유 용수량이 하루 수만톤에 불과하다.
일각에서 '해수 담수화' 등을 주장하지만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물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일반 공업용수와 다른 '초순수'로 무기질과 미립자는 물론 이온과 염소, 이산화규소까지 제거된 고도로 정제된 물이 필요하다. 10억분의 1미터에 해당하는 나노미터(nm) 단위의 초미세 공정이기 때문에 극소량의 이물질로도 불량을 초래하고 대규모 손실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바닷물 등을 초순수로 바꾸는 기술은 현재 없다.
생태계가 곧 경쟁력인 반도체 산업의 특성도 이전 불가의 이유다. 칩 제조를 위한 수백개의 소재·부품·장비 협력사의 생산기지 등이 인근에 있어야 조달이 쉽고 즉각적 수리가 가능하다. ASML 등 글로벌 대표 반도체 장비회사들이 모두 용인 등 수도권에 투자하고 있다.
수도권에 자리 잡은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와 떨어져야 하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반도체 R&D는 실험실 중심 연구가 아니라 양산 공정에 밀착된 '공정 동반형 R&D'이기 때문에 팹과 분리되면 연구와 양산간에 피드백이 구조적으로 느려지고 왜곡될 수 있다. 수많은 R&D센터를 모두 다 새만금 등 새로운 지역으로 옮기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추진한다고 해도 핵심 인재들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지금은 반도체 산업에서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며 "경쟁사와 경쟁국은 정부와 기업이 한 몸으로 자원과 자본을 총력 투자하고 속도전에 나섰는데 우리가 정치적 논란 등으로 적기를 놓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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