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사형이 집행된 고 강을성씨가 재심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지난 19일 이재명 대통령이 SNS에 올린 글. 엑스(X·옛 트위터) 갈무리 |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강민호)는 지난 19일 박정희 정권 시절 ‘통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으로 사형이 집행된 강을성씨 재심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사후 50년 만이다. 하지만 그의 파괴된 육신과 인간성은 영영 회복 불가능하다. 군무원이던 강씨는 1974년 ‘북한 지령을 받고 통혁당을 재건하려 했다’는 혐의로 군 보안사령부에 체포됐다. 독재정권이 10월 유신 이후 시국 사건을 통혁당과 엮으려 혈안이 된 시절이었다. 강씨는 갖은 고문 끝에 이뤄진 허위 자백이 인정돼 사형을 선고받고 1976년 40세 나이로 처형됐다. 재심 재판장은 선고 후 “과거 잘못을 바로잡았다고 하나 너무 늦었다는 점에서 무력감을 느낀다”며 유족들에게 깊이 머리 숙여 사죄했다.
권위주의 정권의 긴 터널을 지나온 한국 사회에서는 앞으로도 국가폭력 사건에 대한 ‘재심 무죄’가 잇따를 것이다. 통혁당 재건위만 해도 2023년 고 박기래씨, 지난해 5월 고 진두현·박석주씨, 8월 김태열씨에 이어 5번째 무죄다. 하지만 재심 무죄를 볼 때마다 국민들 마음은 재심 재판부와 다르지 않다. 무력감과 자괴감, 종국엔 분노다. 이재명 대통령은 엑스에 관련 기사를 공유하면서 “이 참혹하게 억울한 수사, 기소, 판결을 한 경찰, 검사, 판사들은 어떤 책임을 지나?”라고 했다.
뒤늦은 ‘무죄 신원’이라도 끈을 놓을 수 없는 건 그게 미래 희망의 밑거름이기 때문이다. 삶은 끝없는 시간의 사슬 속에 그저 한 점처럼 존재하지만, 그 점들은 시공을 넘어 연결된다. 그래서 “백골도 흩어져 버린 지금”(이 대통령)의 탄식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하는’ 역사로 이어질 수 있다. 재심 무죄가 역사 바로잡기를 넘어 우리 사회 제도 변화와 민주주의 공고화로 나아갈 때 이 희망은 현실이 될 것이다.
삶을 불가역적으로 파괴하는 사형제는 사라져야 하고, 경찰·검찰 등 수사기관은 더욱 통제돼야 한다. 법원은 “정치권력의 간섭을 받지 않고 오로지 국민의 자유와 재산을 보호하는 책무에 충실”(2008년 오송회 사건 재심 무죄 재판부)할 수 있도록 독립성이 강화돼야 한다. 지지난해 겨울 비상계엄을 막아낸 시민들의 신념과 용기는 더욱 깊어져야 한다. 그럴 때 과거사 재심 무죄의 무게는 지금 우리 삶 하나하나의 무게가 된다.
김광호 논설위원 lubof@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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