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2 셀럽병사의 비밀 캡처 |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국민배우'이자 '한국 영화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렸던 배우 고(故) 안성기가 연기와 삶에 대한 의지를 생의 마지막까지 불태웠다.
20일 방송된 KBS2 '셀럽병사의 비밀'(이하 '셀럽병사')에서 안성기의 인생과 영화사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연예계에 수많은 '아내바보' '사랑꾼'들이 있지만 원조 사랑꾼은 바로 안성기였다. 지방 촬영을 위해 아내 곁을 떠날 때면 눈물이 글썽글썽했다는 안성기의 인터뷰 내용이 놀라움을 자아낸 가운데, 아내 오소영 씨도 "'저 사람이 사람인가? 사람이 아니지, 신일 거야' 사람이라면 화를 내거나 싫은 내색도 할 텐데 그런 내색을 안 한다는 게 보통 인내심이 아니다. 그걸 자제한다는 건 저도 불가사의하다"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강윤성 영화감독에 따르면 안성기는 '가정생활이 화목할 때 훌륭한 연기를 할 수 있다'란 이야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정에서만 아니라 평소에도 주변에서 화내는 걸 본 적 없다는 주변 평가가 이어졌다. 후배 신현준과 김성수 감독가 들려준 일화만 들어도 안성기에겐 파도 파도 미담만 가득했다.
후배들에게 했던 '좋은 배우는 좋은 사람이야' '사람을 연기하는 사람들이잖아. 좋은 사람이어야 해'라는 가르침처럼 좋은 사람이었던 안성기였다.
안성기는 마흔여섯에 접어들며 연기자로서 새로운 길을 걷게 된다. 대사가 없는 조연 역할을 제안받으면서다. 그 영화는 지금도 한국 영화사에 있어 중요 작품으로 회자되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다.
강렬한 작품과 캐릭터 탓에 대사가 없다는 사실도, 조연이란 사실도 몰랐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우리나라 3대 영화 시상식을 휩쓸며 주연상이란 주연상은 모두 휩쓸었던 안성기에게 조연을 제안받는다는 것이 서운했을 법했다. 그러나 안성기는 "당황스럽긴 했다"면서도 "'나한테 요구되는 건 이런 거구나' '나의 쓰임은 이런 것이구나' 생각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크기의 문제가 아니라 깊이의 문제다'라고 방향을 틀었다. 그 나이가 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감정과 깊이를 갖는 것 이것으로 앞으로 영화에 임해야겠다란 생각을 했다. 다행스럽게 그러한 시기에 큰 상처는 안 받았다. 아파서 막 술 마시고 망가질 필요는 없을 거 같다"라고 말했다.
이후 영화 '무사'로 남우조연상까지 수상하며 이로써 안성기는 신인상, 인기상, 주연상에 이어 조연상까지 휩쓸었다. 정상에 오르기는 쉬워도 지키기는 어려운 법. 스스로 내리막을 걸어가며 그 길을 아름답게 만들어간 안성기였기에 그의 얼굴은 모두에게 아름답게 기억됐다.
영화 현장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한국영화의 살아있는 역사로 우리의 곁에 함께 했던 안성기는 배창호 감독의 데뷔 40주년 특별전이 열리던 날, 눈에 띄고 부은 얼굴로 공식석상에 나타났다. 이후 혈액암 투병 사실이 대중에 알려졌다.
혈액암 중에서도 안성기가 투병한 혈액암은 악성 림프종이다. 혈액암은 초기 증상이 모호해 빨리 눈치채기가 어렵다고. 단순 피로감, 야간 발한, 숨이 차는 호흡곤란 등이 있다.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이 없던 혹이 생기면 혈액암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안성기는 첫 혈액암 치료 당시 항암 치료만 받고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지 않았으나 재발된 이후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면역력이 거의 없어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무균실에서 격리되며, 회복까지 시간이 걸려 탈모, 빈혈, 부종 등 외형적 부작용도 발생한다.
영화 '탄생' 촬영시기는 2022년 1월이었는데 그 당시 안성기는 혈액암이 재발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항암뇌'(케모브레인) 등 항암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몸이 성치 않은 상태였음에도 현장을 떠나지 않으려는 연기 그리고 투병의 의지가 엿보였다.
그러나 2025년 연말, 삼킴장애로 인해 음식이 기도로 넘어가 호흡곤란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단 소식이 전해졌다. 의식을 잃은 지 엿새 만인 2026년 1월 5일, 고 안성기는 국민과 영화인들의 애도 속 영면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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