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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통혁당 재건위’ 재심 무죄 뒤 “형사보상은 알아서 판단”···책임 회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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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통혁당 재건위’ 재심 무죄 뒤 “형사보상은 알아서 판단”···책임 회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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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태열씨 사건···재판 과정에선 15년 구형
유족 측 “적의처리 검찰 요구 방기, 지침 마련해야”
대검찰청에 민원 제기, 검찰 “통상적으로 쓰는 말”
정효진 기자

정효진 기자


‘통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에 연루돼 처형당한 고 김태열씨가 49년만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검찰이 형사보상 절차에 소극적으로 나서 비판을 받고 있다. 검찰이 재판 과정에서는 15년을 구형하는 등 적극적으로 임하다 정작 무죄가 확정되자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고검 A검사는 지난해 11월25일 김씨의 형사보상 청구의견을 묻는 서울고법에 “적의처리함이 상당하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을 보냈다.

앞서 서울 고등법원은 지난해 8월28일 김씨의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혐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은 검찰이 상고하지 않으면서 확정됐고 유족이 형사보상을 신청하자 법원은 검찰에 의견을 물었다. ‘적의(適宜) 처리’는 구체적인 판단이나 의견을 밝히지 않고, 사안의 처리 여부·방법을 재량에 맡긴다는 뜻으로 판단을 유보하고 법원에 넘기겠다는 취지다.

검찰은 지난해 3월 서울고법에서 개시된 김씨의 재심 사건에서 김씨가 자백 취지의 진술을 법정에서도 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15년을 구형했다. 박정희 정권 때인 1974년 당시 민간인을 수사할 권한이 없는 보안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 수사관이 김씨를 영장 없이 체포·감금해 가혹행위로 자백진술을 받아 냈다는 김씨 유족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통혁당 재건위 사건과 관련된 다른 재심에서 대법원이 “불법수사에 따른 자백 증거능력이 없다”는 선고를 여러차례 내렸는데도 검찰은 김씨에게 죄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1976년 사형 판결이 확정됐고 1982년 처형됐다. 유족 측은 과거사 사건이 49년만에 바로잡힌 뒤 진행되는 형사보상 절차에서 검찰이 적의 처리 의견을 낸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김씨의 딸 B씨는(63)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검찰이 재심 재판에서도 15년을 구형해 너무 억울하고 분통했지만 무죄로 나와 다행으로 생각했다”며 “그런데 형사보상 절차에서 ‘적의’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보면서 무책임하고 저희의 아픔을 외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과 달리 납북귀환어부 고 김달수씨의 재심 사건에서 검찰은 2023년 4월 무죄선고 뒤 “피고인 측의 형사보상 신청이 일응 타당하다”는 의견을 법원에 냈다.

김씨 측을 대리하는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이날 대검찰청 국민신문고에 “‘적의처리’라는 의견 개진은 시민들이 법을 통해 검찰에 요구하는 역할을 방기하는 것으로, 형사보상 관련 절차 지연을 초래하기도 한다”며 “‘적의처리’ 의견 개진에 관한 지침을 마련해달라”고 민원을 냈다. 서울고검 관계자는 “‘적의처리’는 통상적으로 많이 쓰는 표현”이라며 “형사보상 청구 쪽에서 주장하는 데 대해 이의가 없고 법원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