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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3도 화장실로 대피한 시장 상인…한파 쉼터도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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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3도 화장실로 대피한 시장 상인…한파 쉼터도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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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상 대한인 20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시민들이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두꺼운 외투로 몸을 여민 채 걸음을 옮기고 있다. 류우종 선임기자 wjryu@hani.co.kr

절기상 대한인 20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시민들이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두꺼운 외투로 몸을 여민 채 걸음을 옮기고 있다. 류우종 선임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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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계속 추우면 장사 안 되지. 그래도 우리는 단골손님 없으면 밥도 못 먹는단 말이야. 단골들이 헛걸음하면 안 되니까 자리는 지켜야 돼….”



정오인데도 체감온도가 영하 13도까지 떨어진 20일, 서울 남대문시장 노점상에서 옥수수와 고구마 등을 파는 김아무개(74)씨가 다짐하듯 말했다. 김씨를 ‘대한’(절기)의 칼바람에서 지켜주는 건 작은 노점을 둘러싼 비닐 두겹과 발아래에 놓인 작은 난로, 장사하는 사람의 결기뿐이었다. 김씨는 “날이 너무 추우니까 옆 가게 언니가 어제 난로를 얻어다 줘서 버티고 있다”며 “앞 가게에서도 추우면 들어와도 된다고 했지만, 장사하는 입장에서 춥다고 남의 영업점에 들어갈 수는 없다. 추워도 자리를 지키고 단골손님이 오면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에게 난로를 전해 줬다는 옆 가게는 극한 추위에 이날 문을 열지 못했다.



서울 전역에 19일 밤 9시부터 발효된 한파주의보가 이날도 내내 이어졌다. 주말까지 영하 10도를 넘나들 거로 예보된 추위 앞에 도시 곳곳 활력도 얼어붙은 모습이었지만, 거리에 나와 추위와 정면으로 맞서야 할 시민도 적잖았다. 남대문시장에서 5년째 호떡 장사를 하는 박아무개(65)씨는 “춥고 사람도 없어서 나와 있는 게 시간 낭비 같다. 날씨가 추우니 음식도 금방 차가워진다”며 식어가는 호떡을 안타깝게 바라봤다. 옷을 파는 상인 ㄱ씨는 “너무 추우면 근처 상가 건물 화장실에 앉아 있다가 나오기도 한다”고 했다.



20일 오후 서울 중구 ‘휴서울북창동이동노동자쉼터’의 모습. 조해영 기자

20일 오후 서울 중구 ‘휴서울북창동이동노동자쉼터’의 모습. 조해영 기자


서울시는 이날부터 24시간 한파 종합지원상황실을 가동하고 비상 대응체계를 구축했다. 구청과 경로당, 동 주민센터, 도서관 등 공공시설 1500여곳이 한파 쉼터로 운영되고, 이동노동자 쉼터에도 핫팩 등을 비치했다. 추위를 피할 길 없는 이동노동자들도 저마다 방한 대책을 마련했다. ‘휴서울이동노동자 북창동쉼터’에서 만난 퀵서비스 노동자 현천수(61)씨는 “오토바이 핸들에 열선을 장착하고, 가볍고 따뜻한 옷으로 중무장했다”며 “한번 추위에 떨고 나면 이 일 계속 못 한다. 좀 투자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성근 북창동쉼터 운영간사는 “봄·가을과 비교하면 쉼터를 찾는 분이 30% 정도 늘어난다. 핫팩을 2개씩 드리고 있는데 (찾는 사람이 많다 보니) 설 연휴 뒤까지 드릴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로당과 구청 건물 등에 마련된 한파 쉼터에도 추위 앞에 당장 난방비 걱정부터 해야 하는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서울 관악구 신본경로당 회장 ㄴ(82)씨는 “난방비를 아끼려 사람들이 경로당을 찾는다. 오늘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진다고 해서 아침 일찍부터 나와서 미리 경로당 보일러를 틀어뒀다”고 했다. 그는 “따뜻하게 해둬야 노인들이 안 아프게 겨울을 지낸다. 의료보험으로 나갈 돈도 아낄 수 있다”며 옹기종기 모인 이웃들을 둘러봤다.



김수연 기자 link@hani.co.kr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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