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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7% 고성장’의 빛과 그늘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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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7% 고성장’의 빛과 그늘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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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후반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 동아시아의 4개 지역, 한국·대만·싱가포르·홍콩을 가리켜 ‘아시아의 네마리 용’이라고 일렀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인구가 1천만명이 채 안 되는 도시인 탓에, 한국의 경쟁 상대로는 주로 대만이 거론됐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서 계속 대만에 뒤졌던 한국은 2003년 처음 대만을 앞지른다. 이후 2024년까지 앞서 나가던 한국은 2025년 다시 역전당할 것으로 보인다(한국 3만6107달러, 대만 3만8748달러 추산). 지난해 한국의 성장률이 1%에 그친 반면 대만은 무려 7.3%에 이른데다, 원화가 대만달러보다 달러 대비 더 약세를 보이면서 달러로 환산한 1인당 지디피가 줄어든 탓이다. 올해도 대만은 4% 안팎의 고성장을 이어가면서 1인당 지디피가 한국보다 먼저 4만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대만의 눈부신 성장세 뒤에는 그늘도 존재한다. 반도체 산업 편중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높은 성장률의 1등 공신은 인공지능 붐에 따른 반도체 수출 호황이었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아이티(IT) 제품 수출이 53% 급증한 반면, 나머지 분야는 0.2% 감소하면서 아이티 제품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4%까지 올라갔다. 우리나라도 반도체 쏠림이 문제이지만, 이 비중은 대만의 절반 수준(37%)이다. 특히 ‘호국신산’(나라를 지키는 신성한 산)이라는 별칭에서 드러나듯, 반도체 기업 티에스엠시(TSMC)에 대한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낮은 노동소득분배율 탓에 저임금이 고착화돼 있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대만의 월평균 임금은 약 290만원으로 한국(420만원)의 70% 수준이다.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고환율 정책을 펴는 것도 수입 물가를 높여 국민의 생활수준을 하락시킨다. 대만 외환보유액(6026억달러)은 전체 지디피(9500억달러)의 63%에 이른다(한국은 23%). 이는 그만큼 중앙은행이 달러를 지속적으로 사들여 대만달러의 약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11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식량과 연료 대부분을 수입하는 대만에서 통화가치 약세는 곧 저소득 가구에서 수출기업으로의 소득 이전을 의미한다”며 이를 ‘대만병’이라고 했다.



문홍철 디비(DB)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달 ‘통화절하가 가져올 한국의 미래, 대만’ 보고서에서 “대만은 반도체에 과집중된 수출 구조로, 1인당 지디피는 커 보이지만 티에스엠시에 의한 착시”라고 했다. ‘성장률 7%’라는 수치에 홀려 무턱대고 부러워만 할 일은 아닌 듯하다.



안선희 논설위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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