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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 한글·한자 같이 건다…3층엔 '원형', 2층엔 '한글'

아시아경제 이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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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 한글·한자 같이 건다…3층엔 '원형', 2층엔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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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휘영 문체부 장관, '현판 병기' 보고
"역사적 유연성 필요" 국가유산청도 "공감"
반세기 이어진 '현판 논쟁' 종지부 찍나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인부들이 현판을 점검하고 있다. 광화문 현판은 지난 여름 색상 과학적 분석 연구를 위해 실물 크기 실험용 현판 촬영 작업을 진행 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인부들이 현판을 점검하고 있다. 광화문 현판은 지난 여름 색상 과학적 분석 연구를 위해 실물 크기 실험용 현판 촬영 작업을 진행 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반세기 넘게 이어져 온 광화문 현판의 '한글 대(對) 한자' 논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정부가 3층 누각에는 기존 한자 현판을 유지하되, 2층 누각에 한글 현판을 추가로 설치하는 이른바 '병기(倂記)'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문화유산의 '원형 보존'과 '한글 종주국으로서의 상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절충안이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0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광화문 한글 현판 추가 설치 검토' 방안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훈민정음 반포 580주년…"원형 보존과 시대적 요구의 조화"

보고의 핵심은 '공존'이다. 2023년 고증을 거쳐 3층 처마에 복원된 검은 바탕의 금색 글자(한자) 현판은 그대로 두되, 그 아래 2층 처마에 훈민정음체의 한글 현판을 새로 걸겠다는 것이다.

최 장관은 "광화문은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우리 현대사의 역동성이 살아 숨 쉬는 현재 진행형의 공간"이라며 "문화유산 원형을 지키려는 정신에 한글의 상징성을 더해 시대적 요구를 포용하는 합리적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올해가 훈민정음 반포 580주년이자 한글날의 시초인 '가갸날' 선포 100주년을 맞는 해라는 점을 들어, 지금이 '한글 현판'을 내걸 적기(適期)임을 역설했다.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인부들이 현판을 점검하고 있다. 광화문 현판은 지난 여름 색상 과학적 분석 연구를 위해 실물 크기 실험용 현판 촬영 작업을 진행 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인부들이 현판을 점검하고 있다. 광화문 현판은 지난 여름 색상 과학적 분석 연구를 위해 실물 크기 실험용 현판 촬영 작업을 진행 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이 대통령이 "외국에도 현판을 병기하는 사례가 있느냐"고 묻자, 최 장관은 중국의 자금성(紫禁城)을 예로 들었다. 그는 "자금성 역시 한자와 만주어 현판이 함께 걸려 있는데, 이는 역사적 유연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는 한글을 보유한 나라의 상징적인 문(門)에 한자만 걸려 있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엇박자 냈던 문체부·유산청, 이번엔 '한목소리'

주목할 점은 주무 부처인 국가유산청의 태도 변화다.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4년에는 유인촌 문체부 장관의 한글 현판 제안에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이 "문화유산 복원 원칙에 위배된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허민 현 국가유산청장은 이날 "한글을 세계화하자는 취지와 그 상징성에 깊이 공감한다"며 문체부의 제안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그는 "2010년 복원 당시 3개월 만에 현판에 균열이 생긴 전례가 있는 만큼, 목재 선정 등 기술적 검토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인부들이 현판을 점검하고 있다. 광화문 현판은 지난 여름 색상 과학적 분석 연구를 위해 실물 크기 실험용 현판 촬영 작업을 진행 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인부들이 현판을 점검하고 있다. 광화문 현판은 지난 여름 색상 과학적 분석 연구를 위해 실물 크기 실험용 현판 촬영 작업을 진행 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돌고 돌아 '공존'으로…시민 사회도 환영

광화문 현판은 1968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한글 친필 현판이 걸린 이후 정권의 성격과 시대 상황에 따라 부침을 겪었다. 2010년 이명박 정부가 '원형 복원'을 기치로 한자 현판으로 교체했고, 고증 오류 논란 끝에 2023년 현재의 검은 바탕 금색 글씨(한자)로 수정됐다.

한글 단체들은 이번 결정을 반겼다. 한글학회 등 일흔다섯 단체로 구성된 '광화문 훈민정음체 현판 설치 국민 모임'은 성명을 내고 "정부의 결정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향후 전문가 자문과 공청회 등을 통해 여론을 수렴한 뒤, 현판 설치를 위한 공식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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