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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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0일 국무회의에서 원자력발전소의 추가 필요성에 대해 “국민 여론이 압도적”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공론화 과정 중에 대통령과 정부가 무책임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과 장관의 국무회의 문답이 단순한 확인 차원에 그친 게 아니라, 관련 여론을 “압도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심중을 공개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 이 대통령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결론을 정해놓고 하는 것 아니냐는 항의 문자가 꽤 온다”면서도 “국민 여론은 압도적으로 지금 전기 문제 해결하려면 원전이 추가로 필요하다, 그런 거죠?”라고 물었다. 김 장관이 “그렇다”고 답하자 대통령은 “충분히 의견 수렴하고 난타전을 하더라도 따로 헤어져 싸우지 말고 모여서 논쟁하게 하라”고 했다.
대통령이 언급한 ‘여론’은 기후부가 의뢰한 조사와 함께 지난주 한국갤럽의 자체 조사 등을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무회의 보고 문건엔 기후부의 공식 여론조사 결과가 올라가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후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지난 갤럽 정치 여론조사 결과와 청와대 자체 정보 보고를 통해 나온 질문에 장관이 답한 정도로 보면 된다”고 했다. 지난주 갤럽이 기후부 의뢰와 별개로 한 조사(13~15일 조사)에선 응답자의 54%가 ‘신규 원전 2기를 건설해야 한다’고 답했고, 63%는 ‘한국 원전이 안전하다’고 답했다. 기후부 의뢰를 받아 진행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다수가 신규 원전 건설에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대통령이 관련 여론을 “압도적”이라 본 것이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공론화를 한다면서 장관에, 정책실장의 언론 인터뷰에, 심지어 대통령까지 원전이 필요하단 식으로 얘기하면 그게 무슨 공론화인가. 대통령이 말한 ‘처음부터 결론을 정해놓고 가는’ 일을 직접 하는 꼴”이라고 했다. 이 위원은 그러면서 “그간 민주당 정부는 친원전, 탈원전 논쟁을 회피하는 전략을 써왔고 이번 공론화 토론회에서도 핵발전소 2기를 신규로 지을지, 짓는다면 어디에 지을지 같은 얘기는 하지도 않았다. 그러다 이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결정해야하는 상황이라 생각해 ‘압도적’ 운운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오늘 발언은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세우기 위해 꾸려진 전문가 위원들에게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정부 주요 인사들에게선 친원전 발언이 계속됐다. 김성환 장관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신규 원전 공론화 토론회에서 “전체 전력을 재생에너지로만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을 고려할 때 쉽지 않다”고 했고,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지난 16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신규 원전 건설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최경숙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은 “이런 조사는 질문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에이아이(AI)나 데이터센터 때문에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과 ‘우리 지역에 신규 원전을 건설하는 것에 찬성하느냐’는 다르다. 또 다수 국민이 원한다고 특정 지역 주민에게 위험과 부담을 강요하는 일을 국가사업으로 하는 게 맞느냐는 도덕적 고민도 없다”고 말했다. 김현우 탈성과대안연구소장은 “한국 사회에 진짜 신규 원전이 필요한지 신중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에서 대통령의 입을 통해 ‘국민 여론이 원전 건설에 압도적’이라는 발언이 나온 건 굉장히 무책임한 일”이라며 “제대로 된 공론화라면 이미 30여개의 원전이 들어서는 상황의 안전성과 원전 인근 주민의 수용성까지 고려한 신중한 검토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기용 옥기원 김규남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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