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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종묘 앞 거대 풍선 철수…서울시 “유산청이 검증 수용하면 재설치”

동아일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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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종묘 앞 거대 풍선 철수…서울시 “유산청이 검증 수용하면 재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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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경관 훼손 실증용 풍선 회수

강풍 훼손, 운영 부담 등 원인

유산청 “1년간 영향 평가 필요”

서울시 “공개 검증 먼저 하자”
서울 종로구 종묘와 세운 4구역 재개발 공사 현장 모습. 2025.11.14 뉴스1

서울 종로구 종묘와 세운 4구역 재개발 공사 현장 모습. 2025.11.14 뉴스1


종묘 앞 개발을 두고 서울시와 정부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종로구 세운4구역 앞에 들어설 고층건물의 문화재 경관 훼손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띄웠던 대형 풍선을 회수했다. 고층건물 높이를 실증해 문제가 없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행사를 기획하며 풍선을 띄웠지만, 국가유산청이 행사를 불허하면서 몇 주간 설치해 둔 풍선을 철수한 것이다. 이 풍선을 띄우는 데만 약 1000만 원이 소요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국가유산청이 검증 행사를 다시 허가하면 풍선을 재설치하겠다는 입장이다.

● 종묘 앞 ‘경관 훼손 실증’ 풍선, 일단 철수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세운4구역에 설치했던 대형 풍선 4개를 회수했다. 지난달 21일 서울시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함께 대형 풍선을 설치했지만, 약 한 달 만에 철수한 것이다.

시는 세운4구역 재정비사업으로 새로 들어설 건물이 세계문화유산 종묘의 경관을 크게 해치지 않는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풍선을 설치했다. 종로변에는 94~99m, 청계천변에는 141~142m 높이로 대형 풍선을 띄웠다.

서울시는 이달 8일 국가유산청과 취재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관계자 등을 불러 검증 행사를 열 계획이었지만 국가유산청이 제동을 걸면서 무산됐다. 애초 신청했던 것보다 참여 인원이 크게 늘었다는 게 행사 불허의 이유였다. 결국 외부인이 참여하지 않은 채 서울시 내부 실증만 진행됐다. 시는 유산청의 허가를 기다리며 풍선을 계속 띄워두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풍선으로 인한 비용 부담과 안전 우려가 커지자 서울시가 잠정적으로 풍선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간이나 바람이 심한 날엔 안전을 위해 풍선을 내렸다가 다시 띄워야 했고 헬륨가스를 추가로 주입하는 데도 예산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최초 풍선 설치 비용도 1000만 원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강풍으로 풍선 일부가 훼손되기도 했다고 시 관계자는 전했다.

● 서울시, 유산청에 “다시 검증하자”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이 종묘 앞 고층 개발을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세운4구역 재개발은 20년 넘게 공전하고 있다. 서울시는 세운4구역 재개발을 통해 도심 주거·업무 기능을 강화하고 노후화된 세운지구 일대를 단계적으로 정비한다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세운4구역은 2004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2023년 2월 철거까지 마쳤지만 국가유산청이 “재개발로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종묘의 세계유산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며 제동을 걸면서 사업이 멈춰 섰다.


양측의 설전은 계속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19일 언론간담회를 열고 고층 재개발이 종묘에 미칠 영향을 판단하는 세계유산영향평가(HIA)를 시행해 1년 안에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민경 서울시 대변인은 20일 성명을 내고 “서울시가 제안한 애드벌룬을 활용한 현장 공동 실측에 대해 이번 주 안으로 공식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객관적 검증을 통해 경관 훼손 여부를 투명하게 규명해야 이후 국제기구 논의도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민간과 서울시, 국가유산청이 참여하는 4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이후 협의체 구성을 위한 예비 회의가 두 차례 열렸지만 아직까지 구성에 합의하지 못했다. 세운지구 주민들은 장기간 사업 지연에 대해 “재산권 침해”라고 반발하고 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서울시는 재개발 추진 과정에서 국가유산청과 사전 협의를 충분히 거쳤어야 했고, 국가유산청도 서울시의 합동 실증 요구에 협조할 필요가 있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계산이 앞서면 피해는 결국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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